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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동행 - 인생의 가르침을 준 스승과의
오쇼 라즈니쉬 지음, 손민규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라즈니쉬. 열 아홉 살의 끝자락에서 내 영혼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버려 목적지를 알 수 없는 방랑으로 나를 이끈 사람. '반역의 성자'이거나 '희대의 사기꾼' 또는 '섹스 구루' 등등의 꼬리표를 달고 다닌 사람. 99대의 롤스로이스를 가지고 있었을 정도로 삶의 쾌락을 긍정했던 종교 지도자. 그는 정말 배꼽 빠지게 우스운 농담 그 자체이거나 너무나 위험한 소문이었다. 그러하기에 그는 늘 오독(誤讀)되었고 전 세계에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렸으나 진실한 제자를 두지는 못했다.

오쇼.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한동안 그의 책을 읽지 않다가 우연히 이 책 <행복한 동행>을 읽게 되었다. 한 때 그의 산야신으로 그의 책을 우리 말로 많이 번역한 손민규 씨의 번역본으로 말이다.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스테레오타입의 스승, 도인, 성자, 구루가 아니었다. 그는 수다스럽고, 모순되고, 때론 역겹기까지한 스승, 도인, 성자, 구루였다. 우리 나라에 가장 많은 책이 번역되어 소개된 영적 지도자이지만 진실로 그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로부터 궁극의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내가 알기로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는 정말 많은 말들을 했다. 석가모니의 팔만대장경이 많다고 하지만 아함경 같은 초기불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후대에 만들어져 석가의 이름만 빌린 것이므로 석가모니도 많은 말을 남긴 것은 아니다. 예수의 가르침도 신약 가운데 4복음서가 전부다. 노자는 5천자 정도의 간략한 글을 남겼다. 그런데 라즈니쉬는 약 700권 정도의 강의록을 남겼다. 그는 정말 너무나 말이 많았다. 따라서 그의 말은 늘 오해를 불러왔고 곡해되었으며 핵심은 늘 그의 화려한 시적 수사 속에 묻혀 간과되었다. 나 또한 그를 오해했던 때가 있었고 오랜 만에 그의 책을 다시 봐도 역시 그런 구석이 눈에 띈다.
그의 말을 100으로 봤을 때 80은 쓸데없는 말이다. 그저 그의 강의에 귀 기울이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하기 위해 한 말이다. 나머지 20정도가 그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언어로써 온전히 전달될 수 없는 것들을 전달하려는 노력이었기에 그 20 가운데 1조차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쩌면 그는 사람들이 그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애초부터 기대조차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정말 농담 삼아 사람들에게 지껄인 것은 아닌가 싶다. 어차피 그가 전달하려는 것은 체험의 영역이지 이해의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리를 가르키기 위해서 많은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진리는 '진리'라고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는다. 진리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바로 '이것'이다. 그것은 추구나 갈망의 대상이 아니다. 왜냐하면 추구하고 갈망하는 그것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라즈니쉬는 진리를 찾는 모든 구도자를 비웃고 있는 셈이다. 구하거나 찾을 수 없는 것을 구하고 찾는 자를 보며 라즈니쉬는 평생 배꼽 빠지게 웃었을 것이다. 이 책 <행복한 동행>에도 12편의 우화를 소재로 너저분한 말을 지껄이는 그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