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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공화국의 종말 - 인재와 시험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대한민국이 산다
김덕영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입시공화국의 종말>은 현재 독일 괴팅겐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리치고 있는 김덕명 교수가 한국의 교육문제를 비판한 책이다. 사회학자답게 그는 한국 교육 문제, 그 중에서도 입시와 관련된 대학서열화와 인재선발 방식의 후진성, 몰개성성을 주로 비판하고 있다.
저자가 보기에 한국의 입시 문제는 단순히 입시제도의 개선을 통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는 입시제도는 일부 명문대학들이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대학의 서열을 유지, 고착화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서열화를 단순명쾌하게 이룰 수 있는 것은 객관식 시험을 통한 점수와 석차에 의한 학생선발이다. 심지어 그러한 객관식 시험의 폐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논술의 채점에 있어서도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수량화하는 것 역시 서열화, 즉 줄세우기에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객관식 시험의 문제는 단순히 교육 문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정답을 찾아내는 공부는 애초부터 자신의 생각이나 창의성은 기대할 수 없다. 모든 해답은 외부(학교 교사, 학원 강사, 교과서)에서 주어지는 지식과 정보에 있으니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암기하고 기억하면 된다. 이러한 교육은 어려서부터 획일성과 외부의 권위에 복종하도록 만드는 노예교육이다. 이런 풍토에서 자신의 독립성, 창의성에 기초한 자율적인 인간이 길러질리 만무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한국 교육은 전(前)근대적이거나 비(非)근대적이다.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는 전 세계 어느 선진국 아이들보다 뛰어난 학력을 가진 학생들이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학업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일어버리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나라. 초중고 교육의 유일한 목적이 대학입학이기에 대학 입학과 동시에 공부해야 할 목적과 의미를 상실해 버리는 학생들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공부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여가를 즐겨야 할 시기에 죽어라 공부만 하고, 정작 자신의 전문 분야를 열심히 파고들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할 때 오히려 다양한 경험과 여가에 빠져 버리는 이상한 현실.
저자는 이러한 입시와 대학 서열화 문제를 위한 해결책으로 대학을 평준화, 다원화하고 입시를 대학이 아닌 고등학교에서 담당하게 함으로써 대학의 연구 기능과 교육의 질을 높이도록 할 것, 그리고 객관식 시험을 폐지하고 토론과 논술 위주의 교육과 평가를 통해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인식능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의 적합성과 현실성 여부를 떠나 우리 교육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이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면, 그리하여 어느새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교육제도와 이데올로기의 모순을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각성을 이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