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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 <한국의 책쟁이들>이란 제목의 책을 보았을 때는 아마 출판계 업계 주변 사람들의 주변사를 다룬 책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어보니 우리 주위에 한때 흔히 볼 수 있었던 책벌레들, 애서가들, 문자향서권기에 취해 사는 현실과 동떨어진 괴짜들의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본인 또한 대학시절부터 읽지는 않을지라도 눈에 띄는 책을 보면 사두어야 그날 밤 잠자리가 편할 정도록 책에 탐착했고, 좋은 책을 발견하고 읽는 것에서 마누라 몰래 바람 피우는 것 같은 흥미진진한 즐거움을 느끼는 편이다.
책이란 무엇일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책과 그 책들이 모여 이루는 서재란 무엇일까? 어떤이에게 그것은 저속한 세상으로부터 자신만의 고고한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 쌓은 철옹성과 같은 '벽'이 될 수도 있겠고, 또 다른 어떤이에게는 시공간을 넘어 경계가 없는 다양한 차원으로 통하는 신비의 '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벽'인 동시에 '문'이고, '문'인 동시에 '벽'으로 그때 그때 시시각각 천변만화의 신통을 보여주는 것 역시 책이자 서재일 것이다.
그리하여 그 책에 사로잡힌 자들, 그 책들 사이을 여행하는 자들은 세상으로부터 유배당한 자들이나(혹은 스스로를 유배시킨 자들이거나) 지금의 세상을 넘어 과거와 미래의 세상, 돌아가야 하거나 아직 도래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탐험가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세상 또한 한 권의 거대한 책, 끊임없이 씌여지고 있는 끝없는 이야기이며, 그 속에서 울고 웃는 우리들은 셰익스피어 풍으로 말하자면, 불쌍하고 어리석은 어릿광대라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읽는 것'이 바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이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