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낮에 지겨워질 정도로 잠을 많이 자서 저녁 먹을 때쯤에는 기분이 불쾌해질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약속한 시간에 P에게 전화를 걸었던 나는 친절하지 못했다.(미안합니다, P.) 게다가 카메라까지 고장났다.(흐...) 오늘 잠들 때까지 껴안고 읽을 책은 금요일 저녁 교보 광화문점에서 데려온 음악춘추문고 17 '명곡의 발견'. 비록 잠들 수 없어도 좋다.   

(쓸데 없이 급박한 긴장감이 느껴지면서 내 삶을 개혁해야 한다는 각오 비슷한 것이 '생기려고' 하는 것을 보니, 일요일밤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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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용, 중국 김하중의 중국 이야기 2
김하중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3년 11월
구판절판


'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중국 외교의 본심
韜光養晦 中國外交的眞諦

현재 중국은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놀랄 정도로 인내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바로 중국 외교의 요체인 '재능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으면서 때를 기다린다'-韜光養晦(도광양회)-는 정신에 기인한다. 도광양회의 본뜻은 "빛을 감추고, 어둠을 기른다"는 뜻으로 재능은 감추고 모호성을 기른다는 의미이다.
-232쪽

중국이 이와 같은 자세를 견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이 국토나 인구로 보아서는 비록 대국이기는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아직도 취약한 점이 많으며, 대국이기는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13억 명의 인구를 제대로 먹여 살리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고, 경제 발전과 사회적인 안정이 급선무이므로 외교도 경제 발전에 유리한 국제적 환경 조성에 집중하는 것이다. 현재는 다소 불쾌하더라도 지금은 참고 넘어가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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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타 - 할인행사
뤽 베송 감독, 체키 카리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멀쩡히 산 채로 자신의 죽음을 목도해야 하는 여자의 마음은 무엇과 비슷할까? 개인의 행정적 기록이 기관에 의해 모두 말소되었으므로 사회적 존재 증명이 불가능한 가운데 그 여자는 뛴다. 산다고는 쓸 수가 없다.

자신을 취조하던 경찰의 손등을 연필로 찍어누르던 잔인한 여자는 살인 기계로서 훈련받은 이후, 아직 죽지 않은 시체의 얼굴 위로 염산을 쏟아붓는 남자 옆에서는 오히려 끊이지 않는 눈물을 줄줄 흘린다. 영화 제목을 "그 여자 니키타"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여자들에게 있어 감정의 호오가 동반되지 않고서 무언가를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거의 예외 없이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인간을 대표하는 건 남자보다는 여자다.) 

모르는 사람을 향해 총을 쏘아야 하니까,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야만 하니까, 그 여자는 뛰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어쨌거나 존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 자신이 되어 존재할 수 있는 기회조차 더러운 짓들을 모두가 인정할 만큼 하고 난 뒤에야 온다.

정말 이상하다. 나로 존재하기 위해 나 아닌 무엇이 되어 계속해서 달리는 것을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 허가된 것은 언제든지 당길 수 있는 방아쇠 하나. 관객의 얼굴 위로 눈물이 흐른다면 그건, 그가 이미 뛰어 봤거나 아직 뛰고 있거나 어쨌거나 존재를 열망한다는 거. 그래서 계속 뛸 수밖에 없다는 거...

REM : 감독 Luc Besson, 음악 Eric Serra 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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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



What a lovely you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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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만화를 읽는 습관이 없다. 그런데 이 만화 "슬램덩크 1"은 앞날개에 적혀 있는 다케히코 이노우에의 글을 스윽 보자마자 그만 가슴이 물렁해져서 그 자리에서 덥석 집어 들고 (계산한 다음) 품에 안고 서점을 나왔었다. 그냥 하루하루가 짐승처럼(말 못하는 설움-이라기보다는 글 못쓰는 설움, 왠지 친근한 허기) 비굴한 눈치 보기였던 유학생에게는 알지도 못하는 만화가가 앞날개에 쓴 몇 마디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때가 종종 있다고 보면 된다.

신의 호의로 유학생 신분은 가까스로 벗었지만, 요즘도 가끔씩은 내가 사람인지 아니면 그 비슷한 것인지 헷갈릴 때마다 잊지 않고 찾아와 용기를 북돋워주곤 하는 만화가 님의 선언은 다음과 비슷하다.(프랑스어로 적혀 있던 몇 줄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한국어로 옮긴 뒤라서, 같다고 하기는 좀.) 

고등학교 때 나는 농구를 했다. 우리 동아리는 센 것과는 정말 거리가 멀었지만 나는 농구에 심하게 재미를 붙였다. 보통은 뭔가 '좋아한다'고 얘기할 때면 그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고백하는 것이, 뭔가 모르게 난처한 느낌이 있고, 그러다 보면 심지어 좋아하지 않는다고까지 얘기하는 일도 생긴다. 그러나 농구와 관련된 것이라면 '나 그거 좋아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그 날은, 난생 처음으로 가슴에 만화를 품고 기숙사로 돌아온 짐승도 괜히 기뻐서 날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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