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타 - 할인행사
뤽 베송 감독, 체키 카리오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멀쩡히 산 채로 자신의 죽음을 목도해야 하는 여자의 마음은 무엇과 비슷할까? 개인의 행정적 기록이 기관에 의해 모두 말소되었으므로 사회적 존재 증명이 불가능한 가운데 그 여자는 뛴다. 산다고는 쓸 수가 없다.

자신을 취조하던 경찰의 손등을 연필로 찍어누르던 잔인한 여자는 살인 기계로서 훈련받은 이후, 아직 죽지 않은 시체의 얼굴 위로 염산을 쏟아붓는 남자 옆에서는 오히려 끊이지 않는 눈물을 줄줄 흘린다. 영화 제목을 "그 여자 니키타"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여자들에게 있어 감정의 호오가 동반되지 않고서 무언가를 행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거의 예외 없이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인간을 대표하는 건 남자보다는 여자다.) 

모르는 사람을 향해 총을 쏘아야 하니까,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야만 하니까, 그 여자는 뛰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어쨌거나 존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 자신이 되어 존재할 수 있는 기회조차 더러운 짓들을 모두가 인정할 만큼 하고 난 뒤에야 온다.

정말 이상하다. 나로 존재하기 위해 나 아닌 무엇이 되어 계속해서 달리는 것을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 허가된 것은 언제든지 당길 수 있는 방아쇠 하나. 관객의 얼굴 위로 눈물이 흐른다면 그건, 그가 이미 뛰어 봤거나 아직 뛰고 있거나 어쨌거나 존재를 열망한다는 거. 그래서 계속 뛸 수밖에 없다는 거...

REM : 감독 Luc Besson, 음악 Eric Serra 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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