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계급은 지배이데올로기를 믿지 않아도 된다. 억압의 얼굴을 가리기 위한 민주주의라는 가면도 필요없다. 중간계급의 존재와 의식은 자신들의 지배를 보장해 주는 구조에 깊숙이 통합되어 있다. 억압하는 자들만큼 자기들이 공정하다고 곧잘 믿는 이도 없다. 어떤 식으로든 자기들의 정당성을 믿지 않는 부르주아가 어디 있는가? 그렇게 되면 곧 자기 자신을 부인하는 꼴이 될 것이다. 부르주아가 자신의 정당성을 믿지 않게 되면 주로 자신 - P260

들이 바로 그 불가해한 수수께끼였던 문제를 푸는 것이 될 것이며, 그 다음 논리적 단계로 자멸을 스스로 초래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체제 내에서 삶의 조건으로서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집단이다. - P261

임금 봉투의 양은 경과한 시간의 양과 같다. 그 비례관계가 정확하기 때문에 덜 일하면 임금도 줄어들고 더 일하면 늘어난다. 그렇게 고정되어 있는 만큼, 노동력의 연속적이고 가변적인 진정한 특질을 간파하고, 완전히 시간을 바치는 것이 사실 측정될 수 없는 엄청난 인간 에너지를 쏟게 한다는 것의 의미를 놓치기가 너무 쉽다.
임금 봉투에 대한 물신숭배 비슷한 것ㅡ 풀로 붙여 단단하게•봉해져 있고 은화들 때문에 아래쪽이 무거운 봉투를 손가락으로 튀기면서 받은 액수가 얼마인지를 뽐내는 퍼레이드가 화요일마다 펼쳐진다ㅡ이 있어서한주일을 진탕 쏟아붓고 자신이 한 수고를 양화함으로써 노동자의 의식속에는 인간 노동력의 비상한 투여와 잠재력이 매주 지급되는 ‘공정한‘ 임금의 가치밖에 지니지 않은 것으로 인식된다. 보이지 않게 은행계좌로 들어가는 월급수표와 달리, 이런 주당 임금에는 장기적으로 생명력 있는 노력의 가변적인 잠재력과 고정된 임금보상 사이에 얼마든지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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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인문학 - 인간의식의 진화에서 꿈의 역할은 무엇인가
싯다르타 히베이루 지음, 조은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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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데 인내심이 좀 필요하긴 하지만 신경과학자가 쓴 꿈의 의미를 다룬 책이라 좀 더 객관적으로 느껴진다. 반대로 결론은 유물론적이라기 보다 오히려 영성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꿈을 통해 인간이라는 신비에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인가? 역사적으로 인간이 꿈을 꾼다는 행위에서 영혼과 신과 같은 개념이 도출했을 것이라는 관점을 보여준다. 줄리언 제인스의 <의식의 기원>과 비슷한 관점이다.(근데 율리히 슈나벨은 줄리언 제인스가 틀렸다고 하지 않았나?) 꿈을 다뤘던 프로이트와 융은 칼 포퍼에 의해 반증이 불가능하므로 과학이 아니라 형이상학이라고 비판받았지만, 현대신경과학은 프로이트가 말한 주간잔재가 사실이라고 입증한다. 이 책의 중간에 여러 가지 과학실험이 등장하는데 지루한 사람은 결론과 앞의 몇 장만 읽어도 된다. 저자가 말하는 꿈의 실체는 꿈꾸는 사람이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며 꿈은 기억을 강화하고 미래를 예측해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존확률을 높이는 도구이다. 때문에 모든 문화에서 꿈은 예언적 의미로 쓰였고 실제 삶의 의사결정에서 영향을 미쳤다. 우리가 보통 범상치 않은 꿈을 꾸면 꿈해몽을 인터넷에서 찾는데 상징은 개인적이고 다의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해답을 찾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꿈은 정신의 아주 사적인 대상이다. ’ ( 꿈읽기 작업을 하는 고혜경의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부분은 동일하다. 하지만, 드는 의문은 융의 집단무의식 같은 것은 공통의 상징 아닌가?) 꿈과 관련된 수면과 관련된 여러 실험과 그것이 암시하는 의미도 같이 서술되어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저자가 칼 세이건이나 올리버 색스 같이 유창한 이야기꾼이 아니라 읽는데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저자가 스타니슬라프 그로프(코스믹게임, 정신세계사)처럼 정신병 치료나 영성탐구를 위해 환각제를 사용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환각제를 규제하는 것이 제약회사의 이익 때문아니냐는 뉘앙스를 풍긴다. 계속 들으면 없던 호랑이도 생긴다고 정말 괜찮나? 하는 생각도 든다. 뜬구름 잡는 느낌이 드는 꿈이라는 주제를 신경과학이라는 무기로 정면 돌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물론과 환원주의로 결론내지 않는 책이다. 책장이 쉬이 넘어가지 않지만 뇌과학이나 심리학에 익숙한 독자라면 여러 가지 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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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초엘리트 - 영국을 지배하는 이너서클의 습관, 약점, 그리고 악행
사이먼 쿠퍼 지음, 김양욱.최형우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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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영국 사정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래 맞아, 할 수 있는 책. 유감스럽게도 난 아니다. 그래도 옥스브리지를 해체하자는 마지막 장은 읽어볼만하다. 네덜란드와 독일의 예를 드는데 실상이 그렇게 간단할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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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가 스스로 개혁을 성공시키면서 오랫동안 가장해온 능력주의가 실현되었다고 한번 상상해보자. 옥스퍼드가 사상 최초로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을 지배층 엘리트로 끌어들이는 관문의 역할을 스스로 폐기해버렸다고 가정해보는 것이다. 옥스퍼드가 시도하는개혁을 모두 성공시킨다 해도, 이 학교는 여전히 의심할 여지 없이영국 권력층의 중추로 남을 것이다. - P257

옥스브리지 학사학위를 받으면 이후에도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영국이 구조화되어야 할까? 이것이 영국이 수 세기 동안 운영해온 방식이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진정한 능력주의 엘리트들조차 대부분 런던에 거주하면서 보통영국인들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며 자기네끼리 서로 뭉쳐서 새로운 계층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다. 그 계층의 구성원들 역시 서로를물심양면으로 도우면서, 계층 밖의 사람들과 단절되어 산다. 이처럼실제 능력주의 역시 가짜 능력주의만큼 위험한 것이 될 수 있다.
옥스브리지가 반드시 영국의 지배계급을 배출해야만 한다는 규칙은 없다. - P258

 그러나 네덜란드와 독일은 기본적으로 영국보다 더 부유하고 공정하며 평등한 사회였다. 역설적으로 대학입학 시험이 없었기 때문에 사회가 오히려 더 공정하고 평등했다. 네덜란드와 독일의 아이들은 17세에 명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특정 사립학교에서 교육받을 필요가 없었다. 이 나라들에는 대학 입학 면접이 없었다. 사람들은 각자 원하는 곳에서 공부하고, 졸업하면 비로소 취업을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 예를 들면, 독일 헌법재판소의 판사들은 독일과 미국의 다양한 대학 출신이다. 그들 중 상당수가 독일의 지방법원을 거쳐 헌법재판소까지 승진한 사람들이다. 영국 대법관들의 출세 가도는 아마 이들보다 훨씬 더 단순할 것이다.
오늘날 네덜란드와 독일의 대학들도 예전보다 사정이 훨씬 더 나아지기는 했지만, 입학시험이 없다는 원칙은 여전히 남아 있다. 명문대학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어느 대학을 가는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느 대학이든 상관없이 정식 교육을 이수한 다음. 직장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업은 성인기에 결정되는 경향이 있으며, 성인이 될 때까지 가정 환경보다는 개인의 성취를 더 중요시한다.
이 나라들은 영국이 겪고 있는 수많은 모순을 겪지 않는다. 옥스브리지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을 수 없는 영국의 보통 사람들처럼17세에 이미 삶이 결정되지 않는다. 엘리트 코스에서 배제된 사람들 - P260

이 옥스브리지 출신의 최상류 계급에 의한 통제를 받는 영국 사회와는 달리, 이 나라의 국민은 경력을 통해 인생을 조금씩 발전시키기 때문에 삶이 힘겹지 않다. 이 나라에는 시간, 돈, 사회적 자본을쏟아부어 능력도 없는 아이들을 옥스브리지 같은 일류 대학에 입학시키는 엘리트층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특권에 대한 비판과 히틀러의 유대인 박해를 동일시하는 얼빠진 사립학교 교장들도없다. - P261

별도의 엘리트층이 존재하는 국가들은 개혁을 종용하는 대중의압력을 받고 있다. 2022년 1월 1일, 프랑스의 엘리트 양성 대학원인국립행정학교(에냐)가 공식적으로 폐교되었다. 에냐는 에마뉘엘 마크롱을 포함한 4명의 프랑스 대통령과 2명의 총리를 배출한 학교다.
이 학교는 폐교 후 ‘더 능력주의적이고, 더 효율적이며, 더 민주주의에 봉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공 서비스 기관‘으로 전환되었다. 앞으로 이 학교가 프랑스의 지배계급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재생산하기 위한 수단으로 더는 기능하지 않기를 바란다.
영국은 옥스브리지를 통해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이 대학들에는훌륭한 장점이 많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 학교들의 탁월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학부 과정을 폐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옥스브리지가 영국 사회에 끼치는 가장 큰 악습이 제거될 것이다.
- P262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가 소외당한 영국의 일반인들을 더 많이 교육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재능은 있지만 교육의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성인들을 재교육하거나, 유망한 소외 계층 청소년들을 위해 여름학교를 확대 개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모든 계층을 위해 열린 옥스브리지는 대중의 관심을 끌수 있다. 그렇게 되면 옥스브리지가 가진 명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이전보다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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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크라트 -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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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 마틴의 <파크애비뉴의 영장류>'뉴욕 0.1% 초상류층에 대한 인류학적 뒷담화' 였다면 이 책은 그런 초상류층의 배경과 원인을 해설하는 일종의 경제학적 주석이다. 책이 방대하기 때문에 쉽게 한 두 가지 골자로 수렴하기는 약간 벅차다. 산업혁명 이후 이제 세계는 세계화된 슈퍼리치(플루토크라트)들과 그 나머지로 엄청난 빈부격차가 진행되고 있다. 반기업정서라고? 걱정마시라. 저자 역시 하버드 출신의 주류에다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와 함께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시스템'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저자가 꼽는 키워드는 "세계화""기술혁명"이다. 러시아의 석유재벌이 영국의 축구팀을 산다. 미국의 공장이 인도로 이전함에 따라 인도의 중산층이 성장하는 '쌍둥이 도금시대'2012년 이 책의 배경이다. 특히 저자는 금융업의 약진을 지적하는데 파생상품의 개발,규제완화 등으로 성장한 금융업이 1% 내의 부자들에서도 0.1%와 나머지 0.9%를 갈라놓고 있다고 묘사한다. 예전의 부자들이 임대업을 하는 귀족 지주들이었다면 플루토크라트는 "일하는 부자들"이다.자수성가형이거나 중산층 출신으로 실리콘밸리가 상징하는 기술선도형 부자들이다. 승자독식경제와 운, 부를 창출하는 능력이 결합된 이들은 경쟁적이고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데주저함이 없다. 0.1%로 올라갈 수록 웬즈데이 마틴이 묘사한대로- 가부장적인 문화가 지배하는데,여자들은 킬러본능이 없어서 배제된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이 부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으며 자신들에 대한 규제를 악의적인 공격이라고 생각한다. (에인 랜드의 <아틀라스>같은 이미지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의 역할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맞지만, 그들의 북극성은 결국 이윤이며 공익보다 이윤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우회적이지만 분명한 우려를 표한다. 저자의 주된 우려는 갈수록 빈부격차가 벌어진다는 것, 그리고 계층이동성이 갈수록 작아지는 것이다. 세계화된 플루토크라트는 정치권력와 결탁하면서 그 진입장벽을 더욱 높이며 임대업을 하던 전근대 귀족처럼 지대추구를 한다. 러시아에 올리가르히가 있다면 중국에는 붉은 올리가르히가 있다. 월스트리트는 규제완화를 통해 더욱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또 하나 이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하는 수단은 교육이다. 어릴때부터 고액의 중국어 개인교습을 받은 플루토크라트의 자식들을 평범한 중산층의 자식들이 아이비리그 전형에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웬즈데이 마틴이 <파크애비뉴...>에서 아이를 명문 유치원에게 보내기 위해 한바탕 쇼를 벌인 이유다.) 하버드의 천재들이 예전에는 인문학을 전공하고 학계와 공직사회로 갔다면 엄청난 보수에 끌린 지금 하버드 학생들은 경영학과 경제학에 몰려서 30대가 되기 전에 플루토크라트가 될 꿈을 꾼다. 이런 빈부격차의 확대와 높아진 진입장벽은 결국 사회를 무너뜨릴 것이다. 그들을 떠받치는 하위계층 없이 플루토크라트가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역시 우회적으로, 하지만 분명하게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 묘사되는 정경유착, 학벌주의, 인문학 고사, 전관예우 등을 보면 한국인줄... 싶다. 한국적 폐해라고 알고 있던 이런 것들이 실은 미국이 원조 아닐까? 단지 한국이 나라가 작다보니 그게 더 분명하게 드러난 것 뿐이지 않을까? 세계 1%, 그 중에서도 더 격차를 벌이고 있는 0.1%의 슈퍼리치들의 초상화를 아시아 변방의 노동자가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오호 통재라, 2012년작인 이 책을 나는 왜 지금에야 읽게 된 걸까? 세계는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ps 1. 이 책을 다큐로 만들면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내용이 방대하고 실제 일어난 사회적 사건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이드 잡>같은 명작이 탄생할 지도.

 

2. <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리사 앳킨스외,사이) 의 요지는 임금소득이 자산가치상승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자산소유 여부가 계급을 가르는 핵심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 중 하나가 정부의 자본이득에 대한 규제완화이다.:

“CR리츠 미분양 주택 매입시 취득세 중과,종부세 합산 배제”-17일자 한국세정신문 제목이다. 리츠활성화를 위해 개발단계에서 규제를 대폭 완화한단다. 그래봐야 부동산을 살 수 있는 자금여력이 있는 사람들 얘기 아닌가? 딴 때 같았으면 무심히 넘어갔을 텐데 <플루토크라트><이 모든 것은...>을 읽고 나니 오래전 <88만원세대>의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토플책을 버리고 짱돌을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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