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크라트 - 모든 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지음, 박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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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 마틴의 <파크애비뉴의 영장류>'뉴욕 0.1% 초상류층에 대한 인류학적 뒷담화' 였다면 이 책은 그런 초상류층의 배경과 원인을 해설하는 일종의 경제학적 주석이다. 책이 방대하기 때문에 쉽게 한 두 가지 골자로 수렴하기는 약간 벅차다. 산업혁명 이후 이제 세계는 세계화된 슈퍼리치(플루토크라트)들과 그 나머지로 엄청난 빈부격차가 진행되고 있다. 반기업정서라고? 걱정마시라. 저자 역시 하버드 출신의 주류에다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와 함께 인류가 개발한 최고의 시스템'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저자가 꼽는 키워드는 "세계화""기술혁명"이다. 러시아의 석유재벌이 영국의 축구팀을 산다. 미국의 공장이 인도로 이전함에 따라 인도의 중산층이 성장하는 '쌍둥이 도금시대'2012년 이 책의 배경이다. 특히 저자는 금융업의 약진을 지적하는데 파생상품의 개발,규제완화 등으로 성장한 금융업이 1% 내의 부자들에서도 0.1%와 나머지 0.9%를 갈라놓고 있다고 묘사한다. 예전의 부자들이 임대업을 하는 귀족 지주들이었다면 플루토크라트는 "일하는 부자들"이다.자수성가형이거나 중산층 출신으로 실리콘밸리가 상징하는 기술선도형 부자들이다. 승자독식경제와 운, 부를 창출하는 능력이 결합된 이들은 경쟁적이고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데주저함이 없다. 0.1%로 올라갈 수록 웬즈데이 마틴이 묘사한대로- 가부장적인 문화가 지배하는데,여자들은 킬러본능이 없어서 배제된다.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이 부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으며 자신들에 대한 규제를 악의적인 공격이라고 생각한다. (에인 랜드의 <아틀라스>같은 이미지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의 역할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맞지만, 그들의 북극성은 결국 이윤이며 공익보다 이윤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우회적이지만 분명한 우려를 표한다. 저자의 주된 우려는 갈수록 빈부격차가 벌어진다는 것, 그리고 계층이동성이 갈수록 작아지는 것이다. 세계화된 플루토크라트는 정치권력와 결탁하면서 그 진입장벽을 더욱 높이며 임대업을 하던 전근대 귀족처럼 지대추구를 한다. 러시아에 올리가르히가 있다면 중국에는 붉은 올리가르히가 있다. 월스트리트는 규제완화를 통해 더욱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또 하나 이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하는 수단은 교육이다. 어릴때부터 고액의 중국어 개인교습을 받은 플루토크라트의 자식들을 평범한 중산층의 자식들이 아이비리그 전형에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웬즈데이 마틴이 <파크애비뉴...>에서 아이를 명문 유치원에게 보내기 위해 한바탕 쇼를 벌인 이유다.) 하버드의 천재들이 예전에는 인문학을 전공하고 학계와 공직사회로 갔다면 엄청난 보수에 끌린 지금 하버드 학생들은 경영학과 경제학에 몰려서 30대가 되기 전에 플루토크라트가 될 꿈을 꾼다. 이런 빈부격차의 확대와 높아진 진입장벽은 결국 사회를 무너뜨릴 것이다. 그들을 떠받치는 하위계층 없이 플루토크라트가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역시 우회적으로, 하지만 분명하게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 묘사되는 정경유착, 학벌주의, 인문학 고사, 전관예우 등을 보면 한국인줄... 싶다. 한국적 폐해라고 알고 있던 이런 것들이 실은 미국이 원조 아닐까? 단지 한국이 나라가 작다보니 그게 더 분명하게 드러난 것 뿐이지 않을까? 세계 1%, 그 중에서도 더 격차를 벌이고 있는 0.1%의 슈퍼리치들의 초상화를 아시아 변방의 노동자가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오호 통재라, 2012년작인 이 책을 나는 왜 지금에야 읽게 된 걸까? 세계는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ps 1. 이 책을 다큐로 만들면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내용이 방대하고 실제 일어난 사회적 사건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이드 잡>같은 명작이 탄생할 지도.

 

2. <이 모든 것은 자산에서 시작되었다>(리사 앳킨스외,사이) 의 요지는 임금소득이 자산가치상승을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자산소유 여부가 계급을 가르는 핵심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 중 하나가 정부의 자본이득에 대한 규제완화이다.:

“CR리츠 미분양 주택 매입시 취득세 중과,종부세 합산 배제”-17일자 한국세정신문 제목이다. 리츠활성화를 위해 개발단계에서 규제를 대폭 완화한단다. 그래봐야 부동산을 살 수 있는 자금여력이 있는 사람들 얘기 아닌가? 딴 때 같았으면 무심히 넘어갔을 텐데 <플루토크라트><이 모든 것은...>을 읽고 나니 오래전 <88만원세대>의 광고 카피가 떠오른다. “토플책을 버리고 짱돌을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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