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 - 분노와 콤플렉스를 리더십으로 승화시킨 정조
김용관 지음 / 오늘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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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예상했던 건 CEO인 정조의 경영방식을 현실에 접목한 내용일거라고 생각했다. 초반까지는 몰랐지만 중반에 읽을 수록 왠지 이건 단지 정조에 대한 역사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조’라는 인물을 경영심리학적으로 분석을 한건 조금밖에 되지 않고 대부분이 ’정조’라는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정치해왔는가 하는 일대기라는 생각이 점점 들 수 밖에 없었다. 혹시나 마지막에는 현실과 접목되는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는 했지만 그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떤 책일까 하며 차분히 읽어나갔다. 우선 전체적인 느낌은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놀랐지만, 읽으면서 짜임새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조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했다면,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인격이면 인격으로 나누던가 아니면 시대순으로 배열하여 서술했다면 좀더 이해가 쉬웠으리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재의 정렬방식은 이 얘기했다가 저 얘기했다가 하는 느낌이라고 말해야할까? 왠지 두서없다는 생각도 들었고, 앞에 했던 내용이 뒤에서 또 나오니 반복되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순이 아니다보니 정조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수업시간과 대학교 역사시간에 들은 것 밖에 없는 나에게는 어렵게 느껴졌다. 정조의 역사에 대해서 얘기하는 부분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작가가 <영조실록>과 <정조실록>을 꼼꼼히 읽고 거기 있는 내용을 고대로 가져와서 그런걸까? 단어도 그렇고 내용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원체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린 편인데, 단어의 이해가 느리다보니 책 읽는 속도도 훨씬 느려졌다.  

우선 정조라는 인물은 참 맘에 들었다. 자신의 나라를 위해 적어도 10년, 길게는 50년까지 내다보고 치밀하게 정치를 하는 모습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똑똑했고 학문에 능했으며 처세술에 능수능란했던 사람인 것 같다. 게다가 호탕하고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을 보니 멋진 임금일 수밖에 없었다. 책 구절 중에,

행렬이  이천의 서현에 이르렀을 때에 한 늙은 백성이 길가에서 수박 한 소반을 받을어 임금에게 바치려다 군졸에게 막혀 들어오지 못했다. 그러자 정조가 이렇게 말했다. "옛날 글에 ’어느 농부가 미나리가 하도 맛있어 바쳤다’는 내용이 있는데 나는 저 수박을 맛나게 먹고 싶다." 그리고 농부가 올린 수박을 쪼개 한 입 베어 물었다.

라는 구절은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나는 평소에 인망이 두텁고 백성을 헤아릴 줄 아는 리더를 좋아한다. 밑에 사람들을 부릴 줄 알아야 제대로 나라가 선다는 걸 아는 정조는 나에게 하나의 로망같은 존재가 되었다. 게다가 이 구절을 보니 얼마나 호탕하고 털털한지 모르겠다. 위에 선 사람이라고 해서 밑의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다. 정조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배우려고 노력했고 스승으로 모시려고 했다. 게다가 하고 싶은 말을 잘 비유하여 시처럼 뱉어내는 정조의 한마디 한마디가 감동적이었다. 말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치밀한 정치적 면모를 보자면 인내심이 엄청난 사람이었다. 자신의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도대체 몇년을 기다린 것인지를 보면 알 수가 있을 것이다.  

『CEO, 정조에게 경영을 묻다.』 이 책 덕분에 정조, 영조, 정순왕후에 대해서는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경영적인 부분이 현실과 맞닿는 내용이 있을 줄 알았는데 없어서 조금은 실망했다. 나 스스로 정조에게서 CEO의 자질을 습득해야 하는 걸까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을 예정인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오해를 시작으로 읽지는 않을지 걱정된다. 단지 정조의 정치적인 내용과 측근들과 가족들, 거기서 나오는 심리적인 면을 조금 부각시킨 책이라는 점을 알고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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