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고 바라옵건대 안전가옥 FIC-PICK 7
김보영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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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소재와 작가진이 엄청나게 인상적고 기대되었던 <원하고 바라옵건대> 


김보영 작가의 첫 작품 '산군의 계절' 첫 페이지부터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삼국사기가 인용되고 본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곰의 후손답게 이놈들은 먹는 데 진심이다. 고봉밥으로 식사하는 와중에 반주라며 술을 마시다가 안주라며 고기를 굽고, 고기 기름기를 잡는답시고 쌈으로 싸고, 쌈에 감칠맛이 부족하다며 장에 버무린 나물을 종류별로 넣어 먹다가는 입가심을 한답시고 과일을 산더미처럼 먹다가 어이쿠, 다음 끼니때가 왔네, 하고 또 밥을 짓는다. 마늘은 또 어찌나 좋아하는지, 국이든 고기든 나물이든 마늘을 한 주먹씩 버무려야 시원하다는 놈들이다.


아, 무슨 얘기가 나올지는 몰라도 엄청 재미있을 것 같은 먹는 얘기에 어깨가 들썩이는 시작이지 않은가. 게다가 김보영 작가. 

삼국사기를 좋아한다는 작가는 아직 나라에 유교도 불교도 없고, 왕권이 공고하지 않고, 신화와 역사가 구분되지 않았던 시대의 우왕후와 후녀 이야기를 풀어낸다. 여기에 신수 '백호' 가 들어간다. 


삼국사기에 관심 있었던 적 없었어서 이런 이야기인가, 긴가민가 하면서 읽긴 했지만, 재미있었다. 다시 읽으면, 삼국사기에 관심 있었던 사람이라면 아마도 좀 더 이해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작품인 이수현 <용아화생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재미있어서 읽고 씁쓸한 결말임에도 바로 다시 한 번 더 읽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신수는 용이 되기 직전인 이무기. 대기근을 살아나가는 마을 사람들과 산과 땅과 물이 있는 장소를 파괴해나가는 외부인들의 침입, 우직한 주인공 규. 비극이지만 이해되고, 설득되고, 응원하고, 납득되는 그런 이야기여서 좋았다. 


기대하고 읽었던 위래 <맥의 배를 가르면> 은 사실 잘 이해도 안 가고, 동물원에 들어가서 광신도 같은 인간들이 맥이라고 추정하는 아메리칸 테이퍼라는 동물을 죽인다길래 어떻게 나올지 불안해하느라 더 몰입 안되기도 했다. 신수인 맥이 소재인 이야기다운 진행이었고, 리얼2, 꿈8 정도의 느낌이라 걱정했던 잔인한 장면은 안 나왔다. 반전도 있고,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했던 이야기는 작가의 말을 보면 내 방식으로나마 좀 더 이해간다. 이 책에 작가의 말 짧지만 소중. 맨 뒤에 몰려 있다. 작가의 말 중 꿈 이야기는 허무하다고 하는데, 작가가 어느날 궁전 안을 헤매대가 가장 안쪽의 방에서 십수 미터 전면창으로 도시가 내려다 보였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었다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꿈에서 깨어난 나는 당황스러웠다. 내 것은 다 어디로 갔지? 하지만 나는 허무감을 느끼진 않았다.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꿈의 끄트머리에서 내 마음을 향해 전능감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알게 되었다. 내 궁전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고, 깨어난 상태에서도 온 도시의 주인이었다. " 


이 이야기를 작품과 연결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작품이 선명하게 이해가지 않는 것은 꿈과 현실이 뒤섞여 있어서 그런거라 당연하다. 꿈을 꾸는 것, 자면서 꿈을 꾸는 것과 미래에 대한 꿈을 꾸는 것 (소망을 가지는 것)이 현실과 서로 어떻게 꼬리를 물고 있는지 어렴풋이나마 보이는 느낌이었다. 꿈고 현실이 만나 꿈의 끝자락이 현실에 넘어오면서 꿈에서 느끼고 생각한 마음도 같이 넘어와서 현실에 자리잡게 되는 것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작품인 김주영의 <죽은 자의 영토>도 재미있었다. 진묘수가 나온다! 트위터에서 보고 너무 귀여워서 나도 굿즈 사고 싶었던 진묘수. 작가 역시 "신수라고 하면 백호, 청룡, 주작, 현무처럼 모습부터 멋지고 화려한 서사를 가진 존재를 떠올리던 제게 진묘수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오동통하고 귀여워 보이는 모습이 죽은 자를 수호하는 신수하로 하기엔 너무나 소박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볼수록 묘한 매력이 있어서 언젠가 진묘수의 이야기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진묘수 사진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현대 배경이라(위래 작가 작품은 현대+꿈속이 배경 아닌가 싶고) 앞의 작품들에 비해 술술 읽히는가 했으나,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이승과 저승과 죽음과 삶의 경계에 있는 이들이 인상에 깊이 남았으니, 작가는 이들이 나오는 작품을 계속 써줘라. 써줘라.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만으로 단편을 남기지. 이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다 대단히 만족스러운 단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마지막 작품인 이산화의 <달팽이의 뿔> 도 어질어질한 작품이다. 작가의 말까지 읽고나면, 작품 속에 나오는 택사나 봉안람처럼 주저앉아 울 것 같은 마음이 드는 단편이었다. 바다의 곤이라는 존재가 하늘로 떠 붕이 되는데, 그 때 붕재라고 할만한 재난을 인간세상에 일으키기 때문에 바다로 나가 하늘로 뜨려고 하는 곤을 가라앉히는 침어꾼들이 있다. 작가는 "어질지 않은 자연 앞에 인간의 노력이 헛되이 부서지는 이야기를 보고 싶었으므로 이 글을 썼다." 고 한다. 작가의 말에서 등장인물들의 이름의 원뜻을 알게 되면, 더 와닿는 말이다. 달팽이의 뿔이라는 제목도 작품을 읽고 나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팔에 소름이 돋는다. 


앤솔로지는 좋기도 하고 별로기도 하지만, 좋은 작품 하나라도 있으면 좋은 독서라고 생각한다. 근데, 다섯 작품이 다 좋아? 다 다르게 좋아? 말도 안된다. 안전가옥의 픽픽 시리즈를 읽는 것은 처음인데,( 시리즈의 다른 책들은 표지가 딱히 관심 안 갔었다.) 굉장한 작품들이 있는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책들도 궁금해졌다. 단편이라서 좋은 작품들 (물론 장편으로 더 나와도 좋겠지만) 읽고 또 읽으면 더 재미있는 밀도 높은 이야기들, 많은 이야기들을 읽는 나에게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캐릭터들과 이야기들에 표지도 너무 아름답고, 아주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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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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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인 제목이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빈곤과 청소년, 10년 그 이상의 기록이다. 

청소년기인 여덟명의 아이들을 인터뷰하며 빈곤하게 살아 온 그들이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떻게 변할 수 있었는지, 그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아이들의 공통점은 빈곤한 상황에서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내적 자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책 처음부터 끝까지 빈곤이 구조적 문제이고, 사회문제임을 밝히고 있고, 그에 따르는 지원과 의식 전환의 필요를 역설하면서 동시에 개인으로서 활용한 방어기제들과 필요한 내적 자원들에 대해서도 관찰하여 논의한다. 


자기계발을 이야기할 때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일침을 두는 사람들이 있고, 사회 구조의 문제여서 자기계발의 여유가 없고 불가함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빈곤이 사회문제임을 분명히 하면서 그에 대응하는 개인의 자질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빈곤 아동 연구에서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지지해줄 수 있는 한 사람이었고, 그로 인해 길러진 회복탄력성이었다. 우리나라의 사례로 보니 더 와닿는다. 


빈곤 아동이 자라나는 토양은 빈곤 가정이다. 가정을 이루는 부모 역시 빈곤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별다른 자원이 없는 경우가 많다. 빈곤의 대물림인 것이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것은 시야를 좁게 만들기 쉽다. 가족 내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높은 확률로 몸이든 정신이든 아픈 가족, 혹은 가족들이 있다.) 가족 내의 안그래도 적은 자원이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간다. 나머지 가족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지 또한 극도로 좁아진다. 가정 내 약자인 아동, 청소년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세대를 잇는 빈곤 대물림은 사회 전반에서 구조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것은 청(소)년 세대를 좀먹고 우리 미래를 파탄낸다. 건강한 사회라면 '개인의 안락'을 추구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과 연결되어야 하지만 사회가 양극화되는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스스로 챙기지 않으면 낙오된다는 각자도생의 풍조가 생겨난다.



책에 나온 소희의 가족은 소희를 포함해 가족 구성원들이 우울증, 폭력, 알코올, 약물, 도박 중독 등의 문제행동을 보였다. 이러한 문제행동들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합리적 판단과 장기적인 계획 설계, 실천 의지들을 약화시킨다.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통제력과 집중력이 요구되고 규범과 질서를 강조하는 학교 환경과 목표지향적인 학교생활 잘 적응하기 힘든 경향을 보인다. 학교의 역할이 성적을 내기 위한 교육만이 아니며, 규범과 질서에 적응하여 사회화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는데, 학교는 성적에 좌우되는 경쟁에 치우치는 것 또한 문제이다. 책에서 빈곤 아동들을 위해 제안되는 다양한 방안들 중 제 일선은 학교이다. 그리고 복지센터와 지역아동센터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은 인프라를 가장 잘 활용한 예가 책에 나오는 지현이다. 지현과 어머니는 적극적으로 사회제도를 이용했고, 지현의 긍정적인 성격은 그녀가 공부하고, 직장을 가지고, 자신만의 가정을 꾸리기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더해 가난하고 불우했지만 어머니와 동생과 똘똘 뭉쳐 서로를 돌봐준 결속감이 있었다. 저자는 지현에게 있는 또 다른 힘을 언급한다. '성찰하는 힘'이다. 이것은 성공적으로 가난에서 벗어난 친구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힘이다. 


자신을 돌보고 스스로 자기 욕망과 사회적 위치를 사고하고 판단하는 내면적 성숙도인 성찰하는 힘을 기르고 자신의 가치체계를 만들어내는 청소년들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실패를 디딤돌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지현은 가난한 상황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에너지를 생존에만 올인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사회적 존재 가치를 인식하고 자아 욕구를 발견하는 전략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의지와 복지혜택으로 빈곤에서 벗어나서 청년이 된다고 하더라도 빈곤의 여파는 계속된다. 저자는 빈곤 아동들이 갖추기 힘든 것이 바로 '역량'이라고 한다. 여기서 역량이란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다. 빈곤 아동이 역량 혹은 자립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친구, 교사, 사회복지사와 복지관 등, 자신을 믿고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망이 필요하다. 


"사람이 힘을 내고 노력을 하는 데는 혼자만의 결심과 성취 욕구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인식, 내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 하는 사회적 욕구가 인간의 발전과 성숙에는 필수적이다." 


평생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연구해온 아마티아 센은 "빈곤은 단순히 재화의 부족이 아니라 자유로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역량의 박탈"이라고 설명했다.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망이 필요하고, 타인으로부터의 인식, 사회에서 해 내고 싶은 역할에 대한 욕구와 고민이 필요하다. 빈곤 아동의 경우 이것들이 자타의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역량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회복탄력성과 자아정체감이 필수이다. 청소년에게 자아정체감과 진로 탐색은 미래를 위해 아주 중요하다. 가난에서 벗어난 지현, 연우, 우빈 등 자아정체감을 안정적으로 형성하고 있는 친구들이 진로 탐색에도 유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진로 선택의 고민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 살고 싶은 삶,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정확하게 알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 활동은 뚜렷한 진로 전망이 생기면 훨씬 긍정적인 패턴을 보였다. 즉,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향해 관심이 집중되면 이전의 부정적인 생각이나 관계는 자연스럽게 단절이 되었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노력이 쏟아졌다. 자신의 불우한 환경과 조건에 대해 외부로 그 탓을 돌리거나 세상의 평가에 쉽사리 휘둘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적극성을 가지고 현실에 대한 객관적 평가, 진로를 한 정보 탐색, 도움이 될 만한 사회적 관계 만들기 등을 행동으로 옮겼다." 


내 일이 아닌 것 같이 여겨지는 사회 문제들이 있다. 자극적인 뉴스를 접할때만 한 번씩 사회를 욕하고 지나가게 되는 그런 문제들이다. 알고 보니 그것은 바로 나의 문제다. 이 책은 빈곤 아동 문제가 왜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의 문제인지 알게 해준다. 어떤 증명이 필요한 선별적 방식이 아닌 청년 세대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제도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의 사회정책들이 필요하다. 지난 몇 년간 청년 정책들을 보고 지나쳤는데, 작년과 올해에는 그 청년 정책들이 축소되거나 사라진다는 뉴스를 많이 봤다. 빈곤 아동에 대한 사회 인프라와 그들에 대한 인식 변화와 지원, 학교의 역할 확대, 그리고, 가난한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 지금 우리에게 가장 우선시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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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비즈니스 - 나의 삶과 일을 성장시키는 도구로서의 책
앨리슨 존스 지음, 김민희 옮김 / 유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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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다 보면 깨닫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내 생각이 더욱 명확해지고 세상이 기다려 온 해결책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책 쓰기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단계를 벗어나 나의 일과 노하우에 권위를 부여하고, 일반적인 생각에서 한 걸음 나아간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합니다. 게다가 삶의 다른 부분에도 더 나은, 새로운 습관을 갖게 해 변화된 자신의 모습에 놀라게 만들기도 합니다." (12)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한 '책쓰기' 에 대한 책이다. 책쓰기보다는 책쓰기로 인한 자기 발전에 방점이 있다. 

여기서 자기 발전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더 명확하게 하는 일의 발전을 의미하지만, 나는 나와 내가 하는 일을 구별하지 않으므로 자기 발전으로 받아들였다. 


좋은 내용이 많았지만, 아니, 매 장 좋은 내용이었지만, 내가 적용해볼 몇 가지는 이 책의 컨셉트와 책을 쓰는 타이밍, 블로그 쓰기였다. 


"블로그를 하는 것은 당신의 특권이므로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다 해도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블로그에 올리는 생각에 당신의 이름을 붙여야 해요. 일어날 일을 예측하거나 이미 일어난 일을 설명해야 합니다. 당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와 문화와 일에 대한 흔적을 1년 365일 매일 남긴다면 당신의 생각은 자연스레 깊어질 겁니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생각을 이어 나가면서 꿈도 꾸게 될 테죠. 매일의 루틴이 되는 것, 그게 바로 블로거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멋진 선물입니다." (103) 


글을 올릴 때 생각에 나의 이름을 붙이기. 

일어날 일을 예측하거나 이미 일어난 일을 설명하기.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와 문화와 일에 대한 흔적을 

1년 365일 매일 남기기. 


이렇게 하면 발전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디어가 가시화되고, 실행되지 않을 수 없다. '쓰기' 자체가 이미 실행이기도 하고. 

이 좋은 걸 왜 안 했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었을 때,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를 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 아닐 때, 

때려치고 싶지만 자신 없을 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발전시키고 싶을 때 


매일 고민하고, 아카이빙하고, 글을 쓰고, 그것이 1년여간 쌓여간다고 생각해보면 좋은 점만 있다. 

돈도 안들고 위험부담도 없다. 


이 책을 읽을 때 제일 먼저 떠올랐던 건 <나를 믿고 일한다는 것>의 어도비 코리아 우미영 전 대표였다. IT 영업 하면서 고객들에게 필요한 책을 번역해서 영업했다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그 또한 '책으로 비즈니스' 일 것이다. 책을 쓴다는 것은 많은 인풋과 고민을 녹여내는 글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일 것이다. 블로그를 하고, 글을 쓰는 것은 나 또한 아주 오래 해 온 일이지만, 배설과 해소와 안 봐도 그만, 보면 그랬네 싶은 앨범의 역할 정도였던 것 같다. 그 역시 이어가겠지만, 

좀 더 목표성을 가진 블로그를 계속 몇 년간 생각만 했는데, 이제는 정말 하루가 아깝고 미루지 말고 당장 써야지. 

오늘부터 1일이야. 


유유 특유의 작고 얇은 책으로 보이는데 페이지 수는 300페이지대의 알찬 책이다. 

두고두고 들쳐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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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避我路 2024-03-10 1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억 못 하시겠지만, 오래된 팬입니다. 하이드님 글 꾸준히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하이드 2024-03-11 16:05   좋아요 0 | URL
제가 좀 오래되었죠. ㅎㅎ 올해도 꾸준히 쓰자고 매년 하는 다짐했습니다. 오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바늘 끝에 사람이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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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사람이 있다고 

지상에서 7만 2천 킬로미터 위에 

사람이 남아 있다고." 


도서관에서 부지런히 빌려 읽다보니, 좀 더 다양하게 관심 가는 책들을 읽게 된다. 근 2-3년간 눈에 계속 띄던 이름인데, 

어느새 이렇게 다양하게 책을 많이 내셨네. 전혜진 작가님. 


단편들로 여기저기 앤솔로지에서 보다가 이번에 단편집 <바늘 끝에 사람이> 읽었고, 어느 단편 하나 구멍 없이 다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첫번째 단편인 <바늘 끝에 사람이> 의 심상은 앞으로도 계속 생각날 것 같다. 우주로 뻗은 궤도 엘리베이터 위에서 농성하는 주인공. 바벨탑과 같이 하늘 끝, 우주 속으로 쌓아 올린 궤도 엘리베이터를 만드는데 갈려나간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몸의 부분들이 갈려 나갔고, 회사에서는 인공 기관으로 갈아준다. 그리고, 어마무시하게 비싼 인공 기관을 반납하거나 비용을 내지 않으면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다. 공사중에 팔이 잘려서 새로운 팔을 달고 계속 일했는데, 팔을 내놔야 그만둘 수 있다. 

주인공은 누구보다 더 오래 일했고, 오래 일한만큼 많이 상했고, 기계로 몸의 대부분을 대체했다. 지구 표면에서 7만 2천 킬로미터까지 뻗은 엘리베이터 위에서 농성하는 몸 대부분이 기계인 '인간' 과 그를 기어코 죽여야 겠다는 인간들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해서 아찔하다. 


<할망의 귀환>과 <단지> 는 제주 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다. 4.3 이야기가 나온다. 

뭍에서 온 남자들, 그들이 제주에서 벌인 살육. 한라산인줄 알았던 것이 일어나는 묘사에서 소름이 쫘아악.. 


<안나푸르나>에는 괴물부모가 나온다. 과거와 현재의 현실 반영 절망적인 교실 이야기인데, 희망이 있는 이상한 소설이다. 

답도 없는데, 앞으로 나가게 하는 그런 보이지 않는 힘을 보여준다. 


<내가 만난 신의 모습>은 학도병이었던 시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악한 인간과 그만치는 아닌 약한 인간들. 


<너의 손을 잡고서> 는 광주 이야기다. 

여기 나온 교련 남선생, 정말 중3때 윤리 남선생이랑 똑같아서 읽는 내내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살아 남은 여자들이 살아 나가는 결말이다. 


노동현장에서 죽고, 국가 폭력에 의해 죽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SF, 고전, 설화, 호러, 스릴러 장르인데, 현실이 그와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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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런트 데스크 다산어린이문학
켈리 양 지음, 이민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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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자유를 찾기 위해 이민 온 미아의 부모는 왜 미국에 왔냐고 엉엉 우는 미아에게 미국이 더 자유롭기 때문에(freere) 라고 말한다. 미아는 미국에서는 어떤 것도 공짜(free)가 아니야. 미국에서는 모든 것이 비싸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중국에서 엔지니어와 교사였던 미아의 부모는 미국에 와서 집도 없이 차에서 살기도 하고, 레스토랑에서 튀김 보조로 일하며 겨우 방 한 칸 아파트에 살기도 한다.그러던 그들이 월세를 낼 필요도 없이 칼리비스타 모텔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들이 고객당 받게 되는 돈을 들었을 때, 세상이 온통 밝게만 느껴진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모텔 주인인 야오씨는 당시의 흔한 악덕 사장이었고, 한 명 고용할 돈으로 미아 부모와 미아까지 모텔 일에 쉬는 날도 없이 주7일 24시간 매이게 된다. 부모님이 모텔 청소를 하는 동안 미아는 모텔의 프런트 데스크를 보게 된다. 아니, 아이가 프런트 데스크를? 싶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고,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여덟 살로 미아보다 훨씬 어린 나이였다고 한다. 


베스트셀러 책이란 이런거구나 싶게 흠잡을 곳 없고, 감탄할 부분만 있는 글과 플롯과 결말이고, 

씩씩한 미아의 모습은 그냥 씩씩한 어린 여자 아이 주인공이라고 말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현실성이 있다. 책을 읽는 미아와 함께 부끄럽기도 하고, 미아와 함께 우쭐하기도 했다. 


미아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미아네 모텔을 찾아오는 형편이 아주 안 좋아 하룻밤 잘 곳과 한끼 식사를 찾는 같은 나라 동포들을 야오씨 몰래 재워주며 안전망이 되어준다. 그들은 피가 섞이지 않고, 아는 사람뿐 아니라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미아의 삼촌이고, 이모이다. 불법이민자들을 괴롭히는 다양한 사례들이 나오고, 그들을 가족처럼 돌봐주는 미아네 가족이 나온다. 미아네 가족도 정말 쉼없이, 밤낮없이 일하는데도 찢어지게 가난하고, 그로 인해 미아가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생생하다. 


이 이야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미아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미아의 엄마는 미아에게 너는 네이티브도 아닌데, 왜 자꾸 글을 쓰겠다고 하냐고 구박하고, 미아는 속상해하지만, 모텔에 묶는 주단위 고객과 친해져서 사전을 빌리고, 글을 쓴다. 주로 편지인데, 보내지 못하는 편지들도 많다. 하지만, 글을 쓰고, 사전을 보면서 글을 고치면서 치유되고,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 있지, 분명. 그리고, 그것은 결국, 미아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갑갑했던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해결되는 부분은 통쾌했다.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하며 읽었고, 1권의 마지막은 다음 권을 엄청 기대하게 만든다! 


켈리 양이 올리는 글이나 쇼츠를 종종 본다. 어른 미아 같다. 잘 웃고, 잘 울고, 씩씩하다. 

프론트 데스크는 미국에서 금서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던 책이다. 다양한 사회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미아 또래의 어린이들에게도, 미아의 나이를 살아낸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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