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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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다. 벌써 8회라고 하고, 나는 수상작품집들에서 손 놓은지 오래라 정말 오랜만에 읽는 수상작품집인데, 예상외로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다. 읽으면서, 여자 작가들이 많네, 작품마다 평론이 실려 있는데, 평론가들도 여자들이 많네. 싶고, 페미니즘 소설집을 표방한 '현남 오빠에게'를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소설집을 페미니즘 소설집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여자가 하는 여자 이야기들이 많았다. 뒤에 나오는 심사평을 보면, 여자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이었고,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심사 중에 레즈비언 소설은 레즈비언이 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고, 소재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일곱 작품 중 최은영의 <그 여름>은 레즈비언 멜로드라마라는 평, 천희란의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에는 레즈비언인 작가와 그녀가 거둔 효주의 편지글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그 여름>은 기존에 동성애가 소설이나 영화에서 소비되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연애에 집중했고,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는 결말을 짐작 가능한 편지글로만 이루어진 서술트릭의 미스터리 단편 같았다.(좋았다는 이야기) 


최은미의 <눈으로 만든 사람>은 친인척 성폭력, 강화길의 <호수- 다른 사람>은 데이트 폭력을 다루고 있다.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은 시작부터 고양이의 죽음, 어쩌구 나와서 대충대충 봤고, 대상 수상작인 임현의 <고두>는 정말 재수없는 주인공이 나온다. 김금희의 <문상>에서 유일하게 밑줄을 그었다. 


재미있게 읽은 건 최은영의 <그 여름>, 지금의 애인을 만나고 나서, 나는 모든 사랑 이야기를, 아니, 사랑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들까지도 내 사랑의 필터를 끼고 읽게 된다. 심사평에 '계급'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부분은 잘 모르겠네. 무슨 재벌가의 후계와 가난한 집 딸도 아니고. 어릴적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었던 수이와 수이를 만나고 사랑하며 여자를 좋아하게 된 이경. 둘의 성향이 달랐고, 그걸 이경이 서서히 깨닫게 되지만, 자신과 비슷한 은지때문에 수이를 버리지만, 은지와도 잘 되지 않는다. 

연애를 하며 두 사람이 한사람 반같이 되며, 서로의 같은 점과 다른 점들을 맞추고, 인정하고(체념하고), 존경하며 연애의 날들을 이어간다. 이 사랑은 첫사랑이다. 결말이 정해진 첫사랑. 수이가 이경을 먼저 떠나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 이경이 다시 돌아가면 받아주기도 했을 것 같지만, 이어지는 작가의 말에 나오듯 수이는 어디에 있을까? 


" 이경은 서서히 깨닫게 됐다. 수이가 자신에 대해 별로 말하지 않았던 건 수이의 그런 성향 때문이라고. 수이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에 대해 이경만큼의 생각을 하지 않는지도 몰랐다. 수이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었고, 선택의 순간마다 하나의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는 것이 수이의 방식이었다. 수이는 자동차 정비 일을 하면서 그것이 자기 인생에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지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니까 최선을 다해 수행할 뿐이었다. 반면 이경은 끊임없이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려고 했고, 어떤 선택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했다." 



수이는 마지막 순간에야 많이 울고, 사랑했다 이야기한다. 그동안 수없이 행동으로 선택으로 보여줬지만, 그 말을 그 전에도 해주면 좋았잖아.. 생각하지만, 아니겠지.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수이는 수이의 언어로 충분히 사랑을 표현했고, 이경 역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면서, 사실은 늘 듣고 있는 수이의 마음을 의심했다.    


김금희의 <문상>도 인상 깊은 작품이다. 

송은 대구로 문상을 간다. 희극배우는 송을 놔주지 않고, 산책도 하고, 밥도 먹는데, 세상 우울한 희극배우라서 송도 독자도 기분이 찜찜하다. 


" 마주보면서 송은 희극배우의 나이가 몇이더라, 생각했다. 자기보다 많게는 열 살쯤 많을 것이다. 자기도 십 년이 지나면 저렇게 되어 있을까. 다시 생각했다. 저렇게 불안하고 우울하게 안정감 없게 외롭게 가진 것 없게 내쳐진 채 나쁘게, 살게 될까. 송은 희극배우가 확실히 나쁘다고 생각했다. 왜 나쁘냐면 지운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옛일을 완전히 매듭짓고 끝내고 다음의 날들로 옮겨온 흔적이 없었다. 그의 날들은 그냥 과거와 과거가 이어져서 과거의 나쁨이 오늘의 나쁨으로 이어지고 그 나쁨이 계속되고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어떤 선택을 하든지 어차피 나빠질 운명인 것이다. 선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가 선택되는 것이다."  

 

일견 맞는 것 같지만, 되게 꼬인 말이다. 과거와 과거가 이어지지. 나쁨만 있었을까. 좋음도 있었을텐데. 그게 지금 그 사람인건데, 아버지 장례식중인 우울한 희극배우. 송의 옛연인 양과 조용히 우는 사이.였던 희극배우. 안쓰럽지만, 가까이하고 싶지 않네. 그런건가. 


가장 몰두해서 읽은 작품은 강화길의 <호수- 다른 사람> 이었다. 이십년 지기 친구가 호숫가에서 폭행을 당한채 발견된다. 의식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이 "호수에 두고 왔어" 였고, 완벽해 보였던 남자친구가 찾아와 폭행당하기 전날 무슨 말을 했는지 집요하게 묻는다. 화자의 회상에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목격했던 이야기, 경험했던 이야기, 들었던 이야기들이 플래시백처럼 삽입되어 있는데, 데이트 폭력의 징후들, 데이트 폭력을 당했던 것, 모르는 남자가 쫓아와서 집을 확인했던 어떤 여자 이야기, 어릴적 봤던 동네의 매맞는 여자 이야기 등등.. 폭력의 야만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가. 그리고 여자를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경우는 얼마나 흔한가. 


이래저래 알찬 작품집이었다. 젊은 작가들을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이 읽히게 하기 위하여 행사 1년간 보급가이다. 아는 작가는 김금희 작가정도였다. 강화길, 최은영, 천희란, 최은미의 이름을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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