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책방
기타다 히로미쓰 지음, 문희언 옮김 / 여름의숲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일본 책계의 이런 기획들은 놀랍다. 최근에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런 기획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그 내용이 알차서 성공하는데에 토양이 될 일본의 책문화가 정말 부럽다. 


이 책은 워크북 형식으로 네가지 과제를 가지고 '책방의 방식'을 생각해보는 책이다. 

1장인 '정의하다'에서는 책방의 정의를 생각한다. "책을 파는 것만이 책방의 일이 아니라는 전제"로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인터뷰 했다. 2장인 '공상하다'에서는 이런 책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공상이으로 '앞으로의 책방' 을 위한 힌트를 찾는다. 3장 '기획하다' 에서는 새로운 책을 파는 방법으로 과거 기획했던 기획 사례들로 독자에게 책을 전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여기 나온 기획들 중에 낯익은 기획들 있는데, 이 책에서, 그러니깐, 일본 서점계 이벤트에서 가져온거구나 싶다. 하지만, 서점계 주도 이벤트와 출판사 주도 이벤트의 차이는 작지 않다. 일본의 책소비자와 우리나라의 책소비자도..  4장 '독립하다' 에서는 서점 근무 경험을 살려 독립한 사람들을 인터뷰 하고 있다. 


책방의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 이 책을 통해서 '책방'이라는 삶의 방식에 대한 생각이 좀 더 깊어지고 또한, '앞으로의 책방'의 본연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이길 바랍니다


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책방'이라는 삶의 방식이라는 말이 너무 멋져서 몇 번이나 되뇌었다. 책방이라는 삶의 방식.이라니. 


책과 책방에 대해 맘적으로 친구, 가족, 애인, 스승, 멘토, 테라피스트, 등등 모든 역할을 다 맡기고 있는지라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감정이입해서 읽게 되는데, 잘 쓴 전문가의 책들이 그렇듯이 이 책도 책, 책방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내 일에 대해서도 쉽게 대입되어 교훈과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생각하기 전에 움직여라'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사실 저도 굉장히 부정적인 사람이라서 자주 생각에 빠지거나 몰두하는데, 생각하느 ㄴ시간을 첫발을 내딛는 데 사용하면 뜻밖에도 길은 열립니다. 무리라고 생각해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각오는 중요합니다. 물론 따끔한 일을 겪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경험으로 여기고 다음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생각만 많아서 뭔가 하면 될 것 같은 나를 위한 따끔한 일침 되시겠다.


편리함만이 가치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 서점계도 아마존 이전과 이후의 시대로 갈리는 것 같은데, 끊임없이 '책방'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 보인다. '주문하고 다음 날 바로 도착하는 편리함보다 기분이 좋아지는 무언가가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저는 책을 읽는 것보다, 책을 파는 것보다, 책과 사람의 만나는 방법을 디자인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라고 말하는데, 


이부분이 좀 신기하다. 출판계 사람들을 옆에서 보면, 다들 책 읽는 것을 기본적으로 좋아하고, 많이 읽는다. 아니면, 내가 아는 출판계 사람들만 그런 것일까? 인터뷰한 사람들 중에 '책을 읽는 것'보다 '책을 파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보인다. 저자만 하더라도 '책과 사람의 만나는 방법을 디자인하는 것' 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하지 않는가.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긴 해야겠지만 말이다. 저자가 원하는 건 '책방의 현장에서 무엇을 하기 보다 책방에 가지 않는 사람을 위해 무언가 하는 것' 그런 기획들이다.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어떻게 책에 흥미를 갖게 할 것인가, 책 마니아을 많이 늘리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하면서 일한다고 하는데, 중요하다. 중요한 부분이다. 일회성 이벤트건 꾸준한 이벤트건,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벤트로 책을 더 사게 하는 것도 좋지만, 책 마니아를 늘리는 것이 물론 당연히 중요하고, 이건 책방뿐만 아니라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 출판사, 서점, 도매, 도서관 등등 뿐만 아니라 국가 주도로 해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한국 SF 시장의 고정 고객은 3천명이고, 이 3천명이 책 나올때마다 사니깐, 그럭저럭 SF 시장이 돌아간다고 들었다. 근데, 이 SF 마니아 두 명이 결혼을 한거라. 결혼해서 책장을 합치고, 책 두 권 사던거 한 권만 사게 되고, 그래서 2,999권만 팔리게 되어 한국 SF 시장이 망했다더라. 라는 우스개 소리가 우스개 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사라는 법 있나,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특정 책을 한 권만 사는데 (나처럼 똑같은 책 산지 모르고 두 권, 세 권 사람도 극히 일부 있겠으나) 선물로의 책은 똑같은 책도 몇 번이나 같은 책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선물용으로의 책 관련 기획들도 눈에 띈다. 책선물이 어렵다. 책선물 하지 않는다. 라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건, 선물하기 얼마나 좋은데. 나 완전 잘할 수 있는데. 


책과 잡화를 함께 파는 경향도 강한데, 이건 요즘 우리나라 서점들에서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일본처럼 자리잡으려면,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책 추천, 책 액자, 책 처방, 생일 책 등등 기발한 기획들이 많다. 아까 우리나라 출판사들에서 몇가지 시도했었다고 했는데, 성공했...는지는 얘기 안 할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Title 책방주인 쓰지야마는 말한다. 

"리틀 프레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서평 일을 드문드문 받고 싶다든가, 카페에 책을 골라주는 일도 하고 싶습니다. 여기에서 가만히만 있으면 힘들다고 생각하니까 책과 관련된 일은 무엇이든 하고 싶습니다. 쓰고 만들고, 다른 장소에서 하고, 그 정도밖에는 없을지도 모르지만요." 


이 책 읽으면서 딱 하나 거슬렸던 것은 인터뷰한 사람들이 효율성이 없는, 돈보다 중요한, 즐거운, 천천히 하고 싶은, 등등의 생활감 없는 말들을 많이 했던 것이다. 심지어 투잡인 경우도 많음. 하고 싶은대로 하면, 네, 좋겠지요. 하지만, 월세는 어떻게 내지요? 월급은 어떻게 주지요? 생활비는요.. 하고 나 혼자 묻고 있더라는.


역시, 일본도 쉽지 않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보람과 즐거운 일에 대한 신념이 굳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뭐라도 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이런 기획에서 굳이 생활감을 드러내며 공감을 살 필요는 없었겠구나 싶긴 하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인터뷰를 옮겨 본다. 책방 프리랜서?!인 구레씨의 인터뷰다. (북카페나 책방에 책 어레인지해주고, 교육해주는 그런 일을 한다) 


책방에 간다는 체험이 그 사람에게 있어서 일상에서 조금씩 멀어져 자신의 시간을 갖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느낌의 고독감이라고 할까, 독립해서 생각할 기회를 주는 '조용한 책방'을 하고 싶습니다. 


이 책에도 나온다. 2만여 장서를 가진 사람, 책방을 하는건 아니지만, 책방만큼 책을 가지고 있고, 책 위주로 살고 있으면 그것 또한 책방 아니겠냐고. 2만권까지는 택도 없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만으로도 충분히 나만의 책방을 만들고, 내 시간을 가지게 해준다. 조용한 책방인 셈이다. 내 책방에는 고양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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