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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야기하기 시작한 그는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10년 7월
평점 :
도서관에서 읽기 좋은 책이다. 두시간 정도면 졸다 깨다 하면서 읽을 수 있다. 집에도 읽을 책들이 많고, 새로 주문하는 책들도 있다. 그 와중에 한권씩, 두권씩 빌려보기 좋은 책이다. <격투하는 자에게 동그라미를>에 이어 <내가 이야기하기 시작한 그는>을 읽었다.
다섯가지의 단편 연작인데, 각각의 눈으로 공부도, 사랑도 너무 열심히 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에게 버림받은 부인, 그를 따르던 부교수, 그가 부인을 버리고 떠나 함께 사는 여자의 딸, 그의 친딸을 만나는 남자 등등
미우라 시온의 이야기는 뭔가 쎄한 부분이 있다.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지 않아서 감정이입이 잘 안 되기에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된다.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들도 아니고, 각각의 '사랑' 에 관한 이야기들이 둥둥 떠다닌다. 한동안 책을 재미있게 못 읽었는데, 그래도 미우라 시온 책들을 읽으면서 숨쉬듯 책을 읽게 되는 그런 독서의 호흡을 찾았다.
<내가 이야기하기 시작한 그는>에서 잡은 사랑과 삶에 관한 글들 :
격렬한 감정은 책과 같다. 아무리 두꺼워도, 언젠가 끝이 나온다. 나는 이미 격렬함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저 시작도 끝도 없는 생활을 계속해나갈 뿐이다.
아무리 고민과 괴로움이 있어도 뒤로 미뤄둔 채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잠을 잔다. 뒤로 미뤄놓을 수 있는 구조로 생겼다니 마음이란 의외로 잔혹하다.
아직 끝내고 싶지 않다고 희망하는한 우리는 떨어진 꽃잎들을 계속 그러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한데 모아서 어떤 꽃의 일부였는지를 상상한다. 식탁에 둘러앉으면서 생각했다. 뻔뻔하지만 착실한 이런 형태의 제스처는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가 없는 곳에는사랑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사랑이 있다고 생각했던 장소에 나중에 이해할 수 없는 공백이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공백속으로 빠지지 않도록 더 깊이 사랑해야 하는가?
사실은 하나이지만, 진실이란건 사람의 머릿수만큼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