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이 죽었다고?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 풍기듯이 김경욱이란 작가는 1971년생이지만 1977년생인 나와도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장국영이 죽은 날은 4월1일. 새새한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참 싸이월드에 매진하고 있던터라 각종 클럽에서 장국영 추모글이 올라오는 것, 그의 사진들, 영화들의 동영상 등이 올라오는 것을 보며 마음 갑갑해 하던 기억이 난다. 그 날이 만우절이었기에, 거짓말 하지 말라며, 고약한 거짓말이네 하며 인터넷 포탈싸이트에 접속하던 것도 생각난다.

아홉개의 단편에 나오는 '나'는 다른 사람들이지만 한 사람 같다.

한국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읽어도 열광하지 못할 뿐더러, 아무리 옆에서 찔러도 잘 사게 되지도 않는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왜 내가 한국 소설을 읽지 않는가' 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소설 '장국영이 죽었다고' 만 놓고 보자면,
그건 아마도 내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굳이 보고 싶지 않아 하는 이유와 같지 않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낯익은 대중문화의 기호들. 내가 그것들을, 예를 들자면 미국 소설에서 읽었다고 한다면, 난 아마도 TV나, 잡지나, 책 등을 보고 간접적으로 아는 그 기호들에 만족해 하며 즐거워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내 옆에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살아온 한국 사람에 의한 것이라면, 끌리지 않는 것이다.

비슷한 감수성들에 교집합을 느끼지만, 그래서 외려 찜찜해지는 기분.
책을 읽었다는 느낌보다 허무와 후회와 무의미함 등의 감정 속에서 허우적 거리다 나온 기분이다.

전혀 다른 세계, 전혀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헤매다가 현실로 팽개쳐지는 기분도 그리 훌륭하지는 않지만,
현실에 한 다리 굳게 디디고, 허구에 한 발 깔짝대며 넣었다 뺐다 하는 것도 그닥 좋은 기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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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01-1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러셨군요. 아마도 이런 부분이 님과 제가 확연히 다른 길을 가는 교차점인 것 같네요. 아쉽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의 감상을 읽는 건 좋아요.

2006-01-11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6-01-11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추천하는 책은 좀 한참 지나서라도 기회 되는대로 읽어보려고 합니다. 삼미수퍼스타즈를 올해 읽었던 것처럼.. 이 책과 함께 샀던 '고래'는 또 언제 읽을지 모르겠지만요. 하루님의 리뷰가 책보다 더 재밌었어요. ^^; 아, 그리고 단편중 '장국영이 죽었다고' 와 '낭만적 서사와 적들' 은 좋았습니다.

Kitty 2006-01-12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국 소설은 왠지 잘 안 읽게 되어요.
작년 한해동안 읽은 한국 소설이라고는 삼미슈퍼스타랑 이상문학상 수상집이 전부였던 것 같아요..

moonnight 2006-01-12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었는데.. ^^; 언젠가부턴 한국소설이 많이 땡기더라구요. ;; 조금씩 바뀌나봐요. 음. 이 책 안 읽었는데.. 하이드님 리뷰에 또 솔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