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셋 리미티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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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이 마주 앉아 있다. 흑과 백으로 구분되는 그들의 대화로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된다. 

흑: 흑은 철장(교도소)에서 목사가 되었다. 

백: 백은 교수다.

흑: 흑은 말로 하기 힘든 나쁜짓을 많이 했고, 교도소 안에서 싸움이 붙어 이백팔십바늘을 꼬맸다. 그 와중에 하느님의말을 듣는다 

백: 백은 생일날 아침 선센리미티드(급행 기차) 로 뛰어든다. 

흑: 흑은 그런 백을 구해낸다. 


위에는 흑과 백을 설명하는 글을 썼지만, 실제는 '흑'과 '백'으로 핑퐁처럼 끝도 없이,아니 끝을 향해 이어지는 대화의 연속이다. 

자살하려는 백인 교수를 구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흑인은 백인을 자살하지 않도록 설득하려 한다. 두 명이 나오는 한 편의 연극장면 같은 이야기다보니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를 떠올리게 된다.


HBO의 드라마 영화에서는 토미 리 존스가 감독고 백인교수 역할을, 사무엘 잭슨이 흑인 역할을 했다고 하니, 글 못지 않게, 영화 또한 포스가 보통이 아니다.


모든 중요한 것은 약해지고, 결국 파멸하기 때문에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하는 교수. 

교수를 설득하려고 하지만, 말을 찾지 못하는 흑인. 


미안합니다. 댁은 착한 분이지만, 나는 가야겠습니다. 나는 댁의 이야기를 다 들었고 댁은 내 이야기를 들었고 이제 더는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댁의 하느님은 한때는 무한한 새벽의 가능성에 서 있었을 게 분명한데 그 하느님이 만듣어 놓은건 결국 이거네요. 그나마 이제 끝이 나고 있고요. 내가 하느님의 사랑을 원한다고 하지요. 하지만 나는 원하지 않습니다. 혹시 용서는 원할지도 모르겠지만 용서를 구할 상대가 없네요. 되돌아가는건 불가능합니다. 바로잡는 것도 불가능해요. 전에는 어쩌면 가능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무()의 희망밖에 없습니다. 나는 그 희망에 매달리고 있고요. 자 이제 문을 열어주세요 부탁합니다.


그를 잡을 수가 없다. 문을 열면 죽는데, 문을 열지 않을 수가 없다. 무의 희망에 매달리는 그에게 줄 수 있는 말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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