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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로망 백서
박사.이명석 지음 / 북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별에서 와서 별로 간다.
삶이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일 뿐이다.
린트부름 요새의 단첼로트 폰 질벤드레히슬러
오프라인에서 제가격 주고 살만큼 예쁜 책이었다.
발랄한 표지에 휘리릭 넘겨봐도 재생지에 어울리게 자리잡고 있는 칼라사진들.
'여행'에서 가질 수 있는 '여행' 을 꿈꾸며 가질 수 있는 '여행자'의 로망에 대한 책이다.
떠나기 전에 가지는 로망, 여행중에 가지는 로망, 그리고 공상속의 여행의 로망이다.
매일매일 하는 사소한 일들, 이를테면 아침에 커피를 마신다거나,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거나, 등도 여행중에는 로망이 될 수 있다. '여행'이란 단순히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음을 의미하지만은 않는다.
여행과 관련된 모든 생각들, 사람들, 관계들, 벗어난 일상성 등이 내 앞에 온전히 펼쳐지는 것. 매일 아침 도투루에 가서 커피와 토스트를 시켜놓고 그날의 여행계획을 짜곤 했어. 신주쿠였지. 라는건 어쩌면 매일 아침 스타벅스에 들러 모닝샌드위치와 커피를 사서 일터로 향하는 서울의 내 모습과 묘하게 겹치고 또 엇갈린다.
여행하는 자의 책.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던 완전한 타인의 경험을 훔쳐보는 그런 여행서가 아니다. 이 책은. 막상 여행하는 이야기이기 하지만, 여행기는 아니고 여행에서 부닥치는 '로.망' 들이 독자 각기의 경험을 불러내어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거다.
책의 로망에서는 첫줄부터 "책장을 덮기도 전에 여행가방을 싸게 만드는 '영감의 책'은 수도 없이 많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크레타, ... " 뜨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크레타와 에게해를 마음에 담고 비행기표를 덥석 사버린걸 어찌 알았지. 혹은 철학자의 로망에서는 홀로 여행하며 누적되는 고독의 누적에 패배감이라는 덩어리를 만든다는 이야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테네의 언덕의 태양에서 쇼펜하우어에서 에피쿠로스로 옮겨 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도 했다는 그. 정착의 로망에서는 생활의 고단함으로 사는 곳을 정하지는 못할지라도 죽는 곳은 정해보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니 프랑수와의 '책과 바람난 이야기' 가 책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독서일기는 아니였듯이 이 책도 여행에 관한 책이지만 여행기는 아니다. 그리고 보통의 여행이야기나 브라운 신부의 에차 에피소드 등등의 가끔 나오는 책이야기도 반갑다.
완전 새로운 이야기는 글쓴이의 공상섞인 로망들 뿐이겠지만, 우리는 모두 다르니 때로는 글쓴이의 생각을 부정하겠지만, 그저 아는걸 공유하며 동병상련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독서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