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요런 책들을 읽었다. 하루키는 아직 읽는 중이고 ( 단편 앞에 두 개 정도 읽었다. )

바로 직전에 읽은 천명관의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는 반 정도 읽다가 포기.

 

읽는 책의 반 이상이 미스터리 장르이고, 번역되는 미스터리들 읽다보면, 일본작가와 영미권 작가에 치우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저자들의 책들을 ( 유시민, 강상중, 등) 읽고, 소설들을 읽고, 인문학,예술 분야 책들 중 관심가는 책들을 찾아 읽는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무당 거미의 이치>를 읽으면서는 꼴배기 싫어진 출판사에 대해 생각했다.

반양장과 분권과 표지 얇따람에 분노하며 백만년만에 출판사 카페에 글 썼는데, 애정하는 출판사였던 손책이 왜 이렇게 되었나. 에서 시작해서 내가 라이트팬이긴 하지만, 책 다 사는 라이트팬인데, 장르물에 그 중에서도 시리즈물에 독자 하나 새로 만드는게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만 할 뿐이지만, 이딴식으로 해서 독자 하나 읽는건 쉽겠구나. 생각. 이건 딱히 손책만의 이야기는 아닌데, 뻔하디 뻔한 마케팅만 하고 새로운 독자 만드는데 게으른 출판사들이 무슨 탓들만 한다. 책값만 맞추면 신규독자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지. 책값 심리 마지노선. 따지면서 신규독자들이 금액만 보고 책이야 문고판이던 양장이던 상관안 할꺼라고 생각하는지, 바본가. 그러면서 기존 시리즈물 독자들의 컴플레인을 예상하고, 받고, 현명하지 못하게 대처하고.

 

꾸준히 읽어온 시리즈물들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시리즈물이 한두개도 아니고, 나오면 읽는거고, 안 나오면 잊는 거고.

 

존 스칼지의 <신엔진>

new engine 아니고 'GOD' engine, GODENGINE이다.

 

존 스칼지를 좋아한다. SF작가들 중에 "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작가가 아닌가 싶다.

정말 재미있고, SF 작품들이 그렇듯이 미래를 그리면서 현재에 대한 성찰을 가져오는 부분도 부족하지 않다.

일단 재미가 있어야 책을 읽을 것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 좋아하는 해피엔딩.

주인공은 곤경에 빠지지만, 그로 인해 괴로워하며 책장을 얼른 얼른 넘기고 싶어질때 즈음엔 통쾌하고 상쾌하게 곤경에서 벗어나고 악의 무리들을 물리친다. 는 거. 근데, 그걸 우아하게 위에 말한 '성찰'과 함께 가져오니 자신있게 추천하는 작가. 원래도 늘 계속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닌 작가인데, 이 얇고, 강력하고, 전혀 유쾌하고 통쾌하고 상쾌하지 않으며 우울 쩔고, 처음엔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어리둥절하다가 스토리에 익숙해질때 즈음엔 끝까지 으아아악 속으로 외치게 만드는 이야기.

당연히 이 책을 처음부터 읽으라고 추천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존 스칼지와 사랑에 빠졌다 싶으면 이 책도 꼭 읽기를 권한다. 그간 좋아했던 모든 것들이 하나도 없어도 여전히 재미있고, 스토리는 강력하고, 이건 존 스칼지다. 싶어져서 신기해하며 작가에 대한 사랑을 업그레이드. 해외 리뷰 중에 존 스칼지의 쌍둥이 동생이 존 스칼지를 가둬 놓고 쓴 글 같다. 는 내용이 있는데, 다 읽고 나면 완전 공감.

 

천명관의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고래'라는 작품을 좋아했다.

이렇게 그럴듯한 제목과 천명관이라는 이름과 예쁜 표지에 낚여서 이 다음번 책 사는 속도를 늦출 것 같은 책이다.

 

위에 열거한 책들을 쭈욱 읽으면서 주말을 보냈는데,

번역서는 번역서대로 국내 저자는 국내 저자대로 유려한 문장들을 술술 읽다가 중간에 이게 뭔가 싶었다. 진짜 왠만하면 참고 읽는 스타일 아니고, 참고 읽을만큼 책에 대한 불호 플러스 낭비를 안 하는 편인데, 정말 꾹 참고 읽었다. 다 읽지도 못했다.

 

아무 페이지나 펼친다.

"정희는 커피잔을 들고 서재에 들어가 맥북을 켰다. 그리고 부팅을 기다리는 동안 에스쁘레소를 두 모금 마셨다. 마치 와인을 마시는 것처럼 입술을 적시듯 가볍게 한모금, 다음은 입안 가득 커피를 머금고 잠시 머문 후 꿀꺽 단숨에 삼켰다. 쓰디쓴 커피가 싸르르 빈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맥북은 소리도 없이 켜져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정교한, 세상의 모든 디지털 우성인자를 흡수하며 괴무러럼 진화한 완벽한 유기체! 스티브 잡스는 어떻게 해야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그 비밀을 알고 있는 것 같다. "

 

작가가 중이병을 노린건가? 재미도 없고, 이런 문장들을 책으로 읽고 있자니,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짜증내려고 꾹 참고 읽는 경우도 있지만, 어떻게든 좋은 점을 찾으려고 꾹 참고 읽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후자.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에 읽은 책은 하루키. 하루키의 새로운 단편집을 꺼내 읽으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아직 읽는 중이지만, 역시 읽으면서 이런저런 하루키에 대한 잡생각들이 떠오른다.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해도, 하루키를 싫어한다고 해도 반박이 떠오른다.

나는 어땠을까. 이십여년동안 하루키를 읽었는데 말이다.

이렇게 오랜 동안 읽은 작가는 하루키와 김용과 헤르만 헤세밖에 없어. 

 

그 오랜 기간동안 싫어한다.고 말한 적도 있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나는 하루키를 좋아한다.

 

호구 선인세 기사로 불미스럽게 뉴스를 장식하고, 이슈를 던지지만, 왜 여전히 하루키.일까 생각하자면, 변하지 않는 '일상성' 이지 않을까. 생각. 남녀노소, 그곳이 어디이던지간에 보편적인 '일상성' 뭐 이런게 하루키를 계속 읽게 하는 것이지 않을까.

 

단편들 읽은 김에 아직 시작은 안했지만, 창비의 세계문학 단편집중 러시아편도 꺼내 놓았다.

 

 

 

 

 

 

 

이번 연휴 기간은 ( 내게 있어 연휴는 꽃시장 노는 날 ) 이렇게 책만 읽고, 정리하고, 계획 세우며 보낼 생각이다.

오늘은 일 있어 작업실 나가고, 연휴 끝나는 대로 바로 홍대 프리마켓 준비해야 한다.

 

오늘도 장독대에서 전 팔아줄까? 깻잎전하고 고추전 먹고 싶어.

 

기승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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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4-09-09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쓰고 구글에 뭐 찾으러 갔더니 오늘 톨스토이 탄생 186주년. 단편집 좌악- 있는데 이 책이 꺼내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