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을 팔다 - 다이칸야마 프로젝트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백인수 옮김 / 베가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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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을 설립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 중 하나로 하마노 야스히로가 쓴 <패션화 사회>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에 적힌 "모든 상품은 패션 상품이 될 것이다. 모든 산업은 패션 산업이 될 것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패션 비즈니스여야 한다."는 예언이 누가 보더라도 명확해진 것이 바로 이 시기였다. 소니가 '워크맨'을 발표한 때가 1979년이고, 가와쿠보 레이와 야마모토 요지가 파리 컬렉션에 데뷔한 때가 1981년인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어딘가 시사적이지 않은가? 상품이 그저 필요성에 의해 존재하는 '물건'에서 벗어나 상품 소유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나타내는 '패션'으로 진화했던, 그런 큰 변화의 물결이 일었던 시기가 바로 1980년 전후였다.

 

'워크맨'이라니, 언제적 이야기인가 싶고, '패션화'라니 올드하군 싶지만, 1980년 전후 일본의 변화라고 하지만,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 여전히 꼭 맞는다.

 

"모든 상품은 패션 상품이 될 것이다. 모든 산업은 패션 산업이 될 것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패션 비즈니스여야 한다." 는 예언의 '패션'을 '라이프스타일'로 바꾸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래를 막론하고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상인이 파는 것이 '물건'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이라는 것을 깨닫고, '라이프스타일'로 정의하기 까지는 콜롬버스의 달걀과 같이 같은 레벨이 아닌 한 단계 위의 생각의 전환이다.

 

저자가 80년대에 자막도 없는 비디오를 사서 대여점을 시작했을 때, 단순히 '비디오'를 빌려주는 사업을 시작하고, 책, CD, 비디오/DVD를 멀티패키지로 팔고 빌려주는 츠타야서점.을 시작했을 때, 그는 그것이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것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위에 옮겼듯이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을 설립하기로 마음 먹은 계기이기도 하고.

 

그리고, 2011년 새로이 시작하는 '다이칸야마 프로젝트'에서 그는 80년대 문화를 개척해나갔던 단카이 세대를 '프리미어 에이지'란 이름으로 다시 한 번 호출한다. '노년화 세대' 라는 말보다 얼마나 듣기 좋은가.

60세 전후의 단카이 세대가 고객으로서 매력적인 이유는 경제적인 여유와 시간적인 여유를 모두 갖췄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세대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30년 전에 '생활의 패션화'라는 변혁을 이끌었던 주역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기 위해서 자각적이면서도 능동적으로 움직였던 세대라는 얘기다. 정년퇴임 이후의 생활을 '여생'으로 여기며 사는 세대와는 딴판이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는 존재, 즉 '어른을 바꾸는 어른'이라고 불러 마땅한 사람들이 이 세대에 다수 포함되어 있다. 나는 이러한 단카이 세대의 중심인 50-65세의 '어른을 바꾸는 어른'을 특별히 '프리미어 에이지'라고 부른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들 프리미어 에이지를 위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스타일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산률이 떨어지며 베이비부머세대들이 장년화되고, '프리미어 에이지'가 되며 장년 세대가 젊은 세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 이번 지방 선거 덕분에 유용한 통계를 볼 수 있었는데,

 

20대 유권자 수가 730여만명으로 17.7%, 30대가 790여만명으로 19.2%, 40대가 897만여명, 21.7%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50대 814만여명으로 19.7% 이다. 60대 이상은 21.7%로 890여만명( 60대와 70대 이상을 합한 숫자인데, 40대보다 약간 적다.)

 

저자가 생각하는 '프리미어 에이지' 는 단순히 사람이 많이 태어났던 세대를 위한 판매 및 유통 전략을 의미하지 않는다.  

  

매력적인 프리미어 에이지가 다이칸야마에 모이게 되면 이를 동경하는 젊은이들도 반드시 모일 것이다. 왜나하면 자신이 동경했던 삶과 실제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자신도 그런 삶에 참여할 수 있고, 그것이 확실하다면 젊은이들은 반드시 모일 것이다. 이는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찾아 움직였던 프리미어 에이지가 자신의 뒤를 이을 세대에게 라이프스타일의 지침이 되는 것이다. 즉 세대를 잇는 하나의 연결 고리가 형성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질 높은 고객은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다." 는 명제를 증명해주기도 한다. 다이칸야마 프로젝트는 프리미어 에이지를 한 곳으로 모으는 장치임과 동시에, 세대를 뛰어넘는 파급력을 지닌 장소다. 파급력이란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다.

 

이런 부분을 생각하고 사업을 펼쳐나가는 점이 마음에 든다.

 

저자의 사업론은 단순하다.

 

나는 사업에는 두 가지 요소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고객이고, 다른 하나는 상품이다. 고객에게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사업의 본질이다. 나머지는 지엽말절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기획을 세울 때 1.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인가? 2. 그 고객을 위해서 어떤 상품을 준비할 것인가? 3. 어떤 방법으로  그 고객과 상품을 서로 연결시킬 것인가? 이 세 가지 사항만 신중하게 고려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한가지 명제( '고객'과 '상품')을 두고, 나선형으로 생각을 뻗어나가면서 세대를 생각하고, 문화를 생각하고, 지역을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방식이다. 젊은 사장들과 예술가들이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동네의 분위기를 만들면, 그들은 쫓겨나고, 프렌차이즈와 무슨무슨 텔레콤과 술집이 들어와 만들어진 유동인구를 흡수하여 어디나 다 똑같은 분위기로 변질시킬 뿐이다.

 

대기업인 컬처 컨비니언스클럽에서 지역을 개발함에 있어 그 지역의 역사와 형태까지 고려하고, 문화기업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뽑아내기 위한 노력을 당연시 여긴다는 것이 부러울 따름이다.

 

부러움과 여기의 현실에 대한 쓴맛을 남겨준 독서이지만,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내가 파는 것은 '꽃'이 아니고 '꽃'을 즐기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내가 동경하는 또 하나의 일본 기업 '파크 코퍼레이션'의 아오야마 플라워 마켓의 모토는 'living with flowers everyday' 이다.

 

강남의 유동인구 많은 곳에서 차별화된 꽃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팔아보려고 노력해본 결과 사람들은 축하( 임신, 출산, 졸업, 전시회, 공연, 취업, 승진, 이전, 생일 등등)를 위해 꽃을 사고, 위로와 응원을 위해 꽃을 사며, 기념하기 위해 꽃을 사고, 자신이 즐기기 위해 꽃을 산다. 이것들을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이 무엇일지 고민해보려 한다.

 

이 책은 포스트잇을 잔뜩 붙인채로 보드게임 회사에 갓입사한 동생군에게 건네졌다. 동생네 회사에서 취급하는 보드게임들이 결국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고자 함인지 고민할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고, '직접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사는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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