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의 존재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저 사람들이 성적인 문제에 주목하지 않도록 만들기만 하면 그들은 그것을 곧 잊어버릴 것이다. 윤리라는 쇠창살 뒤에 가둬놓은 아주 오래된 이 야수를 말로 자극하거나 질문으로 먹이를 주지만 않는다면 그것은 길들여질 것이다. 그저 모든 고통스러운 것에서 눈길을 돌리고 마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자, 이것이 바로 19세기 도덕성의 법칙이었다. -306쪽
정직성에 대항한 이 집중적인 전쟁을 위해서 국가는 자기에게 종속된 모든 힘을 무장시켰다. 예술과 학문, 윤리, 가족, 교회, 학교, 대학 등 모두가 동일한 전쟁 지시를 받았다. 일절 대결을 피할 것, 적에게 신경쓰지 말 것, 그저 멀리 돌아가고 절대로 진짜 논쟁에 말려들지 말 것. 절대로 그 어떤 반박자료를 들고 싸우지 말 것, 그냥 침묵하기만 할 것, 계속 보이코트하고 무시할 것. 모든 정신적인 힘과 문화의 하인들은 이런 전략에 놀라울 정도로 복종하면서 정말 대단한 일이지만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슬쩍 비켜 지나갔다. -307쪽
1백년 동안이나 유럽에서는 성적인 질문을 엄격하게 격리시켰다. 그것은 긍정되지도 부정되지도 않고, 제시되지도 해결되지도 않았다. 아주 조용히 병풍 뒤로 슬쩍 밀쳐버렸다. 교사, 교육자, 목사, 검열관, 가정교사 등 제복을 입은 엄청난 규모의 경비군을 세워 젊음이 솔직함과 육체의 기쁨에 다가가는 것을 가로막았다. 그 어떤 자유로운 대기도 그들의 신체를 건드려서는 안 되고 그 어떤 솔직한 말이나 가르침도 그들의 순결한 영혼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건강한 민족, 정상적인 시대에는 언제나 남자가 되어 가는 소년은 축제에 가듯이 자연스럽게 성년으로 들어섰다. 그리스, 로마, 유대 문화에서, 심지어는 비非문화에서도 13,14살짜리는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공동체에 솔직하게 받아들여졌다. 남자들 사이에 남자로, 전사들 사이에 전사로 말이다. -308쪽
오직 여기서만(19세기 유럽) 신을 내세운 교육학이 인공적으로 그리고 자연에 반해서 모든 개방성을 차단하였다. 누구도 청소년 앞에서 자유롭게 말하지 않았고, 그럼으로써 청소년이 그런 문제를 말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가 아는 것은 창녀들의 골목이나 아니면 나이 많은 소년들의 속삭임에서 주워들은 것뿐이었다. 그리고 극히 자연스러운 자연의 지식이 다시금 속삭이듯이 전달되었기 때문에 새로 자라나는 청소년은 모르는 사이에 이런 위선에 동참하게 되었다. 1백년 동안이나, 서로를 향해 이렇게 자기 감추기,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기 등이 계속된 결과, 정신적으로 뛰어난 19세기의 문화 한가운데서 심리학만이 유례없이 저조한 상태에 빠졌다. 솔직함과 개방성 없이 어떻게 근본적인 심리통찰이 발전할 수 있겠는가? 지식을 전달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 교사, 목사, 예술가, 학자들이 문화적 위선자 아니면 전혀 지식이 없다면 어떻게 명료함이 생겨날 수가 있겠는가? 무지는 언제나 냉혹함을 낳는다. 그래서 무지하기 때문에 동정심이 없는 교육자들이 젊은이들을 교육시키게 되었고, 그들은 '도덕적'으로 되어라, '스스로를 통제하라'는 등의 영원히 지겨운 명령으로 어린이들의 영혼에 치유할 길 없는 손상을 남겼다. 사춘기의 압력 아래서 여자도 제대로 모른 채 자신의 몸에 유일하게 가능한 발산[=자위]을 구하던 소년들은, '개명한' 선생들로부터 자기들이 건강을 해치는 '죄악'을 범하고 있다는 현명한 경고를 받고 치명적인 심리적 상처를 입곤 하였다. 그리고 이런 신비로운 죄의식은 열등감으로 변화되었다.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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