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최악의 것들' 이란 책을 읽던 중...

시인.뮤지션.평론가 성기완의 최악의 책은 ' 마스터 수학' 이다.

분명 그 시절엔 이 책은 아니였겠지만, 나 자신도 수학 정석에 대해 그리 좋은 기억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니... 요즘 들어, 자꾸 좋았던 점은 하나도 없었던 학창시절에 대한 생각이 난다. 오늘은 문득 '명상의 시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내 동생( 대학교 2학년) 이 고등학교때까지만도 정석을 보는 것을 보고, 어째 8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지금 생각해보면, 수학이란 논리력을 기르게 해주고, 철학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학문으로 학교의 테두리를 벗어난 나의 성격상 충분히 흥미를 느끼고 팔 수 있는 흥미로운 학문이다. 왜 그때는 높은 단위수로만 여겨졌던 것일까. 학교다니면서 공부했던 것은 참 재미없었다. 본인이 알아서 왜 못했냐고 한다면, 난 학창시절 '나'를 동정한다. 별 여지가 없었다. 부끄럽지 않으므로, 변명이 아니다. 쉽게쉽게 제도만을 비판하는 것도 아니다. 굉장히 어그러진 틀안에 있었고, 그럼으로 인해, 난 가장 즐겁고 활기 넘쳤을 시기에, 매일 아침 등교하면서 건너던 다리를 지날때마다 좀 안무너지나 소극적 자살의지를 가지고 있기도 했고, 공기와 같이 항상 내 머리에 있던 편두통에, 어쩌다 두통이 없는 날이면, 왜려 안절부절 했었다. 아무튼.
성기완은 말하길
' ...<마스터 수학>은 나중에 알고 보니 일본에 나와 있는 책에서 많이 참고를 한 책이라는데, 응용문제 같은 게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다. 연습문제 다음에 실리는 보다 고차원적인 문제들은 특히 풀기가 어려웠다. '2원 1차 연립방정식' 나갈 때 나오는, 소금물의 농도 따지는 그 응용문제들 때문에 나는 울어버린 적도 있다. 아무리 계산해도 내가 생각한 농도는 정답이 아니었다. <마스터 수학>은 내게 그런 오리무중의 상태 자체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산수시간이 제일 싫었지만 그때만큼 수학이 싫었던 적은 없다. 선생님은 참 좋고 실력도 있는 분이셔서 이해가 잘 가도록 너무 설명을 잘해 주셨다. 그런 데도 나는 이해를 못했고 다른 친구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점점 실력을 불려갔다. 그중에 상당수는 나중에 <마스터 수학>을 자유자재로 꿰는 정도가 되었다. 이른바 '격차' 라는게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텍스트가 바로 <마스터 수학>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문제들을 고안할 수 있는지. 그래서 어떻게 그렇게 나 같은 사람을 괴롭힐 수가 있는지. 지금도 <마스터 수학>이라면 고개가 절로 흔들어진다. 그러나 돌아보니, 갑자기 <마스터 수학>이 그리워진다. 풀고 싶다. 차근차근. 그 안에 있는 문제들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