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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오른손
조엘 타운슬리 로저스 지음, 정태원 옮김 / 해문출판사 / 2010년 8월
평점 :
미스터리 고수들의 평이 워낙 좋아서 읽게 된 작품이다.
모호하고, 불안하고, 애매하다. 는 책 속 '나'의 말이 그대로 독자의 마음이다.
나, 해리 리들은 우연히 머물게 된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마음속으로 정리한다. 이야기인즉슨, 미모의 젊은 여자가 세인트에이메이라는 부유한 남자와 결혼을 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 중 아주 불길한 부랑자를 히치하이킹해주게 된다. 그 부랑자는 '적갈색 머리에 붉은 눈, 찢어진 귀, 개의 송곳니처럼 날카로운 이, 코르크스크루처럼 뒤틀린 다리, 잘린 것처럼 작은 키' 로 묘사되는데, 지옥에서 걸어나온 으시시한 악마 쫄병같은 모습으로 이야기의 음침함의 핵이다.
이 부랑자가 세인트 에이메이를 살해하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살인을 저지른다. 세인트 에이메이의 시체는 간데 없고, 이 부랑자도 찾을 길이 없는데, 차만이 발견된다. 후에 발견된 세인트 에이메이의 시체는 참혹하기 그지없고, 오른손이 없는 끔찍한 모습이다.
과거의 회상과 더 과거의 회상이 겹쳐지며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충분히 복잡하고, 때론 지루하기까지 하다. 이 지루함 덕분에 이야기는 더 불길해진다. 끊임없이 무언가 튀어나오며 독자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치 않게 하는 귀신의집 패턴이 아니라 둥둥둥둥둥둥 헉, 하는 불길함. 뭐야, 이 놈이 범인인거 아냐? 아냐 이놈이 혹시... 혹시?!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사건과 악마 쫄병같은 부랑자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리는 결말 역시 내게는 좀 지루했다. 이 초현실과 논리를 결합하는 과정이 최고!라고 하는데, 일단 결말이 나오고 나서 길게 해설되는 사건풀이에 이 소설의 매력과 대단함이 있지 싶은데, 일단 그 매력은 내가 잘 모르겠고.
1인극 사이코드라마 같은 불길함이 그나마 좋다면 좋았다.
왠지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고전 미스터리였는데, 읽고 나니, 꼭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