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말콤 글래드웰은 이미 그 이름만으로 책을 파는 핫셀러이다. 그에게 유명세를 가져다주었던 뉴요커의 칼럼들을 모아 낸 책이 바로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이다. 90년대부터 시작한 칼럼을 모아 놓은 것이지만, 전혀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여전히 신선한 소재와 글이다. 어느 정도 시의성을 담고 있는 것이 칼럼이라고 생각할 때, 시간이 흘러도 식상하지 않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칼럼 모음집의 장단점은 이렇다. 우선 장점은 매 꼭지가 재미있어야 한다. 물론 쓰다보면 재미있을 때도 있고, 재미 없을 때도 있겠지만, 매번 그 독자가 첫 독자라고 생각하고 재미있는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어쨌든 재미있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단점이 된다. 재미 없는 글을 억지로 재미있게 꾸며낸다면 독자들의 눈에 그게 다 보이거든. 그러다보니 칼럼 모음집을 읽을 때 통일성, 일관성을 찾기 힘든건 그렇다치고, 짧은 글에 기승전결을 담으면서, 그걸 한 칼럼이 아니라 칼럼들이 모인 한 권으로 읽을 때 각각의 글에서 과장된 느낌을 받는다는 거다.  

말콤 글래드웰의 19편의 뉴요커 칼럼이 모인 이 책은 칼럼 모음집의 장점을 극대화하였다. 다양한 주제는 일관성이 없다는 느낌보다 이렇게 재미있는 다양한 읽을거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각 칼럼의 길이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어 이야기거리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예시와 인문사회학적인 이야기거리를 가져왔기에 깊이도 있다.  

물론 그 깊이와 신선함은 좋은 '인용'과 그것을 엮는 솜씨에서 오기에, 독자에게 어떤 직관을 보여준다기보다는 생각거리, 물음표를 주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딱 좋은 정도의 깊이이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모으고 해체하고 분석해서 선명한 주제를 보여준다.  

저자는 서문에서 '아이디어를 찾는 비결은 모든 사람과 사물에는 그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고, 이 칼럼모음집은 그런 그의 비결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첫번째 칼럼인 염색제 이야기에서 '염색제' 이야기로 전후 여성사와 광고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염색제를 쓰게 만든 대 히트친 셜리 폴리코프의 광고 'Does she or doesn't she? 염색한 것일까요, 아닐까요' 에서 '원하는 모습의 일부를 빌리는 유용한 허구' 의 세대를 보여준다면, 염색제 시장의 두 번째 빅뱅이었던 로레알의 광고 '난 소중하니까요' 는 타자의 시선을 중요하게 여겼던 이전의 클레롤 광고에서 자기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관점으로 돌아왔다. 당시에 이 광고카피가 생기게 되는 장면을 박진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고, 광고 모델이라던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양념으로 흥미롭게 들어가 있다. 유익하고, 재미 없을 수가 없는 칼럼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스타 개핸들러( 애견 심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시저의 이야기도 재미나다. 이 챕터가 칼럼 모음집의 표제작인 것은 상당히 과감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이야기인 것도 틀림없다. 시저가 개를 상대하는 방법과 에피소드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행동과 바디 랭귀지를 연구하는 학자들로 하여금 시저의 바디 랭귀지를 분석하게 하는 등, 감성과 학문, 에피소드를 적절히 버무린 칼럼이다.  

하나하나 버릴 것이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특히나 재미났던건 블랙스완의 나심 탈레브 이야기 ( 이 칼럼은 블랙 스완을 쓰기 전에 써진 것이라 더욱 재미있다.), 여자로서 관심 가는 생리와 유방암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피임약 개발자 존 록에 대한 이야기와 유방조영술, 항공사진, 그리고 시각의 한계도 재미있다. 주제가 한 가지라 하더라도 그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가져와 공통적인 점을 끌어내는 직관을 보여주는 것이 말콤 글래드웰적인 그만의 장점이라 하겠다.  

표절에 대한 신선한 시각이 돋보이는 '빌려온 창조'에 대한 이야기와 '대기 만성형의 예술가들'에서 보여주는 당연하지만 씁쓸한 현실. 첫인상에 대한 흑과 백에 대한 이야기인 '첫인상의 마력'과 '성공의 이면' 또한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칼럼.  

'실패의 두 얼굴, 위축과 당황의 차이' 를 보고나서는 롯데의 수비에 대한 생각을 했고, 길게 길게 글을 써 보고 싶었다.  

 엔론에 대한 칼럼이 두 개 ('인재 경영의 허울', '공공연한 비밀' ) 있는데, 이 두 칼럼만으로 그 어떤 엔론에 대한 기사보다 쉽게 문제의 핵심을 겉핥기나마 볼 수 있었다.  

'밀리언 달러 머레이' 같은 답이 없는 문제들에 대한 시각도 좋았다.  

한 번 읽고 수명 다하는 칼럼들이 아니라, 두고 두고 읽어도 재미날 칼럼들이라 어느 누구에게 추천해도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다만, 그의 시각이 독특하고 선명하며 잘 읽힌다고 하여, 그 분야에 대한 정설로 믿고, 알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좋은 칼럼'이기에 '좋은 책'이나 '좋은 연구', '좋은 논문'과는 다른 깊이와 분야라는 것은 알고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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