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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도 쇼핑몰에도 없는 것 - 뚱뚱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나와 이별하는 50가지 비결
빅토리아 모란 지음, 윤정숙 옮김 / 아고라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모든 인간은 본질적으로 공허감을 타고난다. 17세기에 파스칼은 "모든 인간에게는 신의 형상을 닮은 구멍이 있고, 이 구멍은 신만이 채울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은 당신, 혹은 나의 '공허감'에 대한 이야기이다.
<냉장고에도 쇼핑몰에도 없는 것> 원제 Fat, Broke, Lonely, No more. 책의 핵심을 꿰뚫는 번역제목이 아닌가 싶다. 원제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 부제로 원제가 인용되어 있다. '뚱뚱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나와 이별하는 50가지 방법'
얼핏 다이어트 서적같기도 하고, 어쨌든 브리짓 존스류의 여자들이 읽어야할 것 같은 의미심장한 부제의 책이다. 그에 비하면, 번역제목은 '공허한 모든 현대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사람들 틈에 살면서 필연적으로 전염되는 현대인의 질병 '전염성 공허함'에 걸린 탓이다.
비만이 몸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 역시 해롭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가히 정신분열증 환자처럼 반응한다. 우리의 국가는 자동차, 텔레비전, 컴퓨터,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등과 협력하여 많은 국민을 뚱뚱보로 만들고 있고, 또 다수의 뚱뚱보가 지배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뚱뚱한 것과 뚱뚱한 사람들을 악마 취급한다. 그리고 우리는 뚱뚱한 것을 수치스러운 것, 심지어 혐오스러운 것으로 여긴다. 맛있는 초콜릿셰이크가 자기 혐오의 원횽이라니! -81-
이야기는 성인의 62퍼센트가 과체중이고 31퍼센트가 비만이며, 매달 10만명이 파산신청을 하고, 52퍼센트의 부부가 이혼하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그런 수치가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 사회에 대입했을때 전혀 위화감이 없다.
뚱뚱하고 외롭고 가난한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라는 마인드 컨트롤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앞의 세가지중, 하나던, 둘이던, 아님 셋다건을 자신의 상황에 대입하게 되는 상황을 파악하고, 위축되고, 소극적으로 포기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부지런히 생활해야 할 것임을 말하고 있다.
모두가 다 아는 뻔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거해라' '저거해라' 하는 자기계발서와 깨닫지 못하고 있던 것들을 일깨워주거나 탁하게 씌여 있던 눈꺼풀을 벗겨 내주는 자기계발서 사이를 미묘하게 줄타기하며, 후자 쪽에 한 발을 내려 놓고 있는 책이다.
외부에서 강요하는 이미지에 자신을 끼워맞추지 못해 비관하지 말것이며,
마음 한 켠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을 채우는 헛된 일을 하기 위해 먹거나 쓰거나, 자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하지 말것이며,
자신을 좀 더 인정하고, 사랑해야 할것이다.
라는 것이 이 책의 메세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