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까지 책이사 해야 해서 스트레스 점점 자라고 있는 관계로 잠 앞 뒤의 시간에 비몽사몽 독서다. 

어젯밤인지 오늘 새벽인지 이런 글을 읽었다. '성북구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서비스 사업' 사업단을 이끈 단장 김진구와의 인터뷰였다. 페미니즘, 노년, 인권, 장애, 소수자 등에 대해 꾸준히 좋은 글을 써주시는 김영옥님의 글이다. 


"대략 5,6회 정도는 방문해야 마무리되는 개조 작업에서 관계 형성의 '과정'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주요 요소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시큰둥하던 노인들은 몸으로 직접 편리함과 안전을 체험할 때 도움의 실질성을 느끼고 놀라워하며 기뻐한다. 이제까지 인지하지 못하던 다른 불편한 것들을 찾아내 고쳐달라고 적극적으로 연락하기도 한다. 김진구는 이것을 교육의 과정이라고 부른다. 무엇이 불편한지, 편한 게 어떤 건지 '모르던' 노인들이 차츰 불편한 것과 편한 것 사이의 차이를 확실히 구별하게 되고, 그 '앎'을 토대로 더 편하고 더 안전한 것을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포기하지 않는' 태도, 앉고 눕고 씻고 조리하고 먹는 공간을 계속 '관리'하는 습習과 연관된다." (50) 


김영옥님 글 진짜 좋지? 


1인 가구 여성의 노년에 관해 흉흉한 이야기가 많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돈과 건강이 꼽힌다. 

통계에 따른 합리적인 불안이기도 하고, 수십 년 후에 뭔 일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에서 비합리적인 불안이기도 하다. 

인간은 십 년 이상의 미래에 대해 실감하지 못하기도 하고. 


평소 생각하던 것과 겹치는 점들이 있다. 

노년 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중요한 것은 '나' 인 것 같다. 나의 '습習' 

포기하지 않고 공간을 계속 '관리'하는 습관. 


한계를 둘 때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위의 가난한 독거 여성 노인들의 예가 거기에 맞는다. 


이 글에서 내가 배운 것은 타인에 의한 교육의 과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공간을 관리 하는 것이다. 

둘 다 내가 못하고 있고,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이다. 


사는 내내 기꺼이 스스로 하는 교육, 독학 뿐 아니라 내가 아는 것을 사회에 내보내는 교육과 타인으로부터 받는 교육 또한 적극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는 나 자신의 관리에 더 포커스를 맞춰 왔었다. 이 글을 읽고 '앉고, 눕고, 씻고, 조리하고, 먹는' 공간을 관리하는 것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내가 있는 공간을 관리하는 것 역시 나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고, 나 자신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머무르는 공간, 내 주변인 집 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 내 주변 또한 집과 내가 있는 공간의 주변으로서 관리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이 생각을 당분간 굴려보려 한다. 


혼자 있는게 좋고, 혼자서 해결하는게 좋아서 외부에 신경 쓰는 것은 말그대로 신경 쓰이는 일이긴 하지만, 

내 주변 공간부터 '관리' 하는 습관을 만들어 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년 가장 큰 목표와도 이어져 있다. 


여성 독거 노인과 남성 독거 노인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 독거노인이라지만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생활 공간의 상태나 집 고쳐주는 청년들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다르다. 할머니들은 독거하고 있지만 집 밖 활동이 많아서 고립이나 외로움에 덜 고통받는다. 몸이 웬만한 할머니들은 복지관과 공원 나들이가 잦고 친구들과 만나 노니는 일도 빈번하다. 몸이 매우 불편한 할머니들은 대문 앞 의자에 앉아 동네 할머니들과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런 분들은 호기심도 마르지 않아 '그게 뭔데? 고치면 어떻게 되는데?' 하고 질문도 많다." 


조금씩 형성된 관계가 일정한 과정을 거쳐 할머니에게 적극성을 부여하게 된다. 


반면에 남성 독거노인들은. 


김진구 단장이 청년들을 이끌고 집을 개조해준 독거노인 대부분은 할머니들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김진구가 경험한 독거 할아버지들은 "나이 든 한국 남성이 열악한 경제 환경에서 어떤 모습이 되기 쉬운가를 다소 극단적인 양태로 보여준다. 이들의 집안 풍경은 '자기 돌봄' 능력이 전무한 사람의 생활 공간이 얼마나 황폐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전시 같다. 그러나 남성 독거노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건 '이 집을 꼭 고쳐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이 최악의 상태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거주 공간을 개조하는 과정에서 그들과의 소통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건 그들이 개조 자체를 바라보는 태도와 일상을 사는 방식이다. (...) 관계 형성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남성 독거노인들을 가까이 관찰하면서 김진구는 미래의 자기 모습을 앞당겨 보게 되었다. " (59) 


"누구에게든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이 노인의 일상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집의 내부를 편안하고 안전하게 고치는 것은 집 밖 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집 밖 활동은 사람과의 만남이고 관계다. 혼자 사는 집 안도 그런 의미에서는 이미 '사회적 공간'이다. 경제 조건은 제 맘대로 바꿀 수 없더라도 자기 자신을 돌보고 집을 돌봄으로써 자신과의 관계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말라 비틀어지지 않게 지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62)


"자기 이해에서 출발해 자기와 타인을 돌보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 역량이 몸에 밴 습관이 되도록 날마다 실천하고 수행하는 훈련이다. 사회가 신자유주의 체제에 완전히 먹힐 정도로 사회적인 것, 즉 신뢰와 협업, 연대의 연결망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해도 몸에 밴 돌봄 습관이 있으면 버티고 지킬 수 있다."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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