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모중석 스릴러 클럽 7
존 카첸바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이야기는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정신병자가 20여년전의 그 병동에서 일어났던 일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사진과도 같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그때의 일을 되살려 벽에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스물 한살의 나이에 엠뷸런스에 실려 그곳에 처음 발을 들여 놓고, 생애 처음으로 가지게 된 친구 소방수 피터는 그에게 바닷새라는 별명을 붙여준다.

우주복 같은 옷을 입은 사내가 다시 프랜시스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이름이 뭔가?"
"프랜시스 패트럴."
그 사내가 미소 지었다. "패트럴이라. 멋진 이름이군. 희망봉에 흔히 있는 작은 바닷새지. 여름 오후 때면 그 새들이 파도 위를 스치듯 날며 물보라 속을 들락거리는 모습이 보인다네. 아름다운 동물이야.하얀 날개를 일 초에 여러 번 퍼덕거려서 힘도 안 들이고 미끄러지듯 솟아오르지. 눈이 아주 좋아서 파도 속에 숨은 까나리나 청어를 찾아내다네. 시인의 새가 틀림없어. 자네도 그렇게 날 수 있나, 패트럴?"

교회에 불을 지르고 들어온 소방수 피터,그는 참정용사였고, 유능한 방화조사관이었다. 냉철한 분석력으로 방화범을 찾던 그는 정신병원에 수감된 병원 밖의 사람이다.  비정상이 정상이고, 비일상이 일상인 그 곳에 스며든 병원 밖에서 온 피터와 연쇄살인의 범인을 쫓아 정신병원으로 뛰어든 여검사 루시는 그 안에서는 정상인 바닷새와 함께, '천사' 라는 별명을 가진 악마를 쫓는다.

존 카첸버그라는 작가는 놀랍다. 만만치 않은 두께의 <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Madman's The Tale>에는 정신병원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광기는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하는 집착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신병원에 던져진 유일한 정상인인 피터와 루시 또한 '광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느 순간부터 독자는 가장 정신이 나간듯한 바닷새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보고 있음을 퍼뜩 깨달을 것이다. 정상에 묻히고 싶은 인간의 욕망. 적어도 이 소설 속에서만큼은 '누구나 좋아하고, 존경하고,의지하는' 소방수 피터보다, 성범죄 전담반 반장으로 젊은 날의 상처를 삶의 목적으로 승화시켜, 성범죄자들을 잡아 넣으며 승승장구해 온 루시보다도 누구보다도 연약하고 섬세하며 환청에 시달리는 바닷새 프랜시스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될 것이다.

'불과 몇 주 만에 겨울의 잔재가 암울하게 패배하면서 물러날 즈음' 과 같은 표현이 책에 널려 있는것은 등장인물들의 뛰어난 심리묘사(그것이 얼마나 스릴을 배가시키는지 이 소설에서 새삼 깨달았다)와 함께 이 작품이 보통의 스릴러가 아님을 말해준다. 게다가 클라이막스에 정신병원에서 일어나는 작지만 결정적이 사건은 근래 만나기 힘든 두근거림을 주었고, 에필로그격인 결말은 얼마전<타인의 삶>이라 영화의 마지막에서 느꼈던것과 비슷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주었다.

오래간만에 전작을 읽고싶은 작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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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7-08-1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혹시 쓰다 만?
마무리 할 때, 세번째 문단, 참정용사도 기왕이면;;;;

2007-08-10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7-08-1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언제 자물쇠가 풀렸지? ^^; 제보 감사해용-

와글와글 2007-08-10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제목부터가 확 당기는데요~ 어느 미친사내의 고백이라.....빠른 시일내에 읽어보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