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시간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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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독자는 한 북동부 여자에 대해 읽게 된다. 

책 속의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북동부 여자이다. 그녀는: 


"내가 이야기하려는 여자는 너무 멍청해서 가끔은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낸다. 하지만 아무도 그 미소에 답하지 않는데, 사람들이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 (25)


그녀도,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자도 별의 시간의 저자 자신의 한 부분인듯한데, 그들은: 

"오직 현재 속에서만 산다. 그건 언제나 영원히 오늘이기 때문이고, 내일은 오늘이 될 것이며, 영원은 바로 이 순간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30) 


"한 룸메이트는 그녀에게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으므로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녀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반점들 사이의 피부에는 오팔 비슷한 빛이 살짝 맴돌았지만, 그녀 안에 있는 무언가가 빛을 내뿜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길거리에서 그녀를 쳐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녀는 식은 커피였다." (44) 


그녀는 식은 커피였다니. 식은 커피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녀는 개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자신은 벼룩이나 키우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48) 


"(그녀는 지하에 살았고 꽃을 피워 본 적이 없었다.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녀는 풀이었다.) " (51)


"그녀가 스스로에게 허용한 사치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식은 커피를 홀짝거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사치의 대가로 잠에서 깰 때는 속 쓰림에 시달렸다." (55) 


"그녀에겐 신뿐 아니라 현실 역시 아주 희박하다는 사실을, 나는 이제 막 발견했다. 일상적인 비현실에 더 익숙했던 그녀는 기이이픈 사아아안골 까아앙총 까아앙총 뛰어가는 산토끼처럼 느으으으린 동작으로 살았다. 모호함은 그녀의 현실이었고, 모호함은 자연의 섭리였다." (57)


"아침에 잠에서 깨면? 그녀는 아침에 깨면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여 흡족한 마음으로 이런 생각들을 떠올렸다: 나는 타이피스트고, 처녀고, 코카콜라를 좋아해. 그녀는 이 과정을 거쳐야만 자신이라는 옷을 입을 수 있었고, 그러고 나면 순순히 자신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며 하루를 보냈다." (60)


"그녀에게도 이른바 내적 삶이 있었지만, 그녀 자신은 그걸 알지 못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내장을 먹듯 스스로를 집어삼키며 연명했다. 출근할 때의 그녀는 버스 안에서 요란하고 눈부신 몽상에 잠겼고, 덕분에 유순한 미치광이 같아 보였다." (63)


"넌 먹기 싫은 걸 먹은 사람 얼굴이야. 난 슬픈 얼굴 싫으니까 - 그는 여기서 어려운 말을 썼다- 그 '형색' 좀 바꿔." 

그녀는 몹시 혼란스러워하며 대답했다. 

"난 이 얼굴밖에 없어. 하지만 난 얼굴만 슬픈 거야. 속으로는 사실 행복하거든. 살아 있다는 건 너무 좋은 거야. 안 그래?" (88)


"마키베아는 공포 영화와 뮤지컬 영화를 좋아했다. 특히 여자들이 교수형을 당하거나 가슴에 총을 맞는 내용이 좋았다. 비록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그녀 역시 자살자나 마찬가지였다. 그녀에게 삶이란 버텨도 바르지 않은 오래된 빵보다 더 맛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99) 


"마키베아, 넌 수프에 빠진 머리카락 같아. 누가 그런 걸 먹고 싶어 하겠어. 상처 줘서 미안한데,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내 말에 상처 받았어?" (102) 


북동부 여자가 주인공인 이야기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하찮게 묘사된다. 작게 빛나는 반딧불이 같았다. 희미하게 빛나다 반짝 빛나다 다시 희미해졌다가 또 한 번 반짝 빛나는. 좋은 이야기는 별로 없는데, 그녀가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에 우울하지 않고, 행복하다고 착각하며 살아가서 그렇게 칙칙하지도 않았다. 아, 제목이 별의 시간이구나. 왜 별의 시간인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고 반딧불이 떠올랐던걸 보면, 그런 느낌으로 빛나는 이야기인가보다. 


 

만일 그녀가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질 만큼 멍청하다면 무참히 고꾸라지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누구일까?‘는 하나의 욕구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ㄱㅆ는가? 의구심에 잠기는 자들은 불완전하다. - P25

중산층 맨 밑바닥의 너저분한 무질서 어딘가에는 먹는 데에 모든 돈을 쓰는 사람들 특유의 따문한 안락함이 있었던 것이다. 그 동네 사람들은 많이 먹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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