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찾아드립니다 - 루틴을 벗어나, 나만의 속도로 사는 법
애슐리 윌런스 지음, 안진이 옮김 / 세계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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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Time Smart : How to Reclaim your time and live a happier life 

'당신의 시간을 되찾고 행복한 삶을 살아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왜 번역 부제를 '루틴을 벗어나, 나만의 속도로 사는 법'이라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루틴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긴 하지만, 루틴을 가지라는 이야기는 나오지만, 루틴에서 벗어나라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안 나오는데 말이다. 나만의 속도라는 것도 책 내용과는 관계 없는 좋은 아무말 같다.


번역본 부제는 긴가민가 하지만, 책의 내용만은 지금 필요한 내용들이다. 저자는 시간을 연구하는 자칭 "괴짜" 교수로 시간에 관한 각종 연구로 데이터들을 쌓아가고 있다. 시간이냐, 돈이냐의 문제는 새로운 문제는 아니다. 이 책과 저자의 연구가 새로운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시간이냐, 돈이냐' 의 문제에서 늘 돈의 손을 들어줬는데, '시간'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피력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냐 돈이냐에서 사회의 답이 '돈'이기도 하고,  나는 시간을 선택했다고 하는 사람들 마저도 사회적 공감대가 '돈'이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는 늘 '시간'을 선택해왔는데, 내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던 전략들이 이 책에 잘 설명되어 있다. 사회의 발전은 '시간'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 같은데, 이것만은 그렇게 역류하듯이 온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자칫하면 거꾸로 가서, 주 120시간 일하기 같은 쌉소리가 나오게 된다. 


워라밸을 중요시하자는 것은 일과 삶의 밸런스 정도가 아니라 제발 죽지 않고, 사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살게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고, 미라클모닝 같은 것은 잠 잘 시간도 없이 일하는 이들에게 사치와도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이 책 6장 제목처럼 '시간 빈곤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꾸어야 할 것이 있긴 하다. 시간 빈곤은 우리가 가진 시간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시간의 불일치에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시간 빈곤은 시간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에서 온다. 


돈 중심에서 시간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고, 왜 그래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이해해야 한다. 

시간과 돈에 관해 연구하면서 발견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는 시간이 가장 귀중하고 유한한 자원이라는 것을 잘 모른다." 는 것이라고 한다. 


시간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더 친사회적 prosocial 이라고 한다. 친사회적이라는 것은 남들을 이롭게 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당연하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더 이타적이 되고, 여유가 생긴다. 돈도 마찬가지지 않느냐고 한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은 유한하고, 돈에 대한 욕심은 무한해서 이미 돈을 많이 가지고 있어도 더 벌려고 한다. 시간에 우선순위를 두지 못하고, 직업적 성공에 집중하며, 재산을 불리거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시간을 포기한다. 가장 귀중한 시간을. 


'시간이 돈이다' 라고들 말하는데, 건강과 행복을 위해 이 고정관념을 뒤집어 '돈이 시간이다' 는 진리를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시간 풍요는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한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시간 풍요는 다양한 경제적 계층의 사람들에게 두루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시간 빈곤을 겪는 사람들은 덜 행복하고, 생산성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그들은 운동을 적게 하고, 살이 찌는 음식을 먹고, 심혈관계 질환에 더 많이 걸린다. 시간 빈곤은 타협을 강요한다. 우리는 영양가 풍부한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대신 길모퉁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하나를 사온다. 그러고는 TV를 바라보며 별생각 없이 음식을 먹는다. 여러 가지 일들을 해내기 위해 시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하려고 애쓰다 보면 가만히 앉아서 소금, 지방, 설탕으로 얼룩진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 책에서 재미있었던 개념은 '시간 부스러기 time confetti' 라는 용어였다. 타임 푸어가 되는 여섯 가지 이유 중에 타임트랩, 스마트 기기의 역설에 나오는 개념이다. "시간 부스러기란 비생산적인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잃어버리는 몇 초와 몇 분을 가리킨다. " 하나씩 떼어 놓고 보면 심각한 문제로 보이지 않지만, 작은 부스러기들은 모으면 커질 뿐더러, 작은 부스러기 주변의 시간을 오염시킨다. 주로 스마트폰 알람이지만, 이 외에도 회사에서, 집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이 시간 부스러기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시간이 부스러기로 변할 때, 우리는 시간 빈곤을 실제보다 크게 느낀다. 


타임푸어가 되는 또 다른 이유들 중 하나로 '돈에 대한 집착'이 있다. 


" 돈을 더 버는 것에 집착하는 사회는 시간 풍요에 도달하려면 부유해져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든 돈을 모으면 미래에 행복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중에 여가시간을 더 가지기 위해 지금 열심히 일해서 돈을 더 벌어야해.' 이것은 잘못된 해결책이다. 머지않아 알게 되겠지만 올바른 해결책과는 정반대로 접근한 것이다. 돈벌이에 집중하는 것은 덫에 걸려드는 것과 같다. 돈벌이에 집중하면 돈에 대한 집착만 강해질 뿐이다." 


점점 확대되는 경제적 불안정 역시 일 지상주의의 원인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반 이후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소득 불평등이 급격히 커졌고, 사회가 불평등해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지위와 무관하게 미래의 경제적 상황에 불안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더 오래 일해서 돈을 더 벌려고 한다. 어린 시절에 경제적 불확실성을 경험한 사람들이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항상 돈에 집중하는 경향을 나타내기도 하다. 


"우리의 자아정체성이 일과 생산성에 파묻혀 있기 때문에 우리는 바쁜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줄 때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좋은 감정을 느낀다. 바쁘면 자신이 꼭 필요한 사람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그리고, 고용주들은 '바쁨'에 보상해준다. 


좋아하지도 않고, 통제할 수도 없는 일에 매여 있는 것이 시간 빈곤의 주된 원인이고, 시간 풍요에 도달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기쁨을 주는 활동에 시간을 더 많이 쓰고, 불행한 활동에 시간을 덜 쓰는 것이다. 말은 쉬운데.. 여기에 대한 제안도 함께 한다. 


부정적인 시간을 전환한다. 나쁜 시간을 행복한 시간과 결합한다. 긍정적 시간을 늘린다. 노동 시간을 줄인다. 여가시간을 최적화한다. 등등 


시간 조달에 대한 예로 자전거가 두 번이나 나온다. 저자의 강의를 들은 캐머런은 저임금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었고, 전략을 세운다. 새로운 아르바이트는 토요일마다 아침 6시부터 시작하고, 첫 월급으로 중고 사이트에 올라온 자전거를 구입했더니 통근시간이 확 줄었다. 그전에는 걸어갔는데, 이제 6분이면 일터에 도착. 그리고, 예약기능이 있는 커피머신을 사서 커피 머신이 토요일 새벽 4시 57분에 저절로 작동해서 커피를 추출하는 동안 몇 분 더 누워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예는 빗물보존기가 생겨서 물을 뜨러 가지 않아도 되고, 자전거가 생겨 멀리 있는 학교에 갈 수 있었던 인도의 소녀. 


잠든 휴면시간을 깨우기 위한 방법들을 이야기하는 중에 '최대주의자'와 '만족주의자'가 나온다. 


'최대주의자 maximizer '는 최대의 성과와 감정을 얻기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을 하길 원하는 사람들이고, '만족주의자 Satisficers'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정 수준에 만족하는 사람들이다. 전자는 '가성비' 와도 닿아 있는 것 같다. 


시간은 공짜고, 돈은 아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디폴트인 경우가 많다. 여행지에서 실망스러울 때, '이게 돈이 얼만데' 와 같은 생각이 든다거나, 좀 더 기름을 싸게 넣기 위해 좀 더 먼 주유소에 가는 경우, 이 외에도 돈과 시간이 선택지에 오를 때, 이미 그 저울은 돈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돈을 선택하는 것이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인정받고, 반대의 선택은 어려워진다. 

여가시간의 금전적 가치를 생각할수록 그 여가의 즐거움은 감소하고, 청소 서비스에 돈을  투자할 때 돈의 가치는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돈으로 '시간'을 샀고, 그렇게 산 시간이 얼마나 좋은가에 집중하라는 것.  


인생의 시기마다 우선순위는 달라지고, 시간풍요도 시기별로 달라진다. 시간을 희생하고, 행복을 희생하더라도 돈을 더 벌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시간 빈곤 결정을 내리는 이유들 중 하나이다. 


10대에는 20대를 위해 시간과 행복을 희생하고, 미루고, 20대에는 3-40대를 위해, 3-40대는 은퇴후를 위해 계속 유예하고, 버틴다. 시간이 무한하기라도 한 것 처럼 말이다.  


"뭔가가 우리를 행복하게 하거나 목표의식을 준다면 그것을 붙잡아야 한다. 우리는 그것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를 그것과 멀어지게 하는 방해를 차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살아 있는 존재로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끊임없이 방해를 받는 시대에 시간을 초 단위로 신중하게 계획하지 않으면 시간은 쉽게 흘러가고 불행하게 흘러갈 것이다." 


마지막 장에서는 '시간 빈곤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업, 조직, 정부는 모든 사람이 시간을 똑똑하게 사용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데, 이게 지금 시간 빈곤자들의 조직, 기업, 정부에 통하는 이야기인가 모르겠다.  


지금 나의 고민은 시간이 많고, 시간을 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쏟고 있는데, 시간이 있는만큼 일을 못하고 있어서 초조한 것이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시간과 돈 사이에서 시간에 중점을 두는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이야기이다. 나는 늘 시간이 중요했고, 시간이 없는 것이 돈 없는 것보다 훨씬 더 불행하게 느껴진 시간 중심형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돈을 중시하는 사회에 서서 시간을 중시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좀 더 걸음을 성큼성큼 옮겨 시간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 시간의 중요성이 잘 안 와닿는데, 돈이라고 생각하면 팍팍 와닿았다. 시간이 돈이 아니라 돈이 시간이다. 자잘한 돈 안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 아는데, 시간 부스러기 안 만드는 것의 중요성은 몰랐다. 나의 가장 큰 시간부스러기 제조기는 역시 스마트폰 제조기이고, 여러번 지웠던 핸드폰 시간 확인 앱을 다시 깔았다. 돈도 시간도 하루 아침에 그에 대한 가치관과 쓰임새가 바뀔 수 없다. 계속 노력하고, 시행착오 겪으며 나에게 맞는 최적을 찾아나가야 하는데, 그게 뭐든 '시간' 중심으로 생각할 것. 


시간이 지금 내게 더 중요한, 지금 시간을 더 잘 보내야 할 이유들이 많다. 열 다섯살의 신부전 3기 내 고양이도 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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