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집 정리 - 부모님과 마주하는 마지막 시간 즐거운 정리 수납 시리즈
주부의벗사 편집부 엮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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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책들 많이 읽었는데, 그 어떤 정리책보다 더 버리기와 정리에 대한 경감심을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부모님의 집 정리,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기도 한데, 비혼1인가구로서 나의 집정리는 어떻게 하고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같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님 집을 정리하기 전 기억해야 할 8가지 

1. 부모님의 집 정리, 이제 우리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숙제다. 

2. 물건을 귀하게 여기던 부모님 세대

3. 쉽게 버리지 못하니 짐이 많을 수박에 없다

4. 부모님의 집 상태를 냉정하게 점검하라. 

5. 정리 계획을 세우고 '정리 노트'를 작성한다.

6. 혼자서는 어렵다.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청한다. 

7. 처분할 물건은 지역의 규정을 미리 확인한다. 

8. 누구든 한번은 도중에 좌절감을 느낀다. 


부모의 집정리를 한 15인의 사례를 보여준다. 

첫번째 사례부터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 확 와닿는다. 


부부가 30여년동안 살던 방 다섯개 주택에서 남편이 죽고, 혼자 지내다가 본인도 몸이 안 좋아져서 딸네 가까운 10평 짜리 집으로 두 달 안에 이사하면서 집정리를 해야 했던 케이스다. 노년이 되어, 나이가 들수록 몸은 점점 안 좋아지고, 그러다 '갑자기' 이전처럼 살기가 어려워진다. '갑자기' 라고는 했지만,  분명히 닥칠 '갑자기' 인데, 그 대비를 하는 사람은 아주 적다. 


집 정리는 짧게는 몇 달부터 길게는 몇 년에 이르기까지 해야 하고, 기력 없고, 아픈 본인 보다는 가족, 자녀 세대에서 하게 된다. 단순히 이사로 집을 비우는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짐을 처분하는 일이다. 그 힘든 짐 정리를 하고 나서는 원망과 망가진 몸만 남는다. 


"부모님은 평생 사실 생각으로 후쿠오카 집을 장만했어요. 나이드신 두 분의 살림이고 단독주택이라 수납 장소가 많았죠. 창고방과 벽장, 헛간 등에 물건이 가득 차 있었어요." 어머니의 새로운 생활을 위해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놓고 갈지 선택해야만 했다. 남은 시간은 2개월, 거의 초읽기였다. 

"몸 상태가 온전치 못한 어머니가 혼자서 물건을 처분하고 이사하기는 어려웠어요. 저도 직장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주말이나 유급 휴가를 이용해 도쿄와 후쿠오카를 오가며 정리를 도울 수밖에 없었죠." 


노년이 되어, 움직이는게 힘들어지면, 짐을 한 군데 쌓아두게 되고 (현관에서 거실), 짐이 많으면, 불편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 나이가 들어 신체 기능 저하되어 넘어지는 사고가 쉽게 일어나고, 넘어져 골절되면 죽을 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머니를 자랑스러워했지만, 집안 정리나 요리는 서툴렀다고 한다. 예전부터 물건을 줄이는게 좋겠다고 말해왔지만, 어머니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현실을 회피하려고만 했고, 그 정리를 나중에 떠맡아 하고나니, 정리한 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어머니의 얼굴을 보기 싫을 때가 있다고. 자랑스럽던 어머니가 원망스러워졌다고 한다. 


정리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아프게 되고, 머리가 하얗게 다 세어 버리는 등 몸도 마음도 상하게 되는데, 그걸 누구한테 떠민단 말인가. 


"저도 이제 노년이에요. 얼마 전, 50년동안 써 온 일기를 다시 읽어보고 마음과 머릿속에 추억으로 남긴 뒤 과감히 처분했어요. 앞으로 갑자기 입원하거나 시설에 들어가는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요. 언제 그런 때가 와도 당황하지 않도록 주변을 홀가분하게 해두고 싶어요." 


정리를 하는 건 보통 집안의 여자..인데, 출판사에서 일부러 여자만 골라서 사례 수집을 하지는 않았을테고, 딸이나 며느리가 집안 정리를 한다. 


"남편은 높이 80cm가 넘는 목각 장식물도 부모님 집에서 가져왔어요. 깔끔하게 쓰던 방에 지금은 그 목각 장식물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시댁 정리 후 제 머리가 하얗게 셌어요. 정리도 힘들었지만, 남편과 제가 물건을 대하는 방식이 너무 달라 그것도 큰 스트레스가 된 것 같아요." 


집을 정리하는 이야기를 보며, 하나 더 눈에 들어오는 건, 남는 건 대부분 여자다. 대체로 남자가 먼저 죽고, 그러니깐, 평균 수명도 남자가 짧은데, 결혼은 왜 남자 연상으로 하냐. 확률적으로 여자 혼자 남을 수 밖에 없고, 남자의 노년 뒷바라지에 자원을 쏟을 수 밖에 없다. 답답. 사례 중에 아들이 50대에 먼저 죽어서 어머니와 며느리만 남아, 며느리가 어머님 집 정리 하는 것도 있다. 


희망적이고, 롤모델이 되는 사례도 드물지만 있다. 


"서랍장 안도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평상복 몇 벌과 속옷과 앞치마, 기모노 몇 벌이 들어있을 뿐 텅 비어 있었죠 .돌아가시기 십 수 년 전부터 '난 이제 물건을 필요 없어. 쓸 사람이 있으면 주고 싶어.'라며 시어머니는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반지와 목걸이, 좋은 기모노는 친척이나 이웃에게 나누어주셨고, 저도 갈 때마다 반지와 오비 같은 걸 조금씩 받았어요. '이 접시는 너희가 써줬으면 좋겠어.'라며 오래된 접시와 어머니가 쓴 하이쿠도 주셨어요." 


이 어머님은 드문 사례인데, 자식들이 자신이 죽으면 집에서 살거나 내려 올 것인지 확인하고, 안 내려갈거라고 하자, 집을 팔고, 살 곳을 물색한다. 작은 아파트로 옮기면서 "10년은 여기서 살고 싶어. 그 다음엔 고령자 전용 주택으로 옮길 거야." 라고 말한다. 운전을 좋아했지만, 70세가 되자 고령자 사고가 많다는 이유로 차도 처분하고 운전도 그만둔다. 


이런 식으로 마지막 십년에서 이십년을 자기 주도로 계획한다. 짐도 몸도 가볍게. 그러면서 일상을 이어간다. 


나이 들면 무조건 대형 병원 있는 아파트지. 그래도 주택에서 살아보고 싶은데, 아파트가 편하긴 하지. 

생각한다고 다 살 수 있는건 아니지만, 지향점을 어디에 두냐 따라서 어디 살지 정해질텐데, 

노년도 이렇게 나누어서 주거 목표를 세우는 것 좋아보였다. 


나는 내 부모의 집정리는 살아계신 동안은 포기했고, 내 집정리를 어떻게 할지. 끝을 생각하고, 거기까지 줄을 쫙 그어서 필요한 것들을 해나가야 겠다고 다짐했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미니멀리즘, 정리정돈, 버리기 책보다 더 와닿았던 독서경험이었다. 


"내 물건의 쓰임을 판단하고 처분하기 위해서는 판단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몸이 말을 안 듣고 물건을 옮기는 게 귀찮아진다는 거예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동안, 최대한 물건을 줄이고 손이 닿는 곳에 알기 쉽게 물건을 재배치하는 게 좋아요. 저도 조금씩 해나가고 있어요." 








무엇을 처분하고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를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의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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