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 2018 제6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의경 지음 / 광화문글방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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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의 콜센터는 피자 콜센터이다. 지금이야 앱으로 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전화해야 하는 곳은 콜센터이다. 수많은 끼니 중의 한 끼인 치킨, 짜장면, 탕수육과 함께 가장 대중적인 배달음식의 콜센터가 무대이고, 이 콜센터에 있는 대부분이 이십대 초, 콜센터를 잠깐 들리는 정거장 삼아 있다는 건( 최소한 그들의 희망사항으로는) 책에서 처음 봤다. 이십대 초거나 아니면 아예 나이 많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 


콜센터와 20대초반 출구 안 보이는 답답함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생생해서 저자가 콜센터에서 근무해봤거나, 리서치가 잘 되었구나 생각했는데, 30대 중반에 소설가를 꿈꾸며 콜센터에 있었다고 한다. 이 책 속에 나올법한 인물이군. 

 

취준을 앞두고,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게 사장을 꿈꾸며, 돈 모아 유학 가려고 등등 각각의 꿈을 가지고, 전화기 너머 진상들을 상대한다. 그들의 숨통은 옥상에 올라가서 담배를 피울때나 잠깐씩 트인다. 


블랙컨수머를 상대하는 것이 더 손해라는 글을 본 적 있는데, 책에 나온 악성진상들은 정말 악성인데, 뉴스에 나오거나 안 나오거나 현실에 있을 것이 분명한 그런 진상들이라서, 그런 진상들은 경찰에 신고하거나 짜르는거 기업에서 왜 못하지. 대놓고 하는 진상이 아니라도 기분 긁는 그런 감정노동들 찌꺼기들이 다 남기 마련인데, 그런것까지 어쩌지는 못해도, 미친 진상들을 왜 받아주냐고. 해롭다 해로워.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대목에 다섯 청춘의 일탈은 한 편의 로드무비 같았다. 

사촌형의 차를 운전해 좋아하는 여자에게 잘 보이려다 대박 혼나고, 그길로 진상 찾아 해운대로 KTX 타고 가는 다섯명의 콜센터 청춘들. 장면과 상황들이 실감나서 나도 그들 중 하나와 일하는 것만 같았다. 


일반 고객 처리반과 진상 처리반이 따로 있는데, 일반 고객 처리반이 새똥 치우는거면 진상 처리반은 하루에도 몇 번씩 거대한 설사 치우는거란 얘기에 웃기고 슬펐다. 진상 처리반이 더 경력 있어야 하고, 돈도 조금 더 받는다고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콜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앉아서 일하니 편한일로 여긴다는 것도 이 책에서 알았다. 몸 쓰는 일보다,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 일보다 마음 갉아내고, 목 긁어내는 그런 일이 그나마 '몸'은 편한 일이라는 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화를 걸고, 전화 연결 잘 안되서 이미 화가 슬슬 올라오는 중에 연결되는 콜센터, 우리는 때로, 부품으로 일하는 우리처럼 전화기 뒤에도 사람의 삶이 있다는 것을 잊고 사는데, 이렇게 책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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