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숭배하든 혐오하든 - 몸 페미니즘프레임 2
김명희 지음 / 낮은산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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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차별주의 성향은 여성에 적대적인 차별과 여성 숭배적인 차별로 구분할 수 있다." 


여성의 몸을 배움이 지식인 의사이자 살아 온 경험이 지식인 여자의 눈으로 잘게 나누어 예리하게 비판하는 책이다. 

어떤 이슈를 보아도 여자의 몸, 가장 최전선의 페미니즘 프레임으로 다시 읽혀야 할 이야기이다. 


이렇게 완벽한 시리즈물의 첫 권을 읽자니, 굉장히 설레인다. 페미니즘 프레임이라는 시리즈 명명도, 역동적인 표지 아트워크도 제목도, 저자도, 글도 만족스럽다. 


현상을 파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까지 인식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남자는 원래~ 여자는 원래~ 라는 말을 들으면,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남녀차별의 최전선 같은 곳에서 살고 있다보니, 남자와 여자의 역할에 대해 뼛속까지 박힌 '여자'들을 많이 본다. 그런 얘기 남자들은 하지도 않아. 할 필요조차 없어서. 


편견은 편견에 그치지 않고, 그 편견을 답습한 각각의 행동반경을 제한짓고, 조정한다. 

여자아이들은 분홍을 좋아하고, 꾸미는 것을 좋아해서 유아기부터 화장을 해야 하고, 남성은 리드하고, 여성은 따라간다. 과학계에는 여성의 숫자가 적고, 돌봄 일자리에는 여성이 많다. 그리고, 이런 현상들은 다시 '남자는 원래~ 여자는 원래~' 신념을 강화한다. 

 

모든 챕터가 재미있고, 의미 있었지만, '털' 부분이 많이 생각난다. 탈코르셋을 가름짓는 잣대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바로 '머리카락' 이기 때문인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 


머리카락 길이와 스타일만으로 특정 집단을 식별해낼 수 있을만큼, 머리카락의 상징적, 사회적 의미는 크다. 예를 들면, 스킨헤드족이나 펑크족같이. 남초 커뮤니티에서 가장 선호하는 여성의 머리스타일은 긴 생머리이다. 긴생머리족으로 불릴 수도 있는걸까? 여성의 머리카락은 섹시함과 여성성을 상징하기에 머리를 자르는 것은 처벌이나 반반항으로 여겨져 그에 순응하여 적당히 길어야 하지만, 카톨릭에서는 정숙함을 나타내기 위해 베일로 가려줘야 한다. 직업에 따라, 머리 모양과 머리 스타일을 제한한다. 


또 다른 털인 겨드랑이 털이나 성기의 털, 팔이나 다리의 털은 어떤가? 눈썹은? 여성의 모든 종류의 털에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혹은 '여성에게 요구되는' 조건과 규범이 있고, 반대편 성에 요구되는 조건들과 비교해 보면 새삼 소름끼친다.

일터에서 내가 숏컷에 파마도 하지 않고, 염색도 하지 않으니, 1년 내내 지치지도 않고, 파마 해보라며 권유하고, 나는 자연인이다 출연하라며 웃는다.아, 나는 화장도 안 하구요. 일터의 어떤 남자들보다 단정한 머리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머리의 남자가 염색하지 않고, 파마하지 않았다고 자연인 소리 들을 확률은?


목소리 이야기도 재있었다. 

목소리 톤을 높이는, 소위 말하는 서비스 톤인 솔톤, 여자의 애교를 강요하고, 무표정을 화난 것으로 웃음으로 분위기를 좋게 만들 것을 강요하는 강한 사회적 분위기.


" 애교를 통해서 얻는 호의는 남성적 응시 하에 놓인 여성성과 가부장적 조직 안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젠더 평등이나 역량 강화와는 거리가 먼 방법이다. 순진무구하고 귀여운 어린이 행세를 함으로써 자신이 위협적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타인의 심기를 살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이를 통해 원하는 바를 얻어 내는 것. 이것이 여러 커뮤니케이션 방법 가운데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라면 취향과 선호의 문제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른 수단이 제한된 상황에서 애교가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면, 그리고 이 방법만을 강요당한다면 이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토크쇼 방송에서 나이 많은 남성 진행자의 아무 말 대잔치에 생글생글 웃으며 애교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소셜미디어에서 팬의 잘못된 댓글 내용을 '정중하게' 지적했다고 '태도 논란, 인성 논란'에 휩싸인 여성 연예인들의 모습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애교는 협상 전략이 아니라 사회적 규율이자 생존 전략이다.  


다 큰 성인 여성들에게 애교 강요하는 사회, 변태적이다."


흥미로운 조사결과도 있다. 애교나 옆나라의 카와이의 핵심 요소는 목소리 톤인데, 여남차별이 덜한 국가일수록 여성의 목소리 톤이 낮아진다. 일본이 최고로 높음. 남자나 여자나 목소리 톤이 높을 수록 리더의 자질이 없다고 여겨진다.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는 낮은 목소리로 많이 이슈가 되었고, 들어보면 정말 저음의 목소리로 좀 놀라게 되고, 그것이 그녀가 꾸며낸 목소리였다는 것 또한 놀랍고, 여자의 목소리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예시이다.


인류학자가 연구한 한국의 애교는 아니, 한국 여자의 애교는 일본의 카와이나 부릿코(공주병)보다는 아마에(응석)에 가깝다고 한다. 


" 인류학 논문에서는 한국의 애교가 일본어의 '카와이(귀엽다)'나 '부릿코(공주병)'보다는 '아마에(응석받이)'에 더 가깝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아마에는 단순히 귀엽다, 사랑스럽다는 뜻이 아라, 아기들의 엄마에 대한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로, 사랑받고 돌봄받고 싶은 열망과 관련된 생각이나 행동을 지칭한다. 이러한 아마에의 사회적 관계를 취하는 여성은 돌봄자에게 의존적이고 사회에서 미성숙한 어린이 위치를 갖는다. 그렇기에 한국의 애교 개념에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 


마지막 챕터는 '목숨'이다.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여성에게 씌워지는 사회적 코르셋은 이 책 전반에 걸쳐 꾸준히 나온다. 

여자 의사들이 많아져야 하고, 남자들이 디폴트인 많은 연구들이 여자들을 대상으로도 연구되어야 하고, 여자들은 본인의 몸을 대상화하는 것을 멈추고, 기능적으로 자신의 몸으로 바라보고,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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