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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 속의 영화 - 영화 이론 선집 현대의 지성 136
이윤영 엮음.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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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영화관련학과 학생들은 긴장 좀 해야겠습니다. 읽든 안 읽든 상관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책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필독서가 될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냥' 교과서가 될 지도 모르지만, 어쩌거나 책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할 그런 책 말입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상당히 '계획적인' 영화 관련 글 모음집이기 때문이다. 

글을 묶고 번역하여 내신 이윤영님께서 교수님이시라는 것도 상당히 예민한 이유입니다만, 하필이면 묶인 글이 15개라는 것은 16주과정의 학기를 경험한 저에게는 더할나위없이 불길한 것이지요. 그러니까 한 주에 하나씩을 목표로 글을 읽어나간다면 한 학기에 한 권을 해결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물론 축제도 중간기말고사도 여기저기 포진해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 읽고 넘어가는 글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요. 아마도 그렇게 될 거에요. 하하, 나 너무 불길한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전에 그런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매 시간 하나의 논문을 읽고 수업에 참여합니다. 그 날의 발표를 맡은 학생이 그 시간에 다룰 논문을 미리 열심히 공부해와서 중요 내용과 이론 등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합니다. 그 후에는 교수님께서 나오셔서 학생의 발표를 기본으로 하여 부족한 부분을 설명해주시고, 그 시간의 논문이 다루고 있는 해당학문의 주요 논점과 흐름, 전문용어 등을 알려주십시다. 학생들은 질문을 해대고 교수님께서 아주 친절하게 꼼꼼하게 설명해주십니다. 그러고나면 끝입니다.  

네, 이 책은 위와 같은 수업을 진행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매우 유혹적인 책입니다. 저만해도 저 책이면 한 학기동안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칠 수 있겠구나 (학생들을 고문하며 즐거운 한 학기를 보낼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저는 교수님도 강사도 아니지만요.  

이 중에는 제가 처음 대학에 입학하여 예술을 할 거라면 이건 읽고 시작하라는 발터벤야민의 '기술 복제시대의 예술작품'도 있고, 건성건성 듣고 넘긴 영화이론 시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아이젠슈타인, 앙드레 바쟁 등의 유명인물의 글도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더 매력적이지요. 이제는 굳이 교과서가 아니어도 이 책 한 권을 사놓고 읽기만 하면 나는 영화교양은 충분해질 거라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결론으로 점프해보자면, 맞습니다. 이 책을 꼼꼼히 읽고 나면 영화이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다루는 세밀한 이론적인 부분까지 어느 정도 섭렵가능해 보입니다. 또한 왜 영화가 지극히 상업적인 면을 자랑하면서도 예술이란 장르에 포함될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과 설명들도 가득합니다. 심지어 영화가 관계하는 학문, 기술분야가 워낙 넓고 광대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교양지식을 늘리는 것도, 인문학에서 영화라는 소재를 사용하기 위해서도 여러모로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저처럼 게을러서 그 중요성을 알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던 학생들에게 더 이상의 변명거리를 없애버릴 해결책이기도 할 겁니다. 

그 학생 중에 제가 포함될 수 있는지, 더 이상 학생은 아니라고 껴주지 않을런지는 단박에 알 수 없지만 결국 저도 차일피일 미루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읽었네요. 하핫, 며칠 뿌듯할 것만 같습니다. 아 씐나.

다만 아쉬운 것은, 번역의 문제입니다. 영화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워낙 글을 어렵게 쓰는 걸 즐겼는지, 번역과정에 있어서 한국어의 마땅한 호응이 없었는지, 이유야 저는 잘 모르지만, 글들이 참 어렵습니다. 쉽게 이해되지 않은 문장들이 꽤 있었는데, 여러번 읽어서 이해가 되는 것도 있었지만 문장 자체가 어색한 경우도 꽤 있었기 때문에, 석사과정의 학생들과 여러번 독회를 가지셨다는 서문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심이 든 정도 있었지요. 아무래도 배움이 부족한 제게 더 많은 책임이 있겠으나, 좀 더 쉽게 풀어주셨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덧붙여, 영화라는 것이 현재를 반영하기 때문에, 철학과 심리학과 생득적으로 조우해야 한다는 것에 상당한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술의 변화가 사람들의 전반적인 삶의 형태를 변화시키며, 하나의 장르를 대하는 태도마저 변화시킨다는 것은 미디어생태학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입니다만, 미디어생태학이 태동하기 전에 영화라는 매체가 '극'이라는 장르를 접하는 방법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다는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직지심체요절을 140년이나 앞서는 금속활자를 발견한 것 만큼이나 신나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가을이 오면, 따뜻하고 사약같은 진한 커피를 옆에 두고 밑줄을 그어 가며 차근차근 한 글씩 읽어나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정작 가을이 오면 깜빡할 수도 있고, 새로운 신간평가 때문에 허덕이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왠지 이 책은 가을에 더 잘 어울릴 느낌이 드는 거있죠. 표지 때문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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