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경영, 오래 가려면 천천히 가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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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 경영, 오래 가려면 천천히 가라 ㅣ 서돌 CEO 인사이트 시리즈
츠카코시 히로시 지음, 양영철 옮김 / 서돌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실패하지 않는 CEO의 비법은 따뜻한 신중함이다.
1937년생인 지은이 츠카코시 히로시는 21살부터 CEO를 맡았다. 1950년대에도 사장대행직이 있었다니, 명문가이면서도 부유함을 대대손손 유지했던 우리나라 최부잣집의 가훈과 비슷한 비법이 이 책에도 나와 있다. 저자의 고민을 해결한 열쇠는 ‘항상 본연의 모습을 추구하는 것’이다. (8쪽) 최부잣집의 몇 가지 가훈과는 다르게 저자는 현대의 복잡한 경영 기법과 전술에 대해서도 다룬다. 다만 저자의 비법은 바로 변하지 않는 기법과 전술을 알려준다는 특징이 있다. 이익은 경영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니다.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올바른 이념과 철학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다. 올바른 경영 이념이 회사를 존속시킨다. (9쪽) 올바른 경영 이념을 심어서 대대손손 자라나는 커다란 나무를 기르는 것이 바로 CEO가 할 일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사상가 니노미야 손토쿠의 말을 인용한다. 아래 글을 보면 이 책을 저자가 쓴 의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꼭 회사가 아니더라도, 기업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저자의 경영 이념을 받아들인다면, 개인과 사회 모두가 풍요로워 질 것이다. 거듭 읽어봐도 참으로 멋진 구절들이다.
* 멀리 보는 사람은 풍요로워질 것이며, 가까이 보는 사람은 빈곤해질 것이다.
* 멀리 보는 사람은 100년 후를 위해 삼나무를 심는다.
* 가을에 결실을 거둘 것을 알고 봄에 씨를 뿌리니, 곧 풍요로워질 것이다.
* 가까이 보는 사람은 가을에 결실을 보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다 하여 봄에 씨를 뿌리지 않는다.
* 눈 앞의 이익에 어두워 나무를 심지 않고 거두는 일에만 몰두하니, 곧 빈곤해질 것이다.
이나 식품 공업은 처음에 분말 한천을 생산하고 있었는데, 거의 망하기 직전이었다. 그 때 사장은 바로 저자에게 직무대행을 맡기게 되었고, 저자는 그 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사업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전공 서적을 사고, 생산 기술 향상을 위해 방법을 골몰하고, 직원과 함께 연구하고, 경리 업무까지 공부했다. 주변에서는 고생이 너무 심하다고 저자를 말렸지만, 저자는 고생한만큼 훗날의 기쁨이 커지리라 생각하며 일했다.
직원들이 자신의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직원의 행복을 지켜주는 기업. 사훈이기도 한 좋은 회사를 만드는 방법의 핵심은 바로 앞의 두 가지이다. 그렇지만 오래가는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목표와 노력, 실력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바로 운도 따라야 한다. 저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행동력과 통찰력이 있는 사람만이 운을 잡을 수 있다. 행동력이 있는 사람은 몸 움직이길 좋아한다. 통찰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분야 외의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지식을 갖춘다. 특히, 인간 사회의 본연의 모습이 무엇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파악하려 한다. (41-42쪽) 좋은 스승과 친구를 만나 친분을 맺는 것도 중요하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대기업의 직원 관리는 이 책에서 건강하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식 경영은 효율적일지 모르지만, 한 때의 트렌드에 불과하기에 본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효율성만 따지는 비인간적인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속히 벗어나야 신뢰받는 기업, 따뜻한 기업이 살아나고, 우리 사회도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해서 꼭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명제를 왜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러한 현상이 바로 이념과 유행 사이의 조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시각이고, 충분히 귀기울일 만한 이야기이다.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경영이 바로 올바르다. 나는 얼마 전에 인터넷 연결을 하다가 지나친 고객 유치 경쟁 구도에 너무나 실망하여 결국 인터넷을 설치하지 않았다. 위약금도 컸고, 집에서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어서 매우 불편했지만, 결국 인터넷을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이를 고수할 예정이다. 내가 인터넷 업체에 실망한 까닭은 다른 업체로 떠나려는 고객에게는 온갖 감언이설과 협박을 동원하여 붙잡으면서도, 불편함을 항의하는 고객에게는 불친절함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말이 앞뒤가 바뀌는 것은 물론이요, 단계별로 고객이 알고 있지 못하는 사항을 약점으로 잡아 돈을 뜯어내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눈 앞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방만한 기업 운영은 결국 일순간의 급성장은 이룰 수 있지 모르지만, 나이테 경영은 불가능할 것이다.
자연을 보자. 자연 본연의 모습을 살펴보면 천천히 오래간다. 사자는 오로지 배가 고플 때만 사냥을 한다. 인간과는 달리 사자는 배가 부르면 욕심을 내지 않는다. 본연의 모습에 다가가는 원리는 간단하게 말하면 성급한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천천히 오래가기 위해 욕심을 접어두어 시공간을 뛰어넘어 따뜻함을 지닌 신중함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저자의 경영 방법이다.
커다란 느티나무의 뿌리는 깊다. (깊이 경영) 우뚝 서 있는 나무의 줄기는 균형있게 뻗어나간다. (균형 경영) 나무의 나이테는 꾸준히 성장한다. (나이테 경영) 나무는 계절의 변화를 맞이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놓는다. (성장 경영) 그리고 위의 네 가지를 모두 합하여 새로운 나무를 길러가는 (미래 경영)을 해나간다.
에필로그에서 본연의 길을 가자는 것을 강조하며, 끝없이 배워야 그 길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마무리 하고 있다. 여행의 소중함, 문화 형성의 힘 등 저자의 노하우가 곳곳에 스며있는 이 책은 얇지만 우리가 너무나 흔해서 지나쳐버린 작은 보석들을 한 곳에 모아놓았다. 눈에 띄는 성공은 아닐지라도 실패만 아니라면 정말이지 만족스러운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