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를 일고 리뷰해 주세요.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 스타를 부탁해
박성혜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전도연, 김혜수, 박해일, 지진희, 조승우... 

모두 내가 손으로 꼽는 실력파 배우들이다.  

그런 배우들의 매니저라니, 그것도 사자머리 매니저. 그녀를 통해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속사정을 알게되며, 어느 부분에서는 맞아 그렇게 살아야 진짜 배우지, 혹은 아냐 그래도 이런 부분은 걸고 넘어져야 하는 거 아닐까? 라고 각 장면마다 눈을 못떼고 읽었다. 연예계의 일이라고 감각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매니저의 노력과 스타의 자질이 만날 때 연예계에서 빛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이 책은 400쪽 상당으로 결코 얇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매니저라고 해서 지적 수준이 결코 평범하지도 않다. 실로 그녀는 매우 어린 나이부터 대중 문화를 손수 노트에 또박또박 적어가며 평가하고 감상했던 조숙한 아이였다. 초등학생 때는 팝에, 중학생때는 문학에, 고등학생때는 사진에 취해 시시각각 취미를 변형시키며 스타를 지키는 매니저가 되기까지의 그녀의 확실한 선택들.  

 아마 그 선택에서 가장 내게 도움이 되는 선택은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에 나온 '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을 3페이지 정도 적어가는 '모닝 페이퍼' 쓰기를 통해 이 책을 쓰는 용기를 얻은 것이리라. (12쪽) 

 그녀에게는 잔심부름도 인생의 역전 기회가 된다. 130쪽에 나온 그녀가 겪은 알바 중에서 큰 의미와 재미를 부여한 과정을 하나 소개해본다. 주연 배우에게 공연 전 마시는 커피 한 잔을 제공하는 역할이 그것이다. 공연 전에 배우의 침묵이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지며, 커피 비율을 이리저리 조절해보고, 배우의 고맙다는 인사말에 보람을 느끼는 역할. 시시할 지도 모르지만, 따뜻한 차 한잔이야 말로 사람 사이에 정을 나누고 믿음을 쌓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 아닌가? 누가 믿지 못하고 싫은 사람의 차를 제일 긴장 되는 순간에 고마운 마음으로 마실 수 있을 까?

물론 그녀도 사람이다 보니 스스로 자만했던 적도 있었다. 나의 대학생활의 소중한 경험들을 그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돈이나 명예와 바꿀 수 없는 내 젊은 날의 반짝이는 초상들이다. 오히려 내가 스스로 깨달은 부분은 나 자신의 자만이었다. 나는 사회를 너무 만만히 보았다. 학생 시절 내게 소중한 기회를 특별히 준 분들의 호의를 잊고,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과대평가했었다. (151쪽) 그렇지만 그런 반성 이후 바로 그녀의 길로 갈 수 있는 전화가 오다니, 역시 그녀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153-159쪽은 잡지처럼, 그녀의 사진과 함께 그녀의 열정을 보여주는 몇 개의 문장들이 실려 있다. 어느 피디가 말했듯이 그녀는 확실히 예쁜 편은 아니다. 그래도, 매우 편안하고 이지적인 느낌이 든다. 168쪽에는 그녀가 운전 못하는 매니저로 10년을 버틴 이유도 나와있다. 나는 매니저가 운짱이나 가방 모찌로 불리는 것이 지독히도 싫었다. 현장 진행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이 운전일 수는 있으나, 운전수로 일하기 위해 매니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목적과 과정은 구분되어야 한다.

우리 생활에 잘 쓰이는 코리안 타임용 임기응변도 잘 정리되어 나와있다.

지금 출발 했다 = 사실 아직도 전 스케줄 촬영이 끝나지 않았다.
지금 가고 있다 = 이제 거의 끝나가며, 곧 출발하려고 한다.
이제 다 왔다 = 이제 막 차 시동을 거는 중이다.

매니저의 시간 약속 말은 믿지 말라는 말이 적혀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문화가 이렇지 않은가? 늦은 사람에게 전화할 때....저런 대답은 항상 들으니깐 말이다. 이제 그 뜻을 명확하게 알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어서 얻은 작은 수확이다.

또하나의 수확, 거친 매니저의 세계는 마초적인데, 거기서 여성인 작가가 살아남은 비벌도 나와 있다.
250쪽) 남자들의 세계란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한 면이 있다. 힘의 원리가 정확하게 적용된다. 혹여 여성을 터부시하는 집단에서 상황을 극복할 의지가 있는 여성이 있다면 감히 이런 처세술을 받아들이라 충고하고 싶다. 대장 개미를 먼저 공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불필요하게 모두 변화시키려고 애쓸 필요 없다.
대장 개미들은 대부분 태도와 생각이 명확하다. 특히 사람에 관해 판단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것이 그들이 대장이 된 까닭이다. 논리와 근거와 진정성만 있으면 충분히 그들의 태도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지나치게 사교적이며, 연예인의 생활만 다루어서 속물같은가? 그렇다면 이 책의 주제가 그야말로 잘 표현된 것 아닐까? 왜냐, 별은 그렇게 빛나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아마도 저자는 고 장자연씨의 일도 속속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몸담은 조직을 위해서 깊게 다루진 않은 것 같다. 어쨋거나 그녀는 그 거대한 욕망의 덩어리 속에서 보석같은 스타들을 키워왔다.  

 이 책은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나온 사람과 사업의 연결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애,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볼 수 있는 악착같이 자신의 일에 매달리는 전문성, 그리고 최근의 드라마 스타일에서 볼 수 있는 edge가 철철 넘치는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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