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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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네 케이스케를 처음 만난 건 작년 겨울에 출간된 침저어를 통해서였다. ‘라는 호러 단편집으로 독자들 사이에서 매니아층을 형성했던 것과 달리 나와는 인연이 닿질 않았다. 첩보 소설이라는 말에 혹해 침저어를 읽었지만 믿고 보는 작가라는 소리에는 동의할 수가 없었다. 이도 저도 아닌, 뜨뜻미지근한 채로 남겨져 있던 작가 소네 케이스케. 마음씨 고운 어느 분에게 선물 받아 또 만나게 되었다. ^.^

 

표제작 열대야를 시작으로 결국에......’마지막 변명까지 세 편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단편집이다. ‘열대야는 갑자기 들이닥친 야쿠자가 아내와 친구를 인질로 삼는다. 사채 빚을 갚지 못해 생긴 불상사에 토드는 돈을 빌리기 위해 두 시간동안 자리를 비우기로 하는데 감감무소식, 연락조차 없이 나타나질 않는다. 기본적인 뼈대는 인질극을 내세운 미스터리라고 볼 수 있다. 뚜껑을 열어보면 어라? 인질극은 인질극인데 뭔가 틀려! 뜻밖의 반전과 뒤통수 얼얼하게 만드는 반전까지, 두 번의 반전에 홀랑 속아 넘어갔다.

 

결국에......’마지막 변명은 현재가 아닌 조금은 먼 미래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 노인의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기 시작한 요즘, 사회적인 문제를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낸 게 일품이다. ‘마지막 변명은 소생자라 불리는 좀비 이야기다. 심장만 뛰지 않을 뿐 인간과 다를 게 없는 소생자. 약간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는 두 개의 단편. 소재가 독특하진 않아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숱한 상을 받은 이유가 아마 이런 것 때문이지 않을까.

 

표제작은 훌륭하다. 더 없이 시원한 반전에 속이 뻥 뚫리는 기분. 암울한 미래의 이야기에는 선뜻 손을 들어주질 못하겠다. 그렇다고 재미없었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고.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한 편의 장편과 한 편의 단편집을 만나고 난 지금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얇고 가벼운 책의 무게보다 훨씬 더 묵직한 여운의 이야기는 좋았지만 글쎄. 취향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숙제 같은 마음이 몽글몽글 생겨 버려서 소네 케이스케의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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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양국일.양국명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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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말썽으로 다른 지역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 태인. 산 중턱에 외로운 섬처럼 자리 잡고 있는 학교는 괴괴한 적막에 둘러싸여 있다. 까다로운 교내 규칙으로 바깥세상과 단절된 것과 마찬가지인 이 기숙학교에서의 생활은 평탄할 수 있을까. 자신을 알지 아느냐고 물어오는 이상한 여자아이를 시작으로 사주에 겁살劫煞이 가득하다며 이상한 관상 철학을 쏟아내는 성규까지 첫째 날부터 태인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룸메이트인 지원을 만나기 전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던 중에 미묘하게 틀어진 빈 공간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곳에 놓여 있는 노트 한 권. 태인이 오기 전 침대의 주인이었던 은호의 일기였다. 실종된 은호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고, 일기에 가득 쓰여 있는 학교의 미스터리에 의심을 품고 그 실체에 점점 가까워진다.

 

제목과 호러소설이라는 얘기만 듣고 귀신이나 혼령 등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것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여서 당황. 내용과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제목은 아이러니. 제목인 악령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으니까. 갈수록 점점 조여드는 긴장감이 폭발하는 순간에 나타난 학교를 둘러싼 미스터리의 정체는 의외였지만 좀 허무해진다. 오히려 유미가 알고 있던 괴물의 정체가 더 놀라웠던 것 같다.

 

제목만 보고 살짝 겁을 집어먹고 시작했는데 그게 좀 무안할 정도로 오싹함은 생각보다 덜 하지 않았나 싶다. 다소 힘 빠지는 전개는 아쉽기도 하고. 이 작가 형제(?)의 단편은 괜찮게 본 기억이 있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반갑기는 하더라. 부디 건필해서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길 바래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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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시간 - 김근태, 남영동 22일간의 기록 평화 발자국 12
박건웅 만화 / 보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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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근태 님이 198594일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서 22일동안 고문을 받았다. ‘짐승의 시간은 그 22일간 고문을 받았던 기록이다. 책장을 펴고 얼마 되지 않아 하얀색 표지에 그려져 있던 십자가처럼 보이는 빨간색의 그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 위에 강제로 묶여 숱한 고문을 당하면서 고문자들에 의해 짐승으로 지냈던 시간이 낱낱이 드러난다.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어떠한 악한 행동들보다 더 그악스럽고 사악하기 그지없는 고문이라는 이름의 고통 말이다. 잔인한 파괴의 시간이었던 22일은 그를 나약하고 병들게 만들었다.

 

 

책 속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그에게 고문을 했던 사람들도 평범한 사람들이다. 먹여 살려야 할 아이와 아내가 있고, 당장 점심엔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는 아주 평범하고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 그런 사람이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을 정도의 고문을 한다는 게 믿겨지나? 모르겠다. 고문으로 심신이 약해진 그는 나중에 고문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그 때문에 나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순전히 짐승의 시간이라는 제목과 벽돌 같은 두께에 솔깃해서 읽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요즘, 두꺼워도 만화니까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꼼수도 있었다. 대충 누구에 대한 이야기인지만 훑었다. 만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벼워 보이고, 그래픽노블이라고 하는 게 맞을 거다. 흑백대비와 굵은 선으로 표현 된 그림은 강렬하다. 그만큼 생생하게 전달되는 고통의 크기에 숨이 턱 막혀온다.

 

 

책 한 권으로 그가 겪었던 고통의 깊이를 얼마나 짐작하겠냐만 그래도 이런 책이 있다는 게 다행으로 느껴진다. 세상에 묻힐 이야기는 절대 아니지만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어질 기억이기에 이렇게 다시 환기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겪었던 짐승의 시간을 지우개로 지우듯 말끔하게 지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바래본다. 그 곳에서는 평화롭고 평안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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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숙청의 문을
구로타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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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도 없는 것처럼 지내던 40대 여교사 곤도 아야코가 자신이 담임을 맡았던 3학년 D반 스물아홉 명의 학생들을 인질로 삼는다. ‘처형의 방식을 띤 살인으로 학생들은 하나둘씩 목숨을 잃어 가는데 현장에 급파된 특경반은 주도면밀한 아야코의 범행 계획에 혀를 내두른다. 전대미문의 인질극에서 특경반은 학생들을 구출하고 피의자 아야코를 체포할 수 있을까.

 

솔직히 설정이 과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아니 많다. 엄청난 전투력의 여교사나 극악무도한 악행을 저질렀던 학생이나, 그 학생들이 한 반을 이루고 있는 설정 등. 소설을 완성하기 위한 설정들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과한 설정들이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고 이상하게 흥미와 재미를 배가 시켜주는 요소로 작용 된다. 납치범이자 교사인 아야코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잔인한 방식으로 살인을 저지른 그녀, 아야코의 편을 무조건 들어주기는 힘들다. 섬뜩한 광기에 휘말려 끔찍한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의 마음을 전부는 아니어도 조금은 알 것 같다. 새벽 1시 즈음에 마지막 책장을 덮고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를 괴물로 만든 건 우리 모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답답해져서 말이다.

 

나는 왜 이 책을 이제야 보았을까. 과한 설정이 작품의 재미를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고, 앉은 자리에서 뚝딱 해치우게 만드는 뛰어난 몰입은 최고라 할 만하다. ‘엄지 척은 이런데 쓰는 말인 것 같다. ^.^ 늦장마로 찝찝함과 불쾌함에 짜증게이지가 경고등을 울리며 최고치를 넘어서고 있었는데 덕분에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 이 맛에 장르소설을 본다. 깊고 진한 짜릿함이 선사하는 시원한 맛에 찾게 되는 장르소설 말이다. 재미있다는 한마디로 모든 게 설명이 되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얘기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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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야기꾼들
전건우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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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한 이야기를 다루는 잡지 월간 풍문. 어느 날 대호선배와 나는 일 년에 한 번, 목련흉가에서 모임을 갖는 밤의 이야기꾼들에 초대 되었다. 흉가에서 벌이는 정체불명의 모임이 오싹하기만 하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은 전부 6. 어느 노인의 사회로 시작된 모임은 참석한 사람 차례대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대대로(?) 남편이 실종되는 아내의 이상한 집안 이야기인 과부들’,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피하려고 성형을 하는 어느 여자의 이야기인 도플갱어’, 내 집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이 집착으로 변해 섬뜩한 광기에 휩싸이게 된 한 남자 이야기인 , 스위트 홈’, 항상 웃을 수밖에 없는 여자의 이야기인 웃는 여자’, 눈귀신의 저주에 걸린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 수의 이야기인 눈의 여왕까지. 책 속에 담겨 있는 다섯 편의 이야기는 옴니버스 형식을 띄고 있다. 단편인 듯 단편 아닌 단편 같은 너~♬ 아무튼 등골 서늘하게 하는 이야기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밤의 이야기꾼들모임에는 지켜야할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꼭 자신이 경험했던 일을 이야기해야 한다. 믿기에는 너무 거짓말 같고 거짓말이라 하기에는 너무 진실 같은, 일요일 아침 무심코 채널 돌리다 호기심에 보게 되는 프로그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같은 이야기다. ‘는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밤의 이야기꾼들의 대단한 활약에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뭔가 터질 듯이 내내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를 만드는 장치가 주인공이 아니었나 싶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어느새 손에는 땀이 흥건하게 베일지도 모른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책을 읽다 괜찮은 글귀 표시해 놓은 빨간색 태그에 식겁해서 육성으로 소리를 꺄악! 질러 버렸다. 진짜, 정말로, 리얼. 비 오는 밤에 방에 혼자 앉아 읽으려니 누군가 내 뒤통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고. , 정말이지. 이런 기분으로 책을 읽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슬며시 벌리는 익살스러운 뒤표지도 마음에 쏙 든다. 밤에 보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이런 이야기는 밤에 읽어야 제 맛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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