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숙청의 문을
구로타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있어도 없는 것처럼 지내던 40대 여교사 곤도 아야코가 자신이 담임을 맡았던 3학년 D반 스물아홉 명의 학생들을 인질로 삼는다. ‘처형의 방식을 띤 살인으로 학생들은 하나둘씩 목숨을 잃어 가는데 현장에 급파된 특경반은 주도면밀한 아야코의 범행 계획에 혀를 내두른다. 전대미문의 인질극에서 특경반은 학생들을 구출하고 피의자 아야코를 체포할 수 있을까.

 

솔직히 설정이 과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아니 많다. 엄청난 전투력의 여교사나 극악무도한 악행을 저질렀던 학생이나, 그 학생들이 한 반을 이루고 있는 설정 등. 소설을 완성하기 위한 설정들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과한 설정들이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고 이상하게 흥미와 재미를 배가 시켜주는 요소로 작용 된다. 납치범이자 교사인 아야코의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잔인한 방식으로 살인을 저지른 그녀, 아야코의 편을 무조건 들어주기는 힘들다. 섬뜩한 광기에 휘말려 끔찍한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의 마음을 전부는 아니어도 조금은 알 것 같다. 새벽 1시 즈음에 마지막 책장을 덮고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를 괴물로 만든 건 우리 모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 답답해져서 말이다.

 

나는 왜 이 책을 이제야 보았을까. 과한 설정이 작품의 재미를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고, 앉은 자리에서 뚝딱 해치우게 만드는 뛰어난 몰입은 최고라 할 만하다. ‘엄지 척은 이런데 쓰는 말인 것 같다. ^.^ 늦장마로 찝찝함과 불쾌함에 짜증게이지가 경고등을 울리며 최고치를 넘어서고 있었는데 덕분에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 이 맛에 장르소설을 본다. 깊고 진한 짜릿함이 선사하는 시원한 맛에 찾게 되는 장르소설 말이다. 재미있다는 한마디로 모든 게 설명이 되는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얘기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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