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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친구 집에서 자는 날 ㅣ 보림어린이문고
버나드 와버 글 그림, 김영선 옮김 / 보림 / 2004년 12월
평점 :
친구집에서 잠은 잔다는 것!
그건 참 가슴 두근두근하게 흥분되는 일입니다.
왜 좋은지
왜 재미있는지
왜 친구집에서 자고 싶은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딱히 이렇다할 대답을 할 수 없지만
아이들에게 자신의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잠을 자게 된다는 것은 새로운 모험의 시작인가 봐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친구네집인데도 말입니다.
7살인 제 큰아이 바무는 지난 가을에 처음으로 친구집에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바무의 친구들 사이에서는 "나도 친구네 집에서 자고 싶다"라는 것이 아주 큰 요구사항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특별한 날, 특별한 선물로 얻게 되는 그런 기회로요.
잠을 자도 된다고 허락받은 날에는 자러 오는 녀석이나 초대한 녀석이나 얼마나 야단법석인지 모릅니다.
맨날 입는 잠옷인데도 "오늘 뭐입고 자요?" 물어오고
맨날 자던 방에서 잘 것임에도 "어디서 자요?" 물어오고
맨날 자던 시간에 재울 건데도 "몇시에 자요?" 물어옵니다.
아이라에게도 그런 특별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심술쟁이 누나가 친구인 레지가 놀릴거라고 자꾸만 자꾸만 불안하게 만드는 잠자리친구인 곰인형 빠빠.
남의 집에 가서 잔다는 설레임과 함께
곰인형이 없이 혼자서 잘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불안함,
아직도 인형 따위를 끼고 잔다고 친구가 놀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등등
평범한 아이, 아이라가 느끼는 감정이 특별한 수식어를 전혀 쓰지 않은 아주 간결하고 깔끔한 문장으로 담아졌기에 정말 자신이 아이라가 된 듯한 그런 기분에 빠져들게 되요.
그림 또한 얼마나 소박한지, 곰인형이 없이도 잘 수 있을까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아이라의 표정이 정말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인형을 가지고 잠을 자는 일들이 그리 흔하지 않은 우리나라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일들이 조금은 낯설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요.
첨에는 "근데 왜 꼭 곰인형이 있어야 잠을 잘수 있는데?" 묻더라구요.
티모시라는 너구리(?)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영어비디오가 있는데 거기서도 친구들이 티모시네 집으로 자러오는 그런 이야기가 있어요.
그때 티모시도 아이라처럼 아직도 잠자리인형이 있다는 것을 친구들이 알면 놀려댈까 싶어 침대 밑에 감추어둔답니다.
서양의 꼬마들에게 침대 밑이라는 곳은 굉장히 은밀하면서도 뭔가 비밀이 숨겨진 그런 장소인가 봐요. 침대 밑에서 괴물이 나온다는 그런 이야기도 있는 걸 보면요 ^^
아..자꾸 딴소리로 가고 있습니다...
하여간 그 만화에서도 결국 그 친구가 자기 직전에 잠자리인형을 가방에서 꺼내고 이에 안심한 티모시도 자기 인형을 꺼내서 편안히 잠이 든다는 그런 내용인데 그게 떠올랐는지
"아, 맞다! 엄마, 티모시에서도 인형이 있어야 잤었잖아? 원래 영어 쓰는 애들은 그런가봐. 나는 엄마 찌찌가 있어야 자는데...." 그러더라구요 ^^
(울 큰놈이 7살임에도 불구하고 자다가 자다가 한두번씩 제 몸을 더듬습니다.
그리곤 제 웃도리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쥐곤 잠이 들지요 ^^;;;;;)
우리 꼬마에게 낯설었던 부분이 또 있는데 그건 아이라의 아빠와 엄마의 모습이었답니다.
첼리스트인 것 같은 아이라의 아빠 - 아빠는 첼로를 연주하고 음반을 들고 나오는데 그러고 보면 이 집은 예술가 집안인가 봐요, 아이라를 불안하게 만들며 놀려대는 누나는 피아노 의자 위에 익숙한 모습으로 앉아있거든요 ^^ -
그리고 파자마 차림으로 쇼파에 앉아 신문을 보시는 엄마.
거기에 다정하게 둘이 함께 저녁을 준비하는 걸 보면서 "킥킥킥" 알수 없는 웃음소리를 내더만요...^^;;;
"서양애들은 아주 애기때부터 엄마랑 따로 자기 때문에 곰인형이 필요한 거야, 너도 잘 때 꼭 엄마가 있어야 자지? "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니 공감하는 눈치를 보이면서
"엄마, 나도 **네서 잘 때 한시까지 잠이 안 와서 **아줌마랑 얘기하다가 잤어" 그렇게 말하면서 이불을 턱밑으로 끌어당기더군요.
친구네 집에 가서 잔다는 것은 이제 자신이 더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그게 무의식적으로 굉장히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면서도
아직은 어린 아이의 티를 벗어나지 않은 그런 미숙한 모습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그런 나이...
그 나이의 제 아이에게 아이라는 자신의 모습같이 느껴졌나 봅니다.
나름대로 위안이 되었을까요?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