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서 나온 할머니 보림문학선 2
이바 프로하스코바 지음, 마리온 괴델트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앗...결국은.....
그러나!
그래, 아이들에게 제일 좋은 것은 바로 이것이지....
하지만 오늘밤 침대에서 조금은 울지 않을까?
할머니와의 기억들로 인해서 말이지......

책을 덮으며 마음 속을 오간 생각들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존재.
그로 인해 평범하고 지루하던 일상이 조금은 뒤죽박죽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근사한, 너무 근사하고 너무 멋져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고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그런 나만의 보물과도 같은 그 어떤 존재에 대한 환타지적인 이야기는 처음 보는 낯선 이야기구조는 아닙니다.

하지만 [알에서 나온 할머니]가 갖는 신선함은 그 할머니가 아~~~주 귀엽기만 하거나 100% 착하기만 한 할머니가 아니라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데다가 몸도 약하고 거기에 고집까지도 센 그런 할머니라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주인공인 엘리아스가 조금이라도 의지할만한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없어요. 오히려 입장이 반대로 바뀌었으니까요.
알에서 나온 사람이 할머니가 아니라 조그만 아기였다면 아마......덜 재미있었을 거 같아요.
아기란 원래가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그런 존재라는 것이 정형화되어 있으니까요 ^^
이미 충분히 동생들로 인해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알에서 나온 아기]와 같은 이야기는 덜 흥미로울 거 같지 않아요? ^^

엘리아스가 알에서 나온 할머니를 갖게 되면서 더 신이 나고 더 행복했던 것은 현재의 상황이 엘리아스의 부모님들로부터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보드게임을 하고 도미노게임, 공놀이 같은 자신의 당연한 일거리를 전혀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온전히 전심을 다해 보살펴야 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 사랑을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벗어나 사랑을 주는 반대상황이 된 것은 오히려 엘리아스를 행복하게 만들어요. 그러기에 할머니가 쓸 물건들을 구하거나 방을 깨끗이 치우고 잠을 자고 싶지만 일어나야 하는 등의 일들을 기쁜 마음으로 하게 됩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 이야기가 어떻게 결말지어 질 것인가 내심 두려웠습니다.
할머니가 계속 머물 것인가? 아니면 떠날 것인가? 떠난다면 어디로? 언제?
저의 이런 두려움을 눈치라도 챘는지 작가는 어딘가에 머요할머니와 같은 날개달린 작은 할머니가 또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줍니다. 어느날 배달된 낯선 소포를 통해서요.
또 머요할머니가 자신이 엘리아스와 다름을 알게 되는 사건이 일어남으로써 달랑 혼자인 할머니의 외로움을 슬며시 내보여줍니다.

미운 오리에서 백조가 되고 싶어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대변하듯 하늘로 떠올라야 하는데 날지 못하는 안경잡이 연.
할머니는 그 연을 타고 백조가 되고자 날아오릅니다. 그리곤 안녕......
잠잘 때조차도 절대 벗지 않던 구두 한짝을 남겨주고 말이죠.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도 있듯이 머요 할머니와의 이별은 분명 굉장히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할머니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엘리아스는 훌쩍 성장을 했네요. 놀 줄 모르는 아빠와 엄마를 기다려주기로 하는 인내심을 갖게도 되었구요.
또 할머니와의 이별을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희망으로 기다릴 수도 있게 됩니다.
제일 좋은 것은 공주엄마와 게임의 달인 아빠가 엘리아스와 함께 따뜻한 토요일 오후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니까요.
알에서 나온 할머니 열명보다 더 좋은 것은 바로 엄마 아빠이니까요.

혹시 내 아이도 머요 할머니를 돌보고 있지 않을까요?
얼른 가서 살며시 들여다 보고 와야겠습니다.
방이 지나치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침대 근처에 커다란 상자나 불자동차가 놓여있는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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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10-15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 책 궁금해요- 서점가서 들춰 봐야겠네요. 밀키님, 반가워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0-1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재밌지요? 글의 완결성도 제법 느껴지고 구성도 탄탄하고... 게다가 의미를 탱탱하게 집어넣은 판타지 동화잖아요. 저는 좀 반성이 많이 되었어요. 어째 우리집 얘기가 거기 들어가 있나 싶기도 하고... ㅠ.ㅠ 밀키웨이님의 동화책이나 그림책 리뷰를 읽다보면 천천히 감정 넣어가며 목소리도 바꿔가며 동화구연해주시는 느낌이에요. 책도 재미있지만 리뷰도 참 재미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