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동물들의 이야기
금선란 지음, 조수연 그림 / 보림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제 아이들은 오늘도 아파트 길가에서 강아지를 만날 때마다 꺄약~~!! 반가움의 소리를 지르며 달려갑니다.  네살 된 둘째는 특히나 개에 대해 그 크기와 용모에 상관하지 않고 그저 이쁘고 반가와서 보기만 하면 얼른 손내밀고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곤 하지요.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놀이터에 살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에게 돌을 던지고 막대기를 던지고 쫒아다니는 그런  악동스러운 양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그저 이 개나 고양이들이 자신들의 구미에 잘 맞는 장난감일 따름이지 그네들도 따로 생명을 가지고 있고 감정이 있는 그런 생명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해서이겠지요.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니까...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제 주위에는 덩치는 컸지만 생각의 수준은 꼭 제 아이들과 똑같은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아니, 그 사람들의 실체는 본 적이 없지만 그들로 인한 가슴이 아파지고 기분이 언짢아지는 일들, 곧 그들에 의해 버려지고 유기된 동물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길을 가다가 시꺼먼 털을 한 채 삐쩍 마른 개들을 볼 때면 저들을 낳게 만들고 저들을 버려지게 만든 사람, 그 누군가가 참 미워집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혹시나 그 더러운 개들을 아이들이 건드리고 만질까 싶어 조바심을 내며 손목을 잡아 끌며 얼른 지나쳐 버리는 그런 이중적인 제 모습......

그런 제게 이 책은 이런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있구나..라는 놀라움을 주었습니다. 외국에야 워낙 별별 사람들이 다 있으니까 동물에 대해 헌신적이고 열성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곤 하지만 요즘같이 다들 내 한입 먹고 살기도 힘들다고 말하는 때 자신의 사비를 털어가면서 동물들...그것도 자신이 좋아서 마음에 들어서 기르게 된 그런 동물들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버려지고 다친 동물들을 그저 다 감싸안는 이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왔지요.

또 처음에는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나중엔 "어른들도 읽어야 한다" 로 결론을 지어놓았지만 그래놓고는 "자, 이런 상황이고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구? 그러니 이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아무런 결말도 없잖은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단순히 자신과 동물들과의 이야기를 죽 나열해놓고 이것으로 버려지는 동물들에 대해 뭔가를 기대하자는 것은 너무나 오버한 면이 없잖은가 싶었는데....... 그건 성미 급한 저의 우매함이었습니다

저자인 금선란씨는 이 한권의 책을 통해 동물들이 버려지고 있다, 이것 참 큰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하고 있다, 당신들도 이렇게 해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저자의 다른 저서로 <동물들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책도 있다고 소개되는 것으로 보아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저자 나름대로의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나 보다...짐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동물들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책이 검색되지는 않는 상황이네요...)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아니 어른들도 포함해서 개나 고양이도 우리와 똑같은 소중한 생명체이고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책임감없는 우리의 행동으로 인해 아무 죄없는 동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그럼으로써 자신이 애완동물을 기르고자 할 때 좀더 책임감을 갖고 상황이 허락지 않는데 억지로 동물을 기르겠다는 억지를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물들에게도 최적의 환경에서 자랄 권리가 있는데 단순히 내가 좋아서 순간적인 욕구에 의해 동물이 무슨 아바타라도 되는 양 그렇게  생각없이 무조건 기르겠노라고 졸라대고 아무 준비도 없이 그냥 잘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지 않게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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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10-08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멋진 리뷰를 선보이시기에 요즘 조용하게 뜸을 들이고 계셨군요. 추천!!

내가없는 이 안 2004-10-08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 밀키웨이님 리뷰를 읽다보면 참 속이 따듯한 분이시단 생각이 들어요. 저도 이 책을 읽긴 했는데 님 리뷰를 보니 제가 너무 찬 사람이군요. ^^

밀키웨이 2004-10-10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
두분!
왜 그러신대요?

제가 그동안 잠잠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시려고 그러시는 거죠?
흑흑흑.....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아효효..아파라...^^

근데 이안님.
저, 님의 리뷰 읽고 기죽었었는걸요.
나는 어찌 이렇게 냉철하고 확실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어버버버....늘 내 주위, 내 아이에 머무는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정말 아줌마스럽다..징징징..하면서요.

내가없는 이 안 2004-10-10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밀키웨이님이야말로 왜 그러신대요? 냉철, 확실, 별로 제 얘기 아닌걸요.
요즘 모처럼 오랜만에 소설을 잡을 수 있어서 리뷰를 좀 열심히 쓰고 있는 정도인데요 뭐.
그건 그렇고... 님의 글 오랜만에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