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건 싫어! 호호할머니의 기발한 이야기 5
사토 와키코 글.그림, 예상열 옮김 / 한림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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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꼭 읽게 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억수같이 비를 내리는 심술장이 도깨비들을 멋지게 골탕먹인 호호할머니 이야기.

전 처음에 호호할머니라고 하니까 어렸을 때 보았던 텔레지전의 만화에 나오는 그 호호아줌마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
숟가락을 달고 다니면서 몸이 쬐그맣게 줄어들어 동물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던 호호아줌마 말예요.
저, 그 만화 참 좋아했거든요.  생각난 김에 그 만화 주제가 들어보실래요? ^^

http://www.gayo114.com/freelink/freelink_aplay.asp?c=294455_357824&ext=.asx

(위의 주소를 누르시면 왼쪽으로 미디어플레이어가 뜨고 음악이 재생됩니다. 그만 들으시려면 스톱버튼을 누르시고 창을 닫으셔야 합니다.)

할머니를 보고 호호할머니라고 하는 건요, 호호(皓皓)라는 말이 “희고 빛난다“라는 그런 뜻이기 때문이래요. 그러니까 할머니 머리카락이 나이가 드시면서 점차 하얗게 되니까 호호백발이라는 뜻에서 호호할머니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호호할머니는 있는데 왜 호호할아버지는 없냐고 누가 물으시던대 그건... 아마도 예전에는 말이죠, 남자들은 전부 다 상투를 틀고 다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할머니의 호호백발만 눈여겨 보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

사토 와키코의 호호할머니는 엉뚱하고 당찬 할머니입니다.
우리의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는 할머니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참 많이 다르지요.
사토 와키코는 순종적이고 얌전하고 지적인 캐릭터보다는 이렇게 엉뚱하고 어린 아이와 똑같은 할머니, 힘 쎄고 듬직한 팔뚝 굵은 아줌마 이야기를 많이 하네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은 자신들은 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을 척척 해내는 할머니와 아줌마로 인해 마냥 흐뭇하게 대리만족하게 되는 거 같아요.

나무 숲이 우거진 넓은 들판 위에 있는 빨간 지붕의 작은 집 위로 구름이 가득 드리워져 있습니다. 들판 가득 비가 내리고 있어요.
살그머니 빨간 지붕집으로 다가가보니 창문너머 비오는 들판을 내다보는 호호할머니와 강아지, 고양이가 보입니다.
이제 집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비가 오랫동안 내린 모양입니다. 집안에서만 있으니 너무너무 심심해진 할머니는 이제 비가 그만 왔으면 좋겠다고 ‘구름 위에서 비를 뿌리는 천둥 양반‘에게 말합니다. 가끔은 쉬었다 하는 것이 어떻냐고 말여요.
하지만 심술궂은 천둥들은 오히려 더 요란하게 소리를 내며 번개도 번쩍번쩍! 비를 더 많이 내리지요.

우리의 호호할머니, 이에 질 수 없죠. “ 좋아, 그렇게까지 심술을 부리겠다면 내게도 생각이 있다” 와~ 과연 할머니가 어떻게 하시려고 저러시는 걸까요?
팔짱을 끼고 눈썹을 치켜 뜬 할머니를 바라보면서 강아지도 덩달아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고양이는 고개를 갸우뚱.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침을 꼴깍 삼키게 됩니다.
할머니가 천둥도깨비들을 골탕먹이는 그 기가 막힌 방법에 대해 아이들은 참 열광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작은 난로가 미어터져라 모조리 쑤셔 넣고 활활 불을 피워대는 할머니 옆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는 할머니, 할머니, “큰일 났어요” 호들갑을 떨고 읽어주는 엄마의 목소리도 점점 톤이 높아지고 빨라지고 ..^^

후춧가루랑 고추다발을 집어넣은 매운 연기를 온 하늘로 날려보내고 세로로 길게 그려진 그림으로 쓔웅~~~~ 천둥도깨비와 구름조각들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기가 막히게 황당하면서도 아이다운 상상력의 극치인 거 같아요.
그리고 천둥도깨비들을 보세요. 하나같이 개구쟁이의 얼굴을 하고 있어요. 다 똑같은 도깨비 같은데 세상에...얼굴이 똑같이 생긴 도깨비는 하나도 없어요. 돼지코 도깨비, 안경을 쓴 똘똘이 도깨비, 소풍이라도 나온 듯 주먹밥에 보온병까지 있고, 비키니를 입은 여자도깨비에다가, 아하하하 저 도깨비 좀 보세요. 매운 연기에 재채기를 하다가 그만 틀니까지 빠지고 말았어요.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석탄난로를 기억하세요?
4교시가 시작되기 전 딱맞게 도시락을 올려놓으면 뜨끈뜨끈~· 김이 모락모락나는 밥을 먹을 수 있었지요. 그날따라 불이 아주 활활 잘 피었거나 아니면 너무 가운데에 놓았거나 하며 누룽지가 생기기도 했던 도시락을 만들어주곤 했던 그 난로 말예요.
자칫 난로를 잘못 관리한 날에는 아침 내내 매운 연기가 교실에 가득해지잖아요.
집으로 돌아가서도 머리카락이며 옷자락에 그 매운 내음이 났었구요.
그 난로에 대한 추억이 있는 우리 세대들에게는 이 이야기가 추억을 자극하지요
하지만 난로보다는 온돌바닥이나 전기온풍기, 전기난로, 가스난로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난로에 불을 지펴서 매운 연기를 날려보냈을까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

“엄마, 나도 연기 날려 보낼거니까 빨리 난로 사주세요, 빨리요”
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호야는 졸라댑니다.
“에이~ 난로가 없어서 연기를 못 보내니까 계속 비가 오잖아. 비오는 건 정말 싫어!”
때로는 너무 빨리 발전해 버려서 채 나누지 못한 이런 구닥다리 기억들이 왜 이리 아쉽기만 한걸까요?

아, 그런데 그거 아세요?
할머니랑 강아지랑 고양이는 절대로 구름을 손질하는 도깨비를 도와주지 않거든요.
그런데 맨 마지막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어요. 오른쪽 구석에 파란 옷을 입고 노란 앞치마를 입은 아줌마.
“걱정마, 내가 도와줄께! 나에게 모두 맡겨!” 팔을 걷어 부치고 있는 이 팔뚝 튼튼한 아줌마, 누군지 아시겠지요?
바로 도깨비를 빨아버린 그 아줌마네요.
여태까지 못 찾고 있다가 좀전에 책상 위에 펼쳐놓은 그림을 보더니만 “엄마, 엄마. 잠깐만! 여기 여기!” 호야가 찾아냈답니다.
모두들..이미 알고 계셨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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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7 1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7-08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04-07-1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허참....책보다도 님의 리뷰에 더 빠지게 하시다니....^^

로드무비 2004-07-21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란 이렇게 쓰는 거로군요.^^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장바구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