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물은 내가 사랑하면 숨을 쉰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불안. 꿈과 꿈 사이에서 흔들리며 주말을 보낸다.
불안도 김치처럼 익숙해지면 볶음밥을 해먹고 싶다. 거기에 권태의 시든 파를 송송 썰어 넣고 볶으면 심금을 울리는 식사가 될지 모른다. 별 생각이 다 드는 날. 몸 속에 설렁설렁 겨울바람이 분다. 추운 가슴을 녹일 다정한 것, 심금을 울리는 그 뭔가가 그립다. 무겁고 심각한 것들을 깨부수고 오리털처럼 가볍게 날아오르고 싶은 시간.
창밖에 눈사람이 웃고 서 있다. 마치 살아 있는 것 같아.
눈사람도 애정을 갖고 바라봐서 그런가? 모든 사물은 내가 사랑하면 숨을 쉰다.
재즈풍의 캐럴 중에서 [프러스티 눈사람]이란 노래가 있다.
눈사람 프러스티는 행복한 사람 / ... / 아이들이 발견한 낡은 비단모자는 / 마법의 힘이 있었는지도 몰라 / 모자를 씌워주자 / 눈사람 프러스티가 / 춤을 추기 시작했거든 // 어, 프러스티 눈사람이 / 살아 움직였어 / 웃기도 하고 / 뛰어놀기도 했지 / 마치 너와 나처럼 말야
47년이 지난 지금 프러스티 눈사람은 뭐 하나? 펩시맨, 연필맨, 김밥맨, 스노우맨......
다들 따뜻한 체온을 갖겠다고 난리군. 아무튼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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