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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대왕
줄리아노 페리 그림, 프란체스까 보스까 글, 김영진 옮김 / 달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나눔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유쾌하게 이야기해주는 그림책입니다.
정말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또 더불어 나눈다는 것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과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아무도 만지거나 먹지 못하게 하고 유능한 정원사를 두어 따로 관리하게 하는 임금님.
돼지로 설정된 임금님의 캐릭터는 아주 힘세고 부자라는 것에 맞물려 권위적이고 위압적이기보다는 해학적으로 느껴집니다. 사자와 같은 진짜로 힘센 육식동물이었다면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지는 않을 거예요.
사과를 애지중지하여 보석처럼 닦고 윤을 내어 전시까지 해놓는 것이 마이다스왕의 이야기도 생각나고 금화 한자루를 주겠다고 해도 거절하는 불청객을 없애기 위한 임금님께 나타난 벌레구멍 난 곳을 빨간색으로 두껍게 칠하는 사기꾼들의 등장은 저 유명한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패러디한 듯도 여겨집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과를 맛보고 기뻐하기를 바랬던 외롭고 슬픈 사과나무.
그 사과나무를 너무너무 사랑하기에 그렇게 혼자서 독차지했다고 말하는 임금님.
그것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냐고 되묻는 벌레.
자칫 지나치게 도덕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어요. 작가인 프란체스카 보스카는 기독교적인 사상을 담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벌레들에게 “친애하는 벌레님들. 제 사과에서 제발 좀 나가 주시지 않겠어요?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금화 한자루를 드리지요” 라고 협상하기도 하고 사과축제에 초대된 손님들이 사과맛을 칭찬하자 그것에 우쭐하는 임금님은 꽤나 귀여운데다가 벌레를 없애기 위해 등장하는 마법사며 군대, 교활한 사기꾼들의 이야기가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어요.
또 줄리아노 페리의 밝고 화사한색채로 그려진 그림이 정말 멋집니다. 줄리아노 페리의 또다른 책 [꼬마 돌부처]도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답니다. (제가 무지하게 좋아하는 풍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