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그림책 리뷰를 혼자서만 열심히 쓰고 열심히 보고 열심히 지우고....그러던 때가 있었다. 모든 것이 조심스럽고 어줍잖고 부끄러운 마음에...

그러다가 지인의 홈에 리뷰를 올리게 되면서 갑자기 무지하게 놀랐다. 진짜로 그런 반응을 얻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말이다. 다들 좋다고 칭찬해주시고 고맙다고 하고...

왠지 으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듯한 그런 으쓱으쓱함. 그런데 원래 성격이 모난 사람이 되어서 그게 엄청나게 부담스럽기 시작했고 또 관심이 그림책 쪽으로 확~ 쏠리면서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다보니 정말 대단하고 깊이있는 읽을거리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솔주막의 분들이 내 리뷰를 보고 좋다고 느끼시는 건.....아직까지는 그분들이 나처럼 쑤시고 다닐 만한 심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내가 보고 읽은 것들을 못 봐서 일게다. 그때 내가 느낀 부끄러움..초라함...절망감...을 몰라서일거다.

그런데다가 친구에게 좀 좋잖은 소리를 들어 어느날엔가 싹 지워버리고 말았다.

꼭꼭 숨어버리고 싶었다. 그냥 아무도 모르는 데로 꼭꼭. 하지만 이미 재미를 느낀 "그림책보기"가 이젠 취미생활이 되어놔서 한적한 곳에다가 올리곤 했는데...

어느날엔가...내가 참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좋은 읽을거리를 많이 보고 배우고 느꼈는데 막상 내가 느낀 것은 풀어줄 생각을 안한다니... 내가 참 옹졸하고 나만 아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비록 어줍잖고 나만의 생각으로 가득차고 삼천포를 왔다리갔다리 하는 글이지만 그래도 누구 한사람에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내가 받은 빚이 점점 줄지 않을까?  내가 읽었던 그 글들의 주인들도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솔직히 상품권이니 하는 거 부담스럽고 거북하다. 그런 거 받으면 물론 기분 정말 좋고 행복해지고 나름대로 인정받은 거 같아 좋긴 하지만...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건 내가 읽어서 너무 좋았던 책들을 편안하게 즐겁게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잠수네에서도 상품권이라는 것이 없으면 더 열심히 올릴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렇게 못하겠는건 상품권을 의식한다는 그런 평을 받기가 싫어서이다. 참 별걸 다 의식하고 싫어하는 결벽증...ㅎㅎ

또한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 글에는 정말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취향이 담기기 때문에 내가 너무 좋았던 책이 남들에게 다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은 그래서 리뷰 쓰기가 겁이 난다. 나는 정말 좋아서 극찬했지만 그건 순전히 나의 취향... 그걸 선별해주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그래서 나는 내가 쓰는 리뷰로 인해 혹시라도 나와는 다른 생각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늘 다시 돌아보고 돌아본다. 그런데...ㅠㅠ

하긴...그림책이라는 한계도 있겠지...ㅎㅎ

하여간 그래서 비워놓은 알라딘서재를 다시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간 여기저기 올려놓은 것들 중에 지워버린 것이 더 많아서 모든걸 다시 시작해야 하니...참...거시기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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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04-25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보시오. 거시기에서도 또 3만원탔더구만...어흑...부러워라^^
나처럼 허접 관람기도 적는데 당신이 안적으면 그야말로 웃기는 일 아니겠소이까?
하긴..나처럼 선무당 사람 잡을 때가 좋긴 하리라 생각되오. 조금만 글발이 더 되도 이거 생각하고 저거 생각하느라 한 줄 적기가 어려울테니까.
하여간 좋은건 나눠먹는게 좋은 일이니 마니마니 올려주시구랴...^^

반딧불,, 2004-04-26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밀키님이 이리 쓰시면 어찌한답니까..저같은 사람도 적는데요..
참 ...글쎄..다른 관점으로 보기라...다랑방에 같은 책을 가지고 다른 감상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가끔 생각합니다...그래..사람은 다 다른 건데 어떻게 리뷰가 같을까 하는 ..
그럼에도 미처 생각지도 않은 단어들과 관점을 풀어놓은 글이 참 좋답니다..
아시죠?? 질투도 뭐도 다 아니고..그저 좋아한다는 것요..같은 재료를 가지고 다 나름의
맛을 내는 요리처럼...글도...다 다른것이잖아요.
특유의 색이 있고,맛이 있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좋아하는 것두요..
팬의 한사람으로써...밀키님의 리뷰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밀키웨이 2004-04-2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각시...
엊그제 님의 말 때문이 아니고..그냥 전부터 나는 왜 리뷰를 쓰는가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어요.
사실 제가 리뷰를 자주자주 쓰는 편은 아니고 그냥 생각날 때 한번씩 끄적거리는 정도인데 말이죠.

하여간...그렇습니다. 그러니 반디각시 미안해하지 마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