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품절


이 동화를 저는 중학생 때 읽었습니다.
지금 와서 참 아쉬운 게 너무 일찍 읽었다는 겁니다. 일찌감치 읽어놓고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다시 붙잡지 않았던 자만함 말이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 서점들에서 이 책의 대상을 초등고학년으로 잡았더군요.

물론 이 책은 어린이들도 재미있게 읽을만 합니다.
하지만 생각의 깊이를 주는 나이는 역시 고등학생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음...나도 모모와 베포아저씨처럼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시간을 아껴쓴다고 하면서 나도 어쩌면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사는지도 몰라....

회색도둑들이 혹시 나의 시간을 훔쳐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아고 좀더 공부 열심히 하고
버려지는 시간들을 줄여야지...라고만 생각했던 그 어린날의 감상...
당시의 엄청난 범생이과였던 저로선 그리밖에 생각할 수 없었답니다...-_-;;;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회색도둑들이 훔쳐간 시간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모모가 회색도둑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사람들에게 시간을 돌려주었을 때 사람들은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지요.
길을 가다가 멈추어 서서 꽃향기를 맡을 수 있고 서로에게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그런 여유..

시간을 아껴서 열심히 무언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요. 목표를 세워놓고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세세한 시간표를 구상하고 활동지침을 작성하고...
그런데 정작 자신을 담금질하기 위해 바빴던 그 시간 동안 잃어버린 것이 내가 누구인가! 라는 의문이라면?
언젠가 어마어마한 여유로 돌려받기 위해 지금을 빠듯하게 채찍질 하는 잃어버린 것이 가장 소중한 나 자신, 바로 "나를 사랑하는 법" 이라면?

처음에 사람들이 모모를 찾아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때 모모와 이야기하다보면 그 고민이 해결됨을 느낀 것이 말입니다.
그건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겠지요?
바쁘다는 핑게로...아님 익숙하지 않아서 자신의 내면으로 차마 돌리지 못했던 눈과 귀를 비로소 돌렸을 때... 그랬을 때 아...그렇구나....하는 깨달음...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경험을 해본 그 순간의 강렬함 말이죠.

모모처럼 열심히 성심을 다해서 들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땐 정말로 열심히 이야기하게 됩니다.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을 신중하게 하고 말을 하기 전에 하고자 하는 말이 지금 적절한 표현인가 그것이 내 마음과 생각을 정확하게 나타내고 있는가를 계속 점검하면서 그렇게 말을 하다보면 결국에 만나게 되는 것은...자기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일테니까요.

나의 장점을 밀어주는 사람 앞에선 정말로 내가 멋진 사람이구나 생각이 되고
그렇게 나를 믿어주는 사람 앞에선 더 멋진 사람으로 서고 싶어하는 게 인간의 욕망일테니까요.

피에르 쌍소는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행위는 타인을 위로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라고 멋지게 한마디로 요약했네요.

정말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요..그죠?

여기서 유치찬란하게 아...나는 정말 모모와 같은 그런 엄마(마누라)였던가..모모와 같은 엄마(마누라)로 서야겠구나...이런 감상은 하지 않겠습니다.
엄마(또는 마누라)로써의 부족함, 노력, 자세 등등을 염두에 두고 세상일을 바라보면...골치 아픕니다.
전 여자로써 나 자신의 삶을 찾자! 라고 부르짖는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뭐든지 아이들을 위해 최고의 것을 주고 싶은 웰빙족 엄마도 아니고...말입니다.

미하엘 엔데 할아버지와 그 분의 책들에 대해 좀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여기로

http://wiki.sfreaders.org/MichaelEnde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yonara 2004-07-0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공감합니다. 저도 이책을 너무 일찍, 중딩시절에 읽어버렸어요.
그래서 지금 다시 읽어보려고 했는데, 밀키웨이님이 멋진 서평을 남겨주셨군요.

밀키웨이 2004-07-11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웁스!
멋지다기 보다는 이 리뷰는 술 먹고 알딸딸한 상태에서 쓴지라 지금 다시 보면....흐흐흐 ^^;;;
땀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