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뭔가에 깊이 심취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어서 이렇게 토막토막 끊어서 읽어도 호흡이 이어지는 그런 책들에 자꾸만 손이 간다.늘 마음이 시간날 때나 안 날 때나 컴터 앞으로만 달려가고 있어서 그렇겠지만...
집을 떠나 돌아다니지도 않고 낯선 곳에서 잠을 자지도 않고 시간이 없어 길거리에서 끼니를 때우지 않아도 되는 직업, 이 세상에 그렇게 고달프지 않은 직업이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으로 가르치고자 하면서도 그 자신의 아들에게는 한없이 위대해지고 싶었던 아버지...
가보지 않은 대륙이 없고 사업에 성공하였으며 수상과 저녁식사를 하기도 했다는 아버지...
언제나 아들을 웃게 하고 아들의 웃는 모습을 기억하기를 원하고 또한 자신도 그런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 아버지...
그러나 정작 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가 말한다.
"진정 사람을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무넛인지 너는 아니?"
"제 생각엔......"
나는 적당한 말이 나와 주길 기대하면서 잠시 후 입을 연다.
"한 남자가 자기 아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위대하다고 해도 좋지 않을까요?"
아버지가 위대함의 망또를 입을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이것 뿐이었다.
아버지는 그 위대함을 더 넓은 세상에서 추구했지만 놀랍게도 그것은 내내 바로 여기, 집에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물론 아들은 아버지가 왠지 신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웃음의 신, 입만 열면 "옛날엔 이런 사람이 있었단다"로 시작하는 신, 아니면 적어도 사람들이 좀더 웃게 하기 위새 이 땅에 온 신과 어떤 인간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죽음에 임박해서도 웃고 아들의 눈물을 비웃고 있다고 아들은 생각합니다.
그는 평생을 거북이처럼 살아왔다. 감정의 등껍질 속에 숨어서 완벽한 방어를 한다.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절대 없다. 내가 바라는 건 이 마지막 순간에나마 그가 그 딱딱한 껍질 속의 연약하고 부드러운 부분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들에게 있어서 그 아버지는 가면 하나를 벗기면 또 하나의 가면이 있고 그리고 또 가면, 또 하나 더 있는 그런 존재입니다.
아들은 애원합니다.
"한번만 더 기회를 드릴께요. 글래도 안되면 전 그냥 나가 버릴 거예요.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이제 대화하자고 하지도 않을 겁니다."
아들이 필사적으로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얻고 싶었던 답은 무엇이었을까요?
책을 덮으면서 정말 하고 싶어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 아버지처럼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세상을 보는 일, 전국을 세계를 돌아나니는 일, 법이 허락하는 한 천천히 차를 모는 일... 그래서 엔진이 그르렁 흔들리고 바퀴들이 돌아가도 앞뒤좌우로 난 사방의 창들이 액자틀이 되어 그 안을 지나치는 삶의 모습들을 저 또한 보면서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이건 정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감상인데..
어느날 문득 자기의 삶에서 무엇인가가 결핍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아버지는 우연한 기회에 스펙터라는 작고 아름다운 마을과 사랑에 빠져 그 마을을 통채로 자기 소유로 하게 됩니다.
또 그곳에서 한 여인을 만나 사랑을 합니다.
그런데 그 여인과의 사랑이 절망이 되면서 에드워드는 늘 집으로 돌아올 때는 슬프고 피곤해보이고 아무 말도 없는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전 이부분을 읽으면서 왜 남자들의 삶을 조명하면서 늘 이렇게 어딘가 외부에서 그 고갈된 에너지를 채우려고 하는 것인가...하고 좀 삐딱해졌습니다.그렇지만..비단 남자만 그럴 건 아니고 여자인 우리도 언제나 우리의 삶에서 방랑하는 영웅이 되어 뭔가 결핍되어 있는 내 안의 그것을 찾아 늘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