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끊은지 석달됐다. 기쁘고 즐겁다.

다시생각해봐도 술이 제일 좋다. 일 있고 술 있으면 한 생으로 족하다고 떠들었던 게 꼭 겉멋만은 아니었다. 절대지존인 술은, 다른 것들을 함께 할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술을 먹으면 모험의 기회는 사라지고 인생은 정해져 버리는 것이다. 술 먹고 일하고, 일한 다음 술 먹고... 나쁘지 않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하지만 혹시나 모험꺼리들이 생길까 하는 미련이 느닷없이 꿈틀거렸다. 아마도 매출성장세가 한동안은 주춤할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해봤다.

자전거 3,000km 돌파했고, 목공도 배워본다. 설겆이도 하고, 도시락도 싼다. 편형사변형과 사다리꼴을 놓고 큰 아이와 토닥거리기도 한다. 다음달에는 수영장도 끊을 참이다. 이런 시간때우기도 나쁘지 않지만, 20년만에 맞이한 일몰후의 맨정신 상태. 이게 최고의 경험이다. 이 상태를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배고프고 심심하다"정도이다. 하지만 뿌듯하고 대견한 느낌도 같이 있다.

담배? 끊기 힘들다. 끊어서 뭐가 좋아질 지 의문이다. 뭐 하나 몸에 착 감기는 질감있는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래도 일단 끊기로 했으니 밀고나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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