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아이디어들이 터져나오는 장소들이 있다. 가령 화장실이나 술집. 화장실에 읽을꺼리를 들고 들어가는 내게는 화장실 아이디어 체험은 없지만 술집 아이디어는 내기도 듣기도 했다. 그럴싸해서 실제로 사업화된 것도 몇이 된다.
인류가 아직 밝혀내지 못한 알콜의 어떤 기능이 있는 탓일까? 아마도 고민패턴과 상관있지 싶다. 반드시 풀어야만 하는 어떤 문제를 받아들게 되면 뾰족한 답이 없이 하루종일 가슴속에 무겁게 받아들고만 있다. 1분~2분짜리 고민(걱정)을 하루에 10여차례 골치를 썩기 신공을 동원할 뿐인 것이다.
술자리에서 업무얘기 좀 그만하자(직장동료와 쇼펜하워얘기라도 나눠야 한단 말인가!)는 오랜 다짐은 늘 무색케하며 이 골칫거리는 반드시 터져나온다. 한 20분 정도 대화를 하다보면 문제가 좀더 적나라하게 보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답도 나온다. 상대방이 특별한 생각을 보태준 것도 아니고 그저 대화가 가능하도록 글쎄, 응 등등의 기본추임새만 해줘도 대개 그렇다.
결국은 고민시간이 문제인 것이 아닐까 싶다. 2분짜리 10회는 무용하고 20분짜리 1회는 답을 낸다. 앞엣것은 걱정이라고 하고 뒤엣것은 생각, 사고라 할 만하다. 앞엣것은 편두통 약으로, 뒤엣것은 고과평가 A로 귀결한다.
브레인스토밍은 어떤 한 문제를 두고 골치를 썩고 있어야하는 전략적공감상태를 폭넓고 깊이있게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한 껀 건져올릴 타율이 연간 1~2회에 불과하다. 여기에 기대기는 힘들다. 각자가 풀어야 하는 문제는 1주에 1건 이상이 늘 있다. 게다가 해 기울고 혈당 떨어지는 오후4시에 회의실에서 마주앉아봐야 뭐를 건져낼만한 내 뇌도 아니고, 그의 뇌도 아닌 것이다.   
그러니 2분짜리 10세트씩 고민하느니 어쩌면 술 먹으로 가는 게 낫겠다. 다만 당신의 고민을 참고 들어줄 기꺼운 마음, 강한 간, 넘치는 경제력, 남아도는 시간을 두루 겸비한 술꾼 동료가 없다면 20분짜리 1세트 집중사고습관을 수련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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