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별 실적관리체제가 자리잡아가면서 세 개 팀의 실적이 그야말로 즉각 개선되었다. 물류팀, 고객팀, 구매팀. 깜짝 놀랐다. 프로세스 연구니, 사고추적반이니 별 염병지랄을 다 떨고서도 구경해 보지 못한 숫자를 손에 쥐어보았다.(구매팀이 보여준 숫자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숫자였다.) 이것이 인생이고, 이것이 비즈니스인가 싶어 조금 무서워졌다. 경쟁의 미덕과 자본주의의 생활력을 통감했다는 정도의 독후감 비슷한 것이 함께 떠오르기도 한다. 어느 편이든 질감을 잃고 있어 좀더 고민해 보기로 한다.
 
돈 십만원에 환장한 결과인가? 아니면 골찌는 안된다는 명예욕을 자극한 탓일까?
내가 돈 100,000원에 환장하지 않으니 다른 사람들도 아닐 것이다. 명예가 쪽팔렸던 과거 청산, 장미빛 미래망상의 프레임일지언정 지금을 채찍질했던 적이 있었던가? 아니지, 아니지. 내가 다른 가계를 모르고 하는 말일지도 모르지. 명예라는 것만 해도 그렇잖아. 잘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명세서로 좍 써서 펼쳐보여주는 게 상대평가라는 거 아닐까? 이건 꽤나 차갑군.

이 문제로 팀원들과 얘기나눠보면서 상대평가 도입의 성과는 경쟁의 미덕이니 하는 자본주의 도덕률이나 일금 십만원의 승리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구조개선의 효과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비로소 내 시험과목(회사의 경쟁과목이자 나의 업무범위)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고, 채점기준(서비스의 경쟁수준)이 궁금해지고, 내 일상의 어느부분을 회사가 긴장해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감점에 공감하고, 순위를 인정하고, 불만을 토로하고... 커뮤니케이션 구조개선이라고 하기에는 한 일에 비해 너무 거창하다.
팀원들에게 '당신과 당신이 한 일에 대해 회사가 관심있어 해요.'라는 고백을 했다고 하면 적당하겠다. '그래요? 그런 줄 몰랐네.'정도가 팀원들의 답변이겠다. 관심! 이 정도를 화두로 삼고 더 지켜볼 일이다.  

어쨌거나 성선설을 따른다. 이 길이 더 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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