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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재밌다. 그리고 야하다. 그렇다고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
그래서 참 대단한 책이다.

연애서로 읽으면 연애서로 읽히고
철학서로 보면 철학서로 읽히고
어떤 면에선 역사서로도 읽힐 수 있는 그런 책.
그러면서 연애서도 철학서도 역사서도 아닌
세 가지 양념을 달지도 짜지도 맵지도 않게 잘 버무려놓은
최고의 요리에 비유될 만하다.

캐릭터와 구성 역시 마찬가지다.  
토마스, 테레사, 사비나, 프란츠, 카레닌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주인공이면서 누구도 주인공이 아닌
시공을 초월해서 자유롭게 구성한 듯 하면서도 치밀한 짜임새가 엿보인다.

밀란 쿤데라라는 천재 작가와
국어의 맛을 살려 맛깔나게 옮겨준 번역 작가 이재룡씨에게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감사를~

몇 년 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출판사의 
허접한-표준어로는 '허섭한'이 맞지만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굳이 비어를 택했다-번역본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랄까

그래서 민음사 관계자분들께도 또 한번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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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일이다.
내가 사랑한 극장은 모두 문을 닫는다.

동숭시네마텍이 그랬고
시네코아가 그랬듯
시네큐브마저...

거대자본의 힘에 떠밀린 괴물 영화들에 질식될 것만 같았을 때
동숭시네마텍과 시네코아와 시네큐브는
제3세계 영화, 영화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명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독립영화 등 등으로 숨통을 틔워준 곳이었다.

최근에 시네큐브에서 혼자 영화를 보러 갔을 때
채 3~40% 밖에 채워지지 않은 좌석수를 보며
내심 걱정이 되긴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문을 닫을 줄이야...

조금이라도 더 뻔질나게 극장문 닳토록 찾지 못한 게 이제와 후회가 된다.

그래도 내가 사랑한 극장에 마지막 인사는 해야할 것 같아서
마지막 영화로 걸린 '디스 이즈 잉글랜드'를 혼자 보러 갔다.

역시나 좋았다, 제길....
이런 영화가 감히 cgv나 메가박스에 걸릴 수나 있겠는가?

1983년, 최악의 실업난과 경제불황으로 
민족주의가 판을 치던 영국사회의 살벌한 분위기를 
한 소년의 눈을 통해 아주 세련되게 고발하고 있다.

허구헌날  fact타령이나 하며 더더더 징한 케이스를 찾아내야 하는
아주 세련되지 못한 구시대적인 방식으로 고발하는 
방송쟁이의 눈에는 이런 감성적인 접근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르겠다.

또 하나, 소년으로 등장한 주인공의 연기가 아주 제법이다.
근데 얼굴이 참 익숙하다 했더니 '원스'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얼굴이랑 꽤 비슷해 보인다. 
만약 안 보신 분이라면 한번 비교해서 보시라. 
 
요즘이라면 우리나라판 '디스 이즈 코리아'라는
세련된 고발 영화도 나올 법한 시절이리라.
시네큐브의 폐관 역시 그런 시대적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 아닌 지
의심을 거두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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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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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여자, 마약, 숱한 자살 기도...

여기까진 뭔가 불량스러운 냄새가 난다.
스스로를 더 이상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가진 자가 아닌
'인간실격'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니...

그러나 이 '인간실격자'의 인생의 강을 거슬러올라가면 
그 상류엔 뭐가 있었을까?

자신의 고뇌는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작은 상자에 담아두고 
그 우울함과 긴장감을 숨기고 또 숨긴 채
그저 천진난만한 낙천가인척 가장하면서,
저는 익살스럽고 약간은 별난 아이로 점차 완성되어갔습니다.
         
나약하기 짝이 없는 한 인간은 그렇게 처음 위선을 배웠고
그 후로는 견딜 수 없는 세상에서 차라리 위악 쪽을 택한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차츰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의 길로 치닫게 된 것이다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던 설경구의 '박하사탕'이 떠오르는가 하면,  
동시대를 살았던 불운한 천재 작가 '이상'이 오버랩되기도 했다.

우리 안에 내재된 위선과 위악, 그리고 추악함에 대해,
또 나약하기 짝이 없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
오래토록 곱씹어보게 될 것 같다. 


Thank you, 오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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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 지식에서 행동을 이끄는 독서력
구본준.김미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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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강렬한 인상을 준 
    <한국의 글쟁이들>을 통해 알게 된

    한겨레 문화부 기자 구본준씨.  


    그동안 잊고 살았던 지적 갈증을 
    다시금 불러 일으켜준 책.   


    중반 이후, 반복되는 감이 없지 않지만 
    책 150권이면 학사 졸업장과 맞먹는다는

   머리 속에 도서관은 아니어도 서재는 두고  

   살아야하지 않느냐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덕분에 나의 멘토이자, 절친, 애인, 그리고 종교인
    책과 다시 한번 찐~한 사랑에 빠질 수 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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