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다.
내가 사랑한 극장은 모두 문을 닫는다.
동숭시네마텍이 그랬고
시네코아가 그랬듯
시네큐브마저...
거대자본의 힘에 떠밀린 괴물 영화들에 질식될 것만 같았을 때
동숭시네마텍과 시네코아와 시네큐브는
제3세계 영화, 영화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명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독립영화 등 등으로 숨통을 틔워준 곳이었다.
최근에 시네큐브에서 혼자 영화를 보러 갔을 때
채 3~40% 밖에 채워지지 않은 좌석수를 보며
내심 걱정이 되긴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문을 닫을 줄이야...
조금이라도 더 뻔질나게 극장문 닳토록 찾지 못한 게 이제와 후회가 된다.
그래도 내가 사랑한 극장에 마지막 인사는 해야할 것 같아서
마지막 영화로 걸린 '디스 이즈 잉글랜드'를 혼자 보러 갔다.
역시나 좋았다, 제길....
이런 영화가 감히 cgv나 메가박스에 걸릴 수나 있겠는가?
1983년, 최악의 실업난과 경제불황으로
민족주의가 판을 치던 영국사회의 살벌한 분위기를
한 소년의 눈을 통해 아주 세련되게 고발하고 있다.
허구헌날 fact타령이나 하며 더더더 징한 케이스를 찾아내야 하는
아주 세련되지 못한 구시대적인 방식으로 고발하는
방송쟁이의 눈에는 이런 감성적인 접근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르겠다.
또 하나, 소년으로 등장한 주인공의 연기가 아주 제법이다.
근데 얼굴이 참 익숙하다 했더니 '원스'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얼굴이랑 꽤 비슷해 보인다.
만약 안 보신 분이라면 한번 비교해서 보시라.
요즘이라면 우리나라판 '디스 이즈 코리아'라는
세련된 고발 영화도 나올 법한 시절이리라.
시네큐브의 폐관 역시 그런 시대적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 아닌 지
의심을 거두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