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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평점 :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뭔가 바뀌어도 단단히 뒤바뀐 것 같은 느낌. 더 잘 살자고 도시를 개발하고, 더 잘 살자고 돈을 벌고, 더 잘 살자고 열심히 노력해 성공하는 것이 결국은 환경파괴로 지구의 미래를 알 수 없게 만들었고, 부에 지나치게 편중하다 못해 돈의 노예로 전락한 사람들, 다 같이 잘사는 세상이 아닌 승자독식 구조에서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이 되어버린 걸 보면...
이 책은 바로 가치가 뒤바뀐 세상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삶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결코 시험 답안지 같은 정답을 던져주진 않지만 훌륭한 안내자가 될 수 있음직한 인생 선배의 단단한 목소리가 실려있다.
사실 여러 신문과 잡지에서 하도 좋다고 떠들어대서 집어들게 된 책이었다. 처음엔 그들이 떠들어댄 것 만큼은 와닿지가 않아서 내친 김에 한 번 더 읽었다. 두 번 읽고 보니 왜 이렇게 사람들이 이 책을 좋다고 했는 지 이제야 알 것 같다.
혹시 열심히 길을 걷고 있는데 지금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방향을 잃고 헤매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물론 이 책은 어디까지나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며 그 나침반을 읽어내는 힘은 바로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그 누구도 아닌 '치열한 당신'에게 있을 것이다.
치열하게 묻고 답하는 과정을 반복하지 않으면, 삶도, 사랑도, 나의 존재도 사라지게 된다는 명쾌한 분석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은 계속 모습이 변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 순간 둘 사이에 물음이 있고 서로 그 물음에 대해 반응할 의지가 있는 점입니다.
사람이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법칙은 없습니다. 체스를 두는 것처럼 사전에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수를 두는 것이지요. 그와 마찬가지로 상대가 던지는 물음 하나하나에 대응하다가 마지막에 상대가 던지는 물음에 대응할 의지가 사라지게 되면 사랑은 끝이 납니다.
스무 살의 나는 '왜 사는가'와 같은 부질없는 질문에 사로잡혀 괴로워했던 적이 있다. 십 여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이제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 책인 것 같다.
일본 극우파의 공격에 대비해 배에 신문지를 꽂고 다녀야할 정도로 냉정한 비판을 한다는 재일교포 강상중 선생의 날카로우면서도 결코 아프지 않은 따뜻한 조언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