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납치사건
재스퍼 포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북하우스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일종의 대체역사 소설이지만, 하도 여러가지 요소들이 섞여 있어서 '대체역사 소설'만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어쨌든 책의 배경이 되는 세계에서는 영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크림전쟁을 벌이고 있고, 사람들의 최고 관심사가 '고전문학'인 좀 이상한 세계다. 이렇기 때문에 특수작전망이라는 수사대가 존재하는데, 이중에는 문학과 관련된 범죄를 담당하는 '리테라텍'도 있다. 그리고 책의 주인공은 '리테라텍'의 1등급 수사관인 30대 중반의 여성 서즈데이 넥스트(Thursday Next)이다.

그리고 이 책의 중심사건은 책의 제목으로 짐작하겠지만 당연히도 '제인 에어'이다. 어느날, 디킨슨의 작품 [마틴 처즐윗](이 책은 읽어본 적이 없는데, 번역된 적도 없지 않나 싶다. 디킨슨 정도 되는 사람이라도 실은 몇 권밖에는 국역된 게 없지 않나. 제목만큼은 엄청나게 유명한 [픽윅 페이퍼스]도 아마 번역되지 않았을 것이다.)의 원본이 사라진 후, 이 책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등장인물이 책 속에서 없어진다. 그리고 당황스럽게도 실제 세계에서 시체로 발견되는 것이다.

리테라텍의 수사관들이 수사에 착수하고, 범인이 희대의 악인 아케론 하데스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는 신비한 능력을 소유한 자로, 주인공 서즈데이 넥스트와는 대학의 강사와 학생 사이로 안면이 있었다.

하데스의 다음 타겟은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제인 에어]. 로체스터의 미친 아내가 로체스터의 침실에 불을 지르고 제인이 로체스터를 구출하는 장면에서 제인 에어를 납치해 실제 세계로 데려와버리고 만다. 서즈데이 넥스트는 아케론 하데스를 잡기 위해 책 속으로 들어가 로체스터와 협력을 하게 되고... 뭐, 결말은 당연히 하데스를 잡고 제인 에어는 무사히 작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재미 있는 점은, 서즈데이 넥스트의 세계에서 [제인 에어]의 결말은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달랐다. 제인은 로체스터를 떠난 후 다시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 따분하고 경건한 사촌(이름도 생각나지 않는다. '세인트 존'스러운 따분한 이름이었던 듯)과 함께 인도로 포교활동을 위해 떠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나는 것이다. 소설 속 영국인들은 [제인 에어]를 사랑하지만 대부분이 이 결말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서즈데이가 책 속에 들어가 활약하면서 슬쩍 책의 스토리라인에 개입한다. 덕분에 제인은 다시 로체스터에게 돌아와 행복하게 결합하게 된다,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줄거리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제인 에어]의 이야기는 책 속 '실제 세계'인 서즈데이의 실생활과도 묘하게 겹친다. 서즈데이가 [제인 에어]의 결말을 바꾸는 것처럼, 책 속에 들어갔다 나온 서즈데이의 인생도 그 덕분에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된다.

[제인 에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도 아니면 그저 재미 있는 이야기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썩 마음에 들만한 책이다. 적당히 대중적이고 적당히 지적 허영심도 자극할 수 있는 책

저자의 약력이 독특하다. 20년 이상 영화산업에 종사한 인물로 아주 밑바닥부터 시작해 겨우 이름을 내걸만한 작업을 한 게 <엔트랩먼트>(캐서린 제타 존스와 숀 코넬리가 나오는 그 영화!)와 <퀼스>의 카메라맨 보조다. 직업에 쏟아붓는 시간 외의 여가 동안 틈틈히 이렇게 재미 있는 소설을 써냈다는 것이다. 모두 6편의 소설을 썼다는데 얘기가 기묘하다 하여 모두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했다 한다. 이 소설은 꽤나 성공을 거두었다 하니, 곧 다른 소설들도 읽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끝으로, 번역자는 역주를 잔뜩 붙이면서 꽤나 공들여 번역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인상을 준다'라고 쓴 것은 그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뜻이다. 역주도 초반에만 집중되어 있고, 무엇보다 문제는 좀더 발랄한 문체로 번역되었어야 어울렸을 성 싶은데 꽤나 딱딱한 말투로 번역되어 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읽을거리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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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는 느즈막히 일어난다. 좀 일찍 일어난다는 시간도 [동물농장]이 시작할 때 즈음이다. 아침을 먹으면서 [동물농장]을 보고 나면 아나리가 좋아하는 [서프라이즈]가 시작될 시간이다. 이걸 다 보고나면, 일요일의 프로 [출발, 비디오여행]이 있다. 이 프로를 썩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요일의 TV'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예전처럼 개봉작 중 화제작을 다 보지 못하니까 몇편 정도는 [출발 비디오여행]을 보면서 "다 보았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괜찮다.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는데 썩 재미있어보이는 영화를 소개해준다. 바로 [업타운 걸]이다. [클루리스]에 주인공의 띨한 친구로 나올 때만 해도 이렇게 뜰 줄은 몰랐던 브리트니 머피와 섹시한 꼬마 다코타 패닝 주연이다.

"재미있겠다" 했더니 아나리가 "그럼 오늘 저거 볼래?" 한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스토리는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두 명의 아이가 있다. 하나는 나이 든 아이이고, 하나는 아이의 외피를 쓰고 있기는 한데 말 하는 걸 들으면 어른보다 더 하다. 둘 다 아버지를 잃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처리하는 방식이 아주 달랐던 셈이다. 하나는 성장을 멈췄고 하나는 지나치게 빨리 어른이 되려고 노력했다. 짐작하겠지만 나이든 아이는 어른스러운 아이에게서, 어른스러운 아이는 나이든 아이에게서 도움을 받으며 어려움을 이겨나간다는 '감동' 스토리다.
하지만 스토리 진행이 그다지 억지스럽지 않아서 실은 정말로 감동적이다. 물론, 삐딱하게 보려고 하면 얼마든지 삐딱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너무너무 귀여운 브리트니 머피와 다코타 패닝이 혼을 쏙 빼놓기 때문에 상당히 다정한 마음으로 이 두 이상한 커플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브리트니 머피의 하늘하늘한, 꽃이 잔뜩 흩어져 있는 옷들을 보는 것도 큰 재미 중 하나다. 꼭 극장에서 볼 필요는 없겠지만 상당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볼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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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보고싶은 영화는 아니었다. 그래서 극장에서 안 봤다. 참 잘한 결정이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도 왠지 께름직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영화는 심하다.
현실성이라고는 전혀 없다. 모든 등장인물은 쿨하기 이를 데 없다. 시어머니부터 시작해서, 입양된 아들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쿨한 인물들만이 모여 있다. 시아버지는 죽음도 쿨하게 받아들이고, 아내와 남편은 서로의 외도도 쿨하게 받아들이고, 유괴당한 아이는 죽기 직전까지 무표정으로 일관이다.

어쩌면 임상수의 이상형이 이런 쿨한 여자가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니까. '쿨함'을 좋은 가치로 내세우고, 입안에 집어넣으라고 들이밀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처녀의 저녁식사]에 나오는 여자들도 유일하게 진희경을 제외하고는 다들 그런 태도들이었다. 게다가 진희경도 마지막에는 쿨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오르가즘에 도달할 수 있지 않았던가. -_- 황당할 따름이다.
또 한가지 마음에 안 드는 점. 섹스의 과잉. 전혀, 그럴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또 노년이 되어서야 섹스에 눈을 뜬 윤여정의 연기에 대한 선전은 과다했다. 별것도, 아니던데.
그리고, 무엇이 가족붕괴인지? 전혀 현실성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영화의 주제의식이라고 말한다는 것은 책임감이 전~혀 없는 행위이다.

그러나 몇가지 발견
문소리의 몸매는 생각보다 예쁘더라. 역시 배우 아무나 되는 거 아니군.
황정민은 역할에 따라 얼굴이 정말 달라보인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꽤 잘생긴 얼굴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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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린 14초(혹은 12초?) 속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길래 제한상영가를 받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들었던 것처럼 눈가리고 보지 말아야 할만큼 잔인한 장면은 없었다. 세상에 끔찍한 영화가 얼마나 많은데 뭐 이 정도를 가지고.

[킬빌]은 정말 엄청나게 재미있다는 말 외에 다른 생각이 안 나는 영화다. 두시간 정도 되는 상영시간 동안 영화가 좀더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났을 때 영화를 보는 동안 2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보는 내내 즐겁기도 했다. 두 시간이 그만큼 꽉 차있는 듯 느껴졌다는 얘기다.

온갖 레퍼런스들이 포함되어 있는 이 영화를 보면 퀜틴 타란티노는 언제나 회자되듯 대단한 영화광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모든 영화광이 이처럼 재미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그의 취향은 대중적이면서도 독창적이고, 범인의 상상력을 넘어서면서도 그들의 시선을 자신의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또한 언제나 그렇듯이 이 영화에 사용된 음악들도 꼭 OST를 소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다.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픽션], [재키 브라운]의 OST도 정말 다 좋았다. 이 음악들 모두 퀜틴 타란티노의 감독 하에 선택된다는 점 또한 놀라운 점이다.

아이를 나은 후 약간 살이 붙어서 더욱 아리따워지신 우마 서먼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노란색 바이크용 가죽옷과 이소룡풍 트레이너복, 노란색 아식스 운동화도 너무 멋졌다.
귀여운 루시 루를 보는 즐거움도 크다. 막판에 머릿가죽이 벗겨진 모양새가 너무 코믹해서 극장 안에서 웃어제꼈는데, 그 순간 아무도 안 웃어서 좀 민망하긴 했다.
2편에 중심인물로 등장할 예정인 다릴 한나의 변화 또한 놀랍다. 얼마 전 [워크 투 리멤버]에 틴에이저 주인공의 엄마로 등장했을 때의 초라한 모습과는 너무 다르다. 다시금 카리스마 만빵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등장해줘서 기쁘다.
2편의 기대인물 마이클 매드슨도 놓칠 수 없다. 나는 이 배우가 엄청 좋은데 할리우드에서 선호하는 배우는 아닌듯. 하지만 타란티노의 영화에서는 종종 볼수 있다.

2편이 개봉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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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 전에 들은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많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의도적으로 그런 얘기들을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스토리를 알고 가면 마지막에 김이 샌다고 하길래 혹시라도 스포일러가 의심되는 글은 보질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린 얘기는, 영화는 한국영화의 쾌거라고 할만큼 괜찮지만 무척 하드코어해서 기분이 나빠진다는 것이었다.
보고난 직후에는 뭐 괜찮지만 그리 열광할 정도는 아니다 정도의 느낌이었지만, 장시간에 걸친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이런저런 마음에 안 드는 점들이 정리가 되었다.

1. 미도의 경우
여주인공이 너무 알맹이가 없었다. 나름대로 우여곡절이 많았을텐데, 그리고 왜 일식 요리사가 되었는가 등등에 관한 역사도 있었을텐데 너무 설명이 되지 않았다. 마치 이우진(유지태)의 복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다. 특히 영화 끝자락에 아빠의 네 살때 생일선물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던 것을 보면, 아빠의 존재에 대해 완전히 잊어버리거나 증오하고 있었던 것 같지도 않은데, 게다가 딱히 과묵하거나 속내를 남에게 얘기하지 않는 성격도 아닌 것 같은데 어째서 오대식(최민식)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일까.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여겨졌다. 이런 부분들이 치밀하게 설계되었다면 근사한 영화가 되었을텐데.
이것 때문에 영화가 우연으로만 점철된 설화구조에 여전히 의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미도와 오대식이 만나 사랑하게 되는 장치가 최면술이라는 것도 김빠지는 설명이었다.

2. 왜 이우진은 혼자 죽어야 했을까
이우진은 오대식에게 오랜 세월에 걸쳐 복수를 하면서 오대식에게 일종의 동질감을 느낀다. 그들은 어떤 면에서 보면 비슷한 사람들이다. 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둘다 오랜 세월 외롭게 살아왔다. 즉 이우진은 오대식과 일종의 쌍둥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대사로만 처리될 뿐이다. 영화 막판에서 이우진이 오대식의 머리를 끌어안고 두 명의 머리가 일렬로 놓이도록 한 다음에 오대식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장면이 있는데, 여기서 이우진이 총을 발사했더라면 더 멋지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총알이 두 명의 머리를 관통하면서 살인이 자살이 되는 훌륭한 은유가 연출될 수 있었을 터인데.

3. 시덥지 않은 동정심
2번의 연장이다. 결국 이우진은 오대식을 살려준다. 그런데 왜?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동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왜냐하면 오대식은 이우진의 거울 이미지니까? 아니면 끝간 데까지 간 복수일까? 하지만 후자의 가설은, 결국 미도에게 상자를 열어보지 않아도 좋게 만듦으로써 얘기 성립이 되지 않는다. 말하자면 자신에 대한 자비를 베풀었거나 오대식을 용서해준 모양인데, 이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썩 하드코어하다고 여겨지진 않았다. 혀를 자른다거나 하는 정도로 외시적인 묘사를 가지고만 하드코어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4. 감독의 악취미
굳이 붙이지 않아도 좋았다고 여겨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오대식은 다시 최면술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런데 이 문제해결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 오대식이 저지르는 가장 나쁜짓이다. 사실, 오대식은 15년 씩이나 갇혀 지낼만큼의 죄를 지은 적이 없고, 그 후에 겪은 괴로운 일들을 당할 만한 일을 한 적도 없다. 하지만 이 마지막에 저지르는 일로서 끝간데 까지 간 인간이 된다. 이건 줄줄 길게 설명하기 좋아하고 뭐든지 완결을 짓고 싶어하는 감독의 특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게 아나리의 생각인데, 여기에 덧붙여 나는 이런 식의 결론을 이끌어낸 것은 정말 악취미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한편의 소년물 만화(특히 일본 만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국의 현재가 아니더라도, 세계 어느나라에 갖다놓고 어느 시대에 갖다놓더라도 이야기가 성립되는 가상의 시공간도 그랬고, 얼핏 억지스러워 보이는 설정(한번의 실수, 그로 인한 파국적 결과, 또 이에 대한 보복으로서 행해지는 여러 행위들)이 그랬다. 어쩌면 이 영화는 현실이라는 걸 담을 생각이 전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게 연출에 나타나 있다. 특히 이우진의 펜트하우스를 제외하면, 감금실, 미도의 집, 미도와 오대수가 묵는 여관방 등은 색과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비슷한 패턴의 벽지였다. 그건 이우진이 보내는 상자의 패턴도 마찬가지였다. 가상공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결정적 장치라고 생각한다. 좀 다른 얘기지만, 미술이 아주 좋았다. 남루하지만 미묘하게 이국적인 분위기, 튀지않는 독특함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배우를 얘기하자면, 유지태의 연기는 무척 좋았다. 깨끗한 발음, 지적인 듯한 인상, 유약한듯 보이지만 돈 많고 잘 배운 사람 특유의 자신감, 그리고 외로움 등이 캐릭터로서 아주 잘 표현되었다.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최민식의 경우는, 뭐 언제나 최고의 연기를 한다고 평가받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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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연필 2003-11-27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놀이하다가 흘러 들어왔습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그 장치가 최면술이라는 김빠지는... 여기에 공감... 헌데 원작 만화에 최면술이 나와서요...

melory 2003-11-27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
원작만화에 최면술이 나오는군요. 하지만, 어차피 원작을 대폭 수정했다고 하던데 그 설정도 바꿨으면 좋았을걸 그랬어요.

셰헤라자데 2003-12-26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한 달만의 댓글이네요. 너무 뒷북은 아닐런지!

0. 오대식->오대수. 오늘만, 대충, 수습하고 사는 놈이었죠?

1. 미도의 경우 : 왜 하필 일식 요리사였을까요. 손이 차갑다는 것도 별로 중요한 설정 같지 않았고, 설마 생생 문어 한 마리 갖다 주는 직업이 그것 뿐이라서..는 아닐 텐데. 근데, 아빠의 선물은 미도가 못 받았죠. 나중에 날개를 달아보고 으쌰으쌰 날갯짓 하는 것은, 대수가 감금되면서 갖다둔 것을 미도가 발견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움, 저도 최면술은 약간 어리둥절했답니다. 전요,최면술사가 미도 찾아가서 최면 거는 장면을 보고 처음에는, 최민식이 원래 여자였는데 최면에 걸려 남자인 줄 알았던 건가? 하고 어처구니없는 상상의 나래를 폈더랬죠. 그치만 우진이가 그러잖아요. "미도는 정말 오대수를 사랑하게 된 걸까?"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최면의 모든 징후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요. 콩깍지. 그렇다면 머, 최면과 사랑의 궁합은 그리 나쁘지 않아 보였어요.

2. 우진이의 자살 : 우와, 진짜 멋진 설정이네요. 그랬다면 굉장히 아름다웠을 텐데. 저도 영화 통틀어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이우진의 자살이었어요. 왜 그렇게 죽는 것인지, 심장도 약한 애가. 아무튼 이우진이란 캐릭터, 매우 매력적임에는 분명한데 감정이입이 참 안 되데요.

3. 동정심 : 은 아닌 것이, 마지막에 아무리 봐도 최민식이 기억을 잃었다고는 보기 힘들 것 같아요. 천연덕스럽게 "사랑해, 아저씨."라고 말하는 미도에게 암 말도 못하고(혀 짤랐잖아요, 우진이한테 자기 말실수의 잘못을 빌면서-_-;) 웃어야 하는 그 상황이야말로 우진이 복수의 완성일 테니까요. 제가 우진이라면 "상자, 그냥 놔두세요."라는 말을 하면 상자를 열어주라고 지시했을 것 같은데. 그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우린 알고서도 사랑했어.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 에 비춰보면 더욱.('너'가 아니라 '너희'잖아요.) 그래야 미도의 그 대사도 좀 더 무겁게 울렸을 것 같고.

4와 더불어 저는 : <복수는 나의 것> 때문에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랄까 겁이 나서 일부러 좀 늦게 본 영화였는데, 보고 나서 며칠은 <올드 보이> 생각이 떠나지 않더군요. 개인적으로 제가 영화제를 만든다면 <살인의 추억>을 제치고 작품상을 줬을 영화입니다. 모든 것을 다 떠나, 픽션에서만 가능한 모든 것을 그토록 화려하고 잔혹하게 그려낼 수 있다니! 근친상간은 좀 감당하기 힘든 소재였기는 한데, '복수'-용서받을 수 없는 죄에 대한 대가로는 그만한 것이 어디 있겠나, 싶어서 박찬욱 감독이 새삼 존경스러워지더군요. 오히려 원작 만화에서 없었던 근친 상간 모티프 덕에 한국에서 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것 아닐까, 싶어요. 전 배우의 경우에, 강혜정이 가장 충격이었습니다. <논스톱>에 등장해서 지독하게 푼수같고 오버하는 연기로 꼴사나웠던 그녀가 미도였는 줄, 영화 보고 나서도 쭉 몰랐거든요. 역시, 배우 자신의 재능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감독 밑에서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그 자신의 한계가 새롭게 규정되는 것 같습니다.

너무 감명깊게 본 영화라 멜로리님의 글에 잡설이 길었군요. 그리 길지 않은 글에서도, 명쾌하게 요점을 딱딱 짚으셔서, 머릿 속이 시원해졌거든요. 감사히 글 잘 읽었습니다.

melory 2003-12-28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긴 코멘트 감사합니다. 요즘 알라딘 서재에 상당히 게으른 저였는데 잠시 뜨끔했습니다. ^^;
다른 것은 그렇다치고, 3번에서 말씀하신 부분...
감독이 그런 식의 암시를 영화를 통해 보여준 것은 아니라서, 저는 그렇게 보기엔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풍부하게 읽는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감독의 의도라는 게 한계를 지어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또 한가지, 저는 근친상간을 소재로 사용한 것이 어떤 면에서 보면 손쉬운 해결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관객에게 주는 일종의 충격요법으로서 말이지요. 이런 소재는 분명 터부시된 것이라 많이 볼 수 없는 것이기는 한데, 너무 그 충격성에만 의존한 게 아닌가 싶네요.
길게 코멘트를 달아주신 터라, 저도 간단하게 쓰기에는 죄송스러워 좀 길게 써봤습니다만, 본지 오래된 터라 허접리플이 되어버렸네요. ^^;

셰헤라자데 2003-12-28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3번은 저도 뜨끔합니다. 제가 영화를 만들었다면 그렇게 만들었을 거 같다는 얘기를 제 스스로 곡해해 놓은 것 같아서;; 저도 본 지 꽤 오래된 터라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다시 이 영화를 본다면 껄쩍지근한 게 많을 것 같지만, 왜 그리 보고 난 직후에는 정신이 없었는지 모르겠어요. 하드코어..는 <복수는 나의 것> 이후로 일보 후퇴해서 엄청 다행스럽더군요. 리플까지 달아주셔서 영광스럽네요 ^^;

melory 2003-12-29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 하나 생각났습니다. 천사날개는, 오대수가 납치당할 때 미처 가져가지 못했던 것 아니었나요? 오대수의 친구가 공중전화 박스에서 나왔을 때, 날개만 떨어져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군요. 어쨌든 저는 그래서 이 천사날개를 친구가 딸(미도)에게 가져다주었고, 딸은 오랫동안 이것을 간직해왔다, 라는 설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역시 기억이 가물가물하군요.

셰헤라자데 2003-12-30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 전 영화를 다시 한 번 더 봐야 될 정도로 가물거려서 이제는 뭔가를 기억해낼 수가 없네요. 올드보이는 이제 그마안, 하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천사날개 역시 가물거림의 극치입니당.